초심을 잃지 않는 가게 청룡MTB [월간 더바이크]
초심을 잃지 않는 가게
청룡MTB
인천시 계양구 작전동에 있는 청룡MTB 임승규 대표는 군대 초년병과 같은 마음가짐으로 20여년을 자전거와 보냈다. 그 기간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는 빨간 명찰이 달린 빛바랜 군복을 입고 가게를 지키고 있다.
editor 배경진 photo 이성규
남자라면 대부분 갔다 온 군대. 그 경험은 누구에게나 좋은 기억, 힘든 기억, 그리고 약간은 과장된 무용담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이등병 시절은 인생 중 가장 부지런하게 이리저리 뛰어다녔던 때일 것이다. 그리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힘들고 괴로울 때면 군대에서 뒹굴었던 신병 시절을 떠올리며 각오를 다지기도 한다.
만약 인생을 사는 데에 있어 항상 신병과 같은 마음가짐을 가진다면 못할 일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들은 돈을 주고서라도 해병대 캠프 같은 곳에 가서 정신을 재무장을 하는 것이다.
처음처럼
‘초년병[初年兵]’을 국어사전에 찾아보면 사회에 발을 디딘 지 얼마 안 되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라고 되어 있다. 또 다른 의미는 군대에 입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병을 뜻한다. 그래서 우리들은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이를 사회 초년병이라고 부른다.
인천시 계양구 작전동에 있는 청룡MTB 임승규 대표는 군대 초년병과 같은 마음가짐으로 20여년을 자전거와 보냈다. 그 기간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는 빨간 명찰이 달린 빛바랜 군복을 입고 있다. 그 옷을 입고 손님을 맞이하고 자전거를 고치고 가끔 자전거를 타기도 한다.
“군대를 제대하고 무작정 이곳 인천으로 왔을 때는 정말 무일푼이었죠. 옷 살 돈도 없어서 그 당시 가지고 있던 군복을 입고 일을 했는데 편안하고 튼튼해서 계속 입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20여년이 흘렀네요.”
해병 청룡부대 출신인 그는 그래서 가게 이름도 청룡MTB로 지었다. 단순히 자전거가 좋아 일을 시작했지만 특별한 경력도 기술도 없었던 그였다.
“처음에는 기술이 부족해서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죠. 힘들 때도 있었지만 군복을 입은 내 자신을 보며 항상 마음을 다잡았죠. 군대에서 힘든 것에 비하면 이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항상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렇게 사회에 나와 군복을 입고 맨몸으로 구르다보니 몇 년 지나 기술도 손에 익고 가게도 자리를 잡아갔죠.”
군복과 자전거의 콜라보가 낯설지만은 않은 것은 대한민국 국민의 반은 남자고 그 중 대다수가 병역의 의무를 마쳤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군복을 작업복 삼아 일을 하는 사람을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군복은 군인정신을 상징한다. 군인정신은 죽음을 무릅쓰고 싸우겠다는 임전무퇴의 고결한 마음가짐이다. 어쩌면 사회에서 열심히 일하는 우리 아재들은 사회생활을 전쟁터처럼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그만큼 삶이란 고되다는 반증일수도 있을 것이다.
상남자
“군복을 입으면 처음 시작하는 초년병의 자세로 돌아가는 장점도 있지만 손님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도 효과를 발휘하지요. 대부분의 남자 손님들은 군복을 입은 저를 보고 친근해하며 말을 걸어온답니다. 남자들끼리의 군대이야기는 곧 무용담 아니겠어요.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으면서 손님과 유대감이 쌓이는 거지요. 여자 손님들도 해병이 쓰여 있는 군복을 보고 믿음직하다는 얘기를 많이 해요. 설마 해병대 출신이 상도덕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지 않으리라는 기대감이 있는 것 같아요.”
임승규 대표 본인도 일을 하면서 항상 해병대임을 잊지 않고 바르게 행동하려고 노력한다. 정돈된 가게와 오래된 군복이지만 잘 다려진 그의 옷차림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그와 얘기를 나누다보면 사근사근한 장사꾼의 이미지보다는 약간은 터프한 상남자의 이미지다. 인터뷰 중 찾아온 한 손님과 나누는 대화를 보더라도 흡사 친한 동생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다. 출근 중 체인이 끊어졌다는 그에게 새로 체인을 달아주며 돈도 받지 않고 보낸다.
“우리 가게에서 자전거를 샀는데 출근 중에 자전거 체인이 끊어졌으니 기분이 나쁘지 않겠어요. 서비스 차원에서 체인을 무료로 교체해 주는 것이 타당하죠. 저희 가게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 구입하셨다고 해도 저희는 웬만하면 무료로 수리를 해드려요. 이런 서비스를 통하여 많은 단골손님을 얻었죠.”
청룡MTB는 온라인 판매를 하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을 논하는 지금 같은 시기에 너무 뒤떨어진 사고방식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그만의 사업철학이 있어서다. 어설픈 온라인 판매를 통하여 힘을 분산시키기 보다는 오프라인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무료 정비나 배달 정비 서비스 같은 것을 통하여 손님을 만족시키고 있다.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인 것처럼 저희에게 한번 고객은 영원한 고객입니다. 제가 입은 빛바랜 군복이 닳아 떨어질 때까지 그 마음 변치 않고 일을 하려고 합니다.”
우리는 항상 초심을 잃지 말자고 입버릇처럼 얘기하지만 쉽지 않다. 청룡MTB의 임대표가 맨주먹에서 이처럼 성공을 일굴 수 있었던 점도 초심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누군가 성공의 비결을 묻는다면 이곳 청룡MTB 대표의 빛바랜 군복 이야기를 들려주리라.
▶ 청룡MTB : 주소 : 인천광역시 계양구 주부토로 434(된밭공원 옆) TEL : 010-2732-2454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