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젊은 숍, 영MTB [월간 더바이크]
오래된 젊은 숍
영MTB
오랜 세월 영MTB가 지역을 대표하는 숍으로 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조은영 대표의 성실함과 연륜 덕분이다. 겉만 화려한 가게보다는 내실 있는 가게로 40여년을 지켜오고 있다.
editor 배경진 photo 이성규
예전만 하더라도 신문이나 우유 배달을 담당하던 운송수단은 자전거였다. 짐자전거 뒤 칸에 우유나 신문을 싣고 다니며 이른 새벽을 누비던 시절이 있었다. 아재를 판가름하는 기준으로 이 짐자전거를 아느냐 모르느냐를 판단해도 될 성싶다.
“강원도 속초에서는 60년대 70년대만 하더라도 자전거로 냉면을 배달했어요. 일명 자전거포라고 하면 통상 이런 배달용 자전거를 팔거나 수리하는 것이 주된 일이었죠.”
어려서 강원도 속초에서 태어나고 자란 영MTB 조은영 대표는 옛날 일을 생각하며 회상에 잠겼다. 그 역시 어려서부터 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했고, 가끔씩이나마 멋진 사이클 복장으로 해안가를 달리던 라이더를 동경했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동네 자전거 가게를 들락거리다가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자수성가
군대를 갔다 온 후 중동 건설 붐에 휩쓸려 외국에도 갔다 온 조대표는 모아 온 돈으로 자전거숍을 열기로 결심했다. 그 이후 이곳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 터전을 잡게 된 것은 1983년도다.
“중학교 때부터 동네 자전거포에서 살다시피 하며 자전거도 타고 기술도 배우고 하던 것이 업이 되었네요. 옛날에는 MTB라는 것이 없었고 거의 사이클이었고, 90년대 초반에야 국내에 보급되기 시작하였죠. 그때 상호를 영MTB로 바꾸고 지금껏 이어오고 있어요.”
30년이 넘는 세월동안 한 동네에서 자리를 잡고 있다 보니 정말 오래된 단골손님들이 많다고 한다. 생업을 위한 용도의 자전거를 주로 취급하던 시절을 지나 MTB의 중흥기를 거쳐 현재 로드바이크의 붐까지 국내 자전거의 역사를 이곳에서 함께 보냈다. 그동안 이곳을 거쳐 가고 활동하고 있는 동호인은 영MTB의 가족같은 존재다. 이렇게 오래된 단골이 많은 이유는 숙련된 정비 능력과 항상 봉사하는 마음으로 손님을 대하는 조대표가 있기 때문이다.
“동호회나 클럽을 운영하다보면 가게와 동호인 간의 오해나 트러블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죠. 물건의 구입처부터 사소한 정비 문제까지 저라고 마음 상하지 않은 적이 왜 없었겠어요. 하지만 항상 처음 방문한 손님처럼 동호인을 대하고 봉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문제 될 것이 없어요.”
최근 발생하는 가게와 동호회 간의 문제는 영MTB에서는 없어 보였다. 40년의 내공도 내공이지만 조대표는 흡사 부처와 같은 넓은 아량을 가지고 있는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아쉬움
조대표는 동호인의 문제보다는 요즘 늘어나고 있는 최근의 숍에 대한 따끔한 충고를 잊지 않았다.
“요즘 젊은 친구들이 숍을 오픈하는 것을 많이 봅니다. 우리 같은 기성세대에 비해서 인테리어나 디스플레이가 많이 세련되고 좋아 보여요. 하지만 숍을 운영하는 방식을 보면 너무 성급한 면이 있는 것 같더군요. 앞을 길게 내다보고 힘들더라도 버텨야 하는데 쉽게 포기하거나 무리수를 두는 경우가 많더군요.”
조대표와 비슷한 세대의 경우는 오랫동안 직원이나 정비기사로 가게에서 일한 경험을 갖고 사업을 시작하였다. 부모가 물려 준 재산이나 빚으로 시작하기 보다는 본인만의 힘으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꾸준히 경력을 쌓고 사업에 나섰다. 비록 작은 가게지만 그 안에서 나름의 노하우를 쌓고, 위기관리 능력을 배운 것이다. 조대표가 보기에 요즘의 젊은 사장들은 실전 경험이 없는 훈련소를 졸업한 신병과 비슷하다.
“정비 아카데미를 수료했더라도 최소한 숍에서 일하며 경력을 쌓은 후에 창업을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아카데미에서 배운 것과 실전과는 많은 차이가 나거든요. 또한 다양한 손님을 접하면서 나름의 판매 노하우나 접근 방식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원동력
조대표는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매출과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숍의 오너지만 아직도 단골의 자전거를 일일이 직접 손봐주고 있다. 그의 손은 오랫동안 자전거를 만져 온 탓에 지문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거칠다. 하지만 바로 이 손이야말로 오랜 세월 영MTB를 이끌어 온 원동력이다. 비바람을 맞고 견딘 화초는 쉽게 죽지 않지만 온실 속의 화초는 약한 풍파에도 쉽게 시들어 버린다.
“자전거숍은 겨울 나는 것이 가장 힘듭니다. 저도 예전에는 겨울을 나기 위해서 다른 일도 해보고 했지만 다 부질없는 짓이었죠. 차라리 겨울이라도 제 시간에 숍을 열고 닫는 것이 최소한의 매출을 올리고 단골 손님을 잡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어요.”
오랜 세월, 지역을 대표하는 숍으로 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조대표의 성실함과 연륜 덕분이다. 40년에 가까운 내공은 쉽사리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겉만 화려한 가게보다는 내실 있는 가게로 남고 싶다는 조대표는 인터뷰 도중에도 손님의 브레이크를 직접 손봐주기 위해 자리를 떴다. 젊고 활기차다는 것은 외모만으로 판단할 것은 아니다. 바로 영MTB처럼 말이다.
▶ 영MTB
서울시 강동구 구천면로 265(천호동 275-3) 02-483-8763 www.youngmtb.co.kr
영 MTB 사장님 얘기 처럼 요즘에는 인테리어와 서비스로 무장한 샵이 많이 늘어나는 추세 입니다.
그렇다면 기존에 운영하던 작은 샵은 손님이 줄어들게 되고 문을 닫게 되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이런 가운데 40년을 버텨온 내공이 있다면 앞으로도 승승장구 한다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