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나를 뛰어넘어야 전설이 된다 옌스 보이트 한국에 오다
나를 뛰어넘어야 전설이 된다
옌스 보이트 한국에 오다
독일의 스타 사이클리스트 옌스보이트(Jens Voigt)가 지난 11월 1일 국내 팬들과의 만남을 위하여 입국했다. 11월 2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위치한 트렉 콘셉트 스토어 DKCA에서는 미디어를 위해 마련한 공식 인터뷰를 통해 그의 선수시절과 은퇴 후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editor 인유빈 photo 정해천
prologue
지난 11월 1일, “Shut Up Legs!” 라는 말로 유명한 독일 사이클리스트 옌스보이트(Jens Voigt)가 국내 팬들과의 만남을 위하여 입국했다. 이 만남을 성사시킨 트렉바이시클코리아에서는 하루나 이틀정도 잠시 머물러 행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다른 유명 사이클리스트의 방한과 달리, 국내 팬들을 보다 만
족시키기 위해 꼼꼼하고 세밀한 일정을 마련했다. 북악산 팔각정에서는 공개 팬미팅을 가지는 자리를 가졌으며 전국의 트렉 콘셉트 스토어를 순회하여 지방에 거주하는 팬들까지도 배려했다. 또한 반포에서 양평까지 1박 2일로 진행된 트렉 라이드 페스트를 통해 옌스 보이트와 그의 팬들이 함께 라이딩하며 호흡을 나누는 행사도 가졌다. 이러한 일정 가운데 11월 2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위치한 트렉 콘셉트 스토어 DKCA에서는 미디어와 자리를 마련하여 궁금했던 질문들을 풀어내는 시간을 가졌다. 그의 선수시절과 은퇴 후의 이야기를 들어 볼 수 있었다.
현재 트렉 팀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나?
트렉 팩토리 레이싱 팀 컨설턴트를 맡고 있다. 딱히 한 가지의 일을 하기 보다는 여러 방면에서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다. 미디어 부문에서는 홍보에 도움을 주고 있으며, 트렉에서 만든 여행 프로그램인 ‘트렉 트레블’에도 참여하고 있다. 또한 트렉 자전거와 본트래거 제품 테스팅도 하고 있다.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계기와 자전거를 타지 않았더라면?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것은 9살 정도부터였다. 지역 사이클링 팀에 가입을 하면 자전거를 준다기에 신나게 가입을 했다. 그리고 그것이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계기가 되었다. 만약 자전거를 본격적으로 타지 않았더라면 나는 생물학자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어렸을 때 생물학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97년 프로데뷔 후 17년 간의 선수생활을 마쳤다. 가장 고통스러웠던 날이 있었다면?
컨디션 난조로 인한 레이싱이 가장 고통스러웠던 기억이다. 2012년의 어느 대회에서 시차에 적응을 하지 못하여 컨디션이 좋지 않은 채로 대회에 나간 적이 있다. 대회 내내도 힘들었지만 마지막 클라이밍 때 가장 힘들었다. 평소에 클라이밍을 못한다고 생각했던 어떤 선수에게 마저도 뒤처졌다. 경기가 끝난 후 너무 힘들어 보였는지 마사지사가 와서 부축까지 해주려고 했다. 그 날은 정말 힘든 날이었다.
선수생활동안 도핑에 대하여 유혹의 순간은 없었나?
유혹이라기보다도 기회는 있었다. 특히나 랜스 암스트롱이 팀에 계속 들어오라고 할 때 그가 도핑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조금은 눈치 채고 있었다. 그래서 그의 제의를 거절했다. 인생을 돌아봤을 때 부모님이나 자식들에게 내가 해온 모든 것들에 대해 부끄럼 없이 떳떳하고 싶었다. 소박해도 정직하게 살고 싶었기 때문에 도핑을 고민해본 적은 없다.
원아워 레코드 기록을 세울 때 어떤 마음으로 달렸나?
아워 레코드는 열심히 준비했기 때문에 자신이 있었다. 레이스 시작 후 초반부에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고 느꼈으며 30분 정도 지났을 때 내가 해온 만큼 30분만 더 하면 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은퇴 전 나에게 마지막으로 주어진 1시간이 다 되어갈수록 아쉬웠다. 달리는 내내 힘들기도 했지만 수많은 팬들 앞에서 언제 또 이러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라는 서운함이 있었다.
자녀가 여섯 명이라고 들었는데 그 중에서 본인을 닮아 사이클 DNA를 물려받은 아이가 있나?
둘째 아들인 줄리안이 나를 닮은 것 같다. 11살 무렵, 사이클을 타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다. 대회에 나갔는데 그리 어렵지 않게 우승했을 정도로 재능이 있다. 하지만 지금 한창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사이클보다는 이성에게 관심이 쏠려있다. 현재는 이성에게 밀려 자연스럽게 사이클과 조금씩 멀어지고 있는 중이다. 언젠가 사이클 선수를 해보지 않겠냐는 나의 질문에 아들은 “No”라고 대답했다. 사이클리스트로서 아들의 대답을 듣자니 실망스러웠지만 아빠로서는 안도가 됐다. 내가 겪었던 잦은 부상과 고난의 길을 아들에게도 굳이 시키고 싶은 생각은 없다. 물론 조금 아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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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스 보이트는 누구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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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선수생활 중 사고가 많아서 후유증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요즘 운동이나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
나의 별명은 독일 탱크이다. 평소에 넘어지거나 부상을 당해도 그렇게 크게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 독일 탱크인 만큼 다행히 큰 후유증이 없다. 아워 레코드 이후 3개월 정도는 숨쉬는 것 빼고는 아무런 운동을 하지 않았다. 그 이후에는 달리기를 즐겨 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은퇴 후 아내가 이런 저런 집안일을 시키기 때문이다. 시간을 내서 다른 운동을 할 시간이 많지 않아 틈날 때 달리기를 하고 있다.
요즘 추세인 디스크 브레이크 장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전통적인 스타일의 자전거를 좋아한다. 로드바이크에 왜 디스크브레이크가 필요할까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을 조금 바꿔주는 계기가 있었다. 다운힐 중에 모든 선수들이 낙차를 했는데 디스크를 장착한 바이크를 탔던 같은 팀 선수만 낙차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이후 필요성을 조금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브레이크보다는 타이어의 그립을 개선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피터 사간이다. 피터 사간은 사이클을 타는 스타일도 멋지고 평소에도 멋지다. 나이와 경력에 상관없이 피터 사간은 나의 우상이다.
한국에 와서 느낀 점은?
한국에는 처음 와보는데 다들 친절하다. 그리고 사람들의 질문이나 대화에서 자전거에 대한 전문적 지식 수준이 높다는 것을 느꼈다. 기회가 된다면 또 오고 싶고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다.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는가?
먼 미래의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코치로 변신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지금은 오랜 팀생활 덕분에 선수로서의 모습을 벗을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또한 코치라는 직업이 여러가지로 배울 것이 많기 때문에 차근차근 준비해 몇 년 뒤에는 코치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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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이 날 인터뷰가 끝난 뒤 옌스 보이트는 곧바로 부암동으로 이동하였고 팬미팅을 위하여 북악산 팔각정까지 라이딩하였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옌스 보이트를 만나기 위해 100여 명의 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도착하자마자 열렬히 반겨주는 팬들의 함성소리와 함께 팬미팅이 시작되었다. 옌스 보이트는 그에 보답하기라도 하듯 팬 한 사람마다 일일이 눈을 맞추며 소통했다. 사인을 위해 열심히 움직이는 손마저도 꽁꽁 얼어버렸지만 그는 털털하고 밝은 사람답게 추운 내색 없이 그곳에 자리한 모든 팬에게 감사를 표했다.
사실 옌스 보이트 특유의 털털함과 유쾌함은 공식 인터뷰 전 그에 대해 소개하는 간략한 영상과 프로필에서부터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집에 있는 가족 프로필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아내의 이름은 스테파니 보이트이며 자녀는 6명으로 아들 2명, 딸 4명이 집에 있다. 이들 이외에 집에 개 1마리, 고양이 2마리, 토끼 9마리 그리고 장모님이 있다. 자주 와서 살다시피 하는 와이프의 남동생도 포함해야 겠으며 그리고 또 자전거 20대가 같이 살고 있다.
그와 직접 이야기를 나누어 보기도 전, 이러한 대목에서부터 그가 정말 재미있고 밝은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
우리나라는 유럽이나 미국 등과 같이 프로사이클이 대단히 인기가 많은 나라는 아니지만 국내에서 옌스 보이트의 인기는 팬층이 꽤 두텁고 열광적인 편이다. 그 이유는 아마도 옌스 보이트가 프로사이클리스트로서 보여주었던 끊임없는 노력과 인내심, 열정에 감동했기 때문일듯 싶다. 거기에다 바른 생각에서 나오는 떳떳한 행동, 매너, 넉살스러운 장난끼까지 갖춘 인간미있는 옌스보이트에게 또 한 번 반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기자가 만나 본 그는 먼 이국땅에서 온 유명 스타라기보다는 굉장히 오래봤던 친근한 동네 형, 이웃집 삼촌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빡빡한 일정에도 웃음을 잃지 않으며 진심으로 한 명 한 명의 팬을 대하는 옌스 보이트의 자세는 역시 옌스 보이트다웠다. 은퇴 후에도 누구보다도 열심히 지내고 있는 그를 응원한다.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코치로서의 그의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날이 어서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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