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정비를 통한 나눔 실천, 경기도 광주 열린바이크 [월간 더바이크]
무료 정비를 통한 나눔 실천
경기도 광주 열린바이크
무료 수리를 통하여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최좌현 대표는 40여년 가까이 자전거를 정비 해온 베테랑이다. 자전거의 볼모지와 같던 광주에서 새롭게 인생을 시작하며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editor 배경진 photo 이성규
3번 국도를 타고 동쪽으로 달리다 보면 곤지암IC 다다르기 전에 오른편으로 숍 하나를 만나게 된다. ‘아메리칸이글’이라는 큰 영문 간판보다 ‘자전거의 모든 것 무료 A/S 센터’라는 문구가 더 눈에 들어온다. 제품 판매가 아닌 정비만으로 승부를 보는 숍도 많은 요즘, 가당키나 한 일인지 의구심마저 든다. 상호가 열린바이크다. 막연히 상호와 무슨 연관성이 있을 것 같은 촉이 발동했다. 호기심이 일어 문을 두드렸다.
존 말코비치
숍 안에서는 어린 학생이 자신의 픽시를 열심히 닦고 있었다. 그것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존 말코비치를 닮은 한 남자가 서있다. 이곳의 대표다. 중간 중간 자전거에 관하여 설명을 해주며 제법 학생과 친분이 있어 보인다.
기자가 다짜꼬차 대표에게 질문을 던져다.
“정말 수리비가 공짠가요?”
“그럼, 공짜죠. 부품이 필요하지 않는 한 수리비는 받지 않아요.”
이런 질문 한두 번 받아본 대꾸가 아니다. 물론 부품이 필요하면 부품 값은 별도이다. 그것은 당연지사. 갑자기 이 동네가 축복을 받은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 동네에 소문이 퍼져 짧은 시간 내에 유명인사가 되었다고 한다. 무상 수리가 주 원인이기도 하지만 동네잔치에서 그는 일약 스타가 되었다. 자전거를 기부한 이유로 인사차 올라간 연단에서 그의 구수한 입담에 동네 사람들 모두가 녹아든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의 노래 한 곡조에 다들 그의 팬이 되어 버렸다.
오뚝이 같은 인생
최좌현. 현재 그는 경기도 광주시 초월읍에 위치한 아메리칸이글 광주점 숍의 대표다. 자전거를 만진지는 약 40년이나 됐으니 그의 무상수리가 엉터리일 것이라는 생각은 접어두자.
그의 자전거와의 인연은 코렉스에서 시작을 하였다. 그는 목동에서 코렉스 최우수 대리점으로 승승장구하며 잘 나가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새옹지마,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인생이다. 코렉스의 부도로 갑자기 간판을 내리게 된 그는 터전을 떠나 의정부의 홈플러스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하지만 새로운 곳에서 그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것저것 생각을 거듭하던 그는 그곳에서 ‘무료 수리’라는 승부수를 띄운다. 결국 근방에서 인기를 얻게 되고 전국 최고의 판매점으로 올라섰다. 전국 홈플러스 매장 136개 중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이다.
그즈음 그에게 또 다시 불행이 닥쳐왔다. 부인에게 병마가 닥친 것이다. 암, 그것도 거의 치료가 불가능한 말기 암이라는 말에 그는 또다시 좌절했다. 하지만 그는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났다.
의정부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경기권에서의 숍의 가능성에 눈을 뜬 그는 여러 사정으로 숍의 이전을 알아보게 되었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 온 에이모션의 안병언 본부장의 도움으로 광주로 눈을 돌렸죠. 에이모션의 물류창고가 광주에 있는데 근처에 직영센터를 차리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변에 전문숍이 없다는 점도 작용했지요.”
결국 인생의 황혼기에 이곳 광주로 오게 된 그는 이곳을 마지막 승부처라 생각하고 열심히 일하고 있다. 무료 수리 센터는 이곳에서도 그가 던지는 승부수 중 하나. 그밖에도 마을을 상대로 하는 봉사나 기부에 열성적인 것도 그가 이곳에서 빠르게 안착한 이유 중 하나다.
무료 수리에 가장 열광한 이들은 바로 학생이다. 돈이 없는 그들에게 최대표는 구세주나 다름없다. 특히 요즘 어린 중고등학생 사이에는 자전거가 한마디로 먹어주는 종목이다. 어린 학생을 상대로 대부분이 친절한 숍이 많지만 돈이 없다는 이유로 찬밥 신세인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사례를 많이 보아 온 최대표는 안쓰러운 마음에 어린 학생에게 더 친절하게 잘 해준다. 이러니 학생들 사이에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최대표의 가게는 항상 어린 학생들로 북적인다.
“왜 돈을 안 받느냐며 몰래 돈을 놓고 가는 분도 있죠. 하지만 제 개인적으로 무료 정비 서비스를 통하여 단골을 확보하고 손님을 늘리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 하에 하는 겁니다. 또한 제가 자전거 수리하는 것을 좋아하니까 하는 거죠.”
마지막 소망
얼마 전에 그는 옆에 가게를 터 공간을 확장하였다.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가게에는 40년에 내공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이곳에서 제 마지막 꿈을 이루고 싶어요. 현재는 중저가 자전거가 대부분이지만 앞으로 고급 자전거의 판매 비중을 늘릴 생각입니다. 입소문을 타고 저의 정비 기술이 알려지면 고객층도 다양해질 거라고 봅니다. 숍을 발전시켜 전국 최고, 최대 판매점으로 성장시킬 겁니다.”
이어서 그는 마지막으로 이말 한마디를 꼭 전하고 싶다며 부탁을 하였다.
“요즘 자전거의 매출이 많이 줄어들고 있어요. 온라인의 영향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직영점 체제의 공급 제한도 한 원인이라고 봅니다. 다양한 브랜드를 진열하고 판매를 하여야 손님들이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 숍으로 다시 발길을 돌릴 거라고 봅니다. 다양한 판매 물품의 확보가 곧 판매 촉진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의 많은 굴곡을 헤쳐 온 그에게 앞으로의 길도 평탄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항상 밝고 활기차게 아침을 맞이한다는 그를 보면 절망이라는 단어는 없어 보였다. 광주에서 펼쳐질 그의 승부가 어떤 결말이던 힘찬 박수를 보내고 싶다.
▶ 열린바이크 경기도 광주시 초월읍 산이리 13-24 TEL)031-762-80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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