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P] 자전거 메카, 자전거 문화공간을 꿈꾼다 서산프로바이크숍 박상현 대표
서산프로바이크숍은 15년 경력의 박상현 대표가 운영하는 곳이다. 서산하면 박 대표가 생각나고, 박 대표하면 서산프로바이크숍이 떠오른다. 그만큼 그는 그곳의 대표적인 자전거 인물이다. 단순한 자전거 판매인이 아닌 자전거 로맨티스트를 꿈꾸는 그가 새로운 공간으로 이전을 하였다. 원대한 꿈에 한 걸음 더 다가서기 위해서다.
editor 배경진 phdoto 정해천
문자로 찍어준 주소로 찾아간 곳은 서산에서 새롭게 개발되고 있는 예천동이었다. 중앙호수공원을 바로 앞에 두고 있는 이곳은 새로 지어지는 건물과 아파트로 신도시같은 분위기였다. 자동차는 왕복 6차선 사거리 대로변 앞 4층 한 건물 앞에 멈춰 섰다. 새로 지어진 건물은 반짝반짝 광이 흘렀다.
이곳이 바로 서산프로바이크숍 새로운 공간이다. 가게는 1층만 사용하는 것이 아닌 건물 전체를 사용 중이었다. 1층부터 4층까지 전부 다. 처음에는 놀랐지만 대표를 어느 정도 아는 터라 쇼킹할 정도는 아니었다. 사실 이 정도의 규모를 유지하는 것은 수도권이나 지방이나 쉬운 일은 아니다. 단순하게 돈을 목적으로 한다면 이렇게까지는 하지 않을 것이다. 월급쟁이들의 꿈이라는 건물주는 편하게 돈을 벌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이 정도 규모의 가게를 직접 운영하겠다는 것은 고생문이 훤히 내다보이는 짓이다.
1층은 일반자전거 전시 판매 공간이고, 2층은 고급자전거, 3층은 창고, 4층은 롤러방과 커뮤니케이션 공간으로 활용 중이었다. 2층으로 올라가니 서산프로바이크의 박상현 대표가 손님 자전거를 정비 중이었다. 가게는 아직 완벽히 정리가 된 상태는 아니었다. 매장에는 다양한 자전거와 용부품이 빼곡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주변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대표와 손님 이외에 종업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정말 혼자서 이 넓은 곳을 지키고 있는 것일까?
▲ 박 대표와 함께 코스 개발에 나서고 있는 진바이크 동호인 ▲ 숍에서 바라본 서산 전경
▲ 박상현 대표가 직접 만든 조명 ▲ 숍은 언제쯤 제대로 정리가 될까?
“뭐 아직 겨울이고 내가 원하는 직원을 찾지 못해서 그런 거죠.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 좀 시켜 줘요.” 그가 넉살 좋은 웃음을 지며 나에게 이야기하였다. 말은 웃으면서 하지만 아마 직원을 구하기 위하여 굉장히 노력 중인 것으로 보인다. 대화를 나누다보니 박 대표는 이곳을 책임질 적임자를 까다롭게 고르고 있었다. 그와 손발이 맞아야 하고, 라이딩도 잘 해야 하며 정비까지 어느 정도 잘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금방 구해지진 않을 걸”이라고 말하려다 “알았어, 좋은 사람 있으면 알려줄게”라고 대답하였다. 그와 알고 지낸지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그는 완벽주의자다. 특히 자전거에 있어서는 타협할 줄은 잘 모른다. 자전거 바닥에서 그는 성격 좋고, 마당발로 소문이 자자하지만 자전거에서만큼은 깐깐하다는 것이 정평이다. 바로 이런 성격 탓에 이렇게 큰 가게를 아직까지 홀로 돌보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웬만한 사람 같으면 벌써 아무나 구해서 가게 정리하고 이것저것 손보게 했을 것이다.
“저에게는 꿈이 있어요.
제 숍을 서산의 자전거 메카,
자전거 문화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에요”
▲ 1층은 일반자전거 판매공간이다 ▲ 4층에 조성 중인 롤러방
“제가 자전거 장사를 15년이 넘게 해오고 있지만 가격으로 손님을 끌어 오진 않아요.” 박 대표가 약간은 흥분한 어조로 얘기를 꺼냈다. 서산에도 우후죽순 고급자전거숍이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서산프로바이크숍을 이용하던 손님이 하나둘 다른 숍으로 발길을 돌리고 여기저기 잡음이 들리기 시작하나보다.
“제가 화가 나는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에요 제품을 할인해서 파는 것을 말릴 생각도 없고요. 하지만 적어도 고급자전거를 판다고 하면 제대로 된 정비를 해주면서 팔아야 한다고 봐요.” 그의 오랜 경력은 판매경력만이 아니다. 직접 정비를 하고 수리를 한 세월도 그만큼 길다. 싸다고 다른 숍으로 눈길을 돌렸다가 정비를 위해서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는 손님을 보면 그도 화가 날 만하다. 완벽주의자에게 완벽하지 못한 상태의 자전거를 보는 것만큼 화가 나는 것이 또 있을까?
“기존의 미캐닉 학원도 반성을 하고, 자전거 판매점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몇 달의 학원 수료만 가지고 숍을 차릴 수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거든요. 적어도 숍에 들어가 실습기간이라도 거쳐야 하지 않나요? 아무나 이런 고가의 레이싱 자전거를 팔았다가 큰 사고나 문제가 발생하면 누가 책임질 거죠?”
자전거숍이 단순히 판매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정비서비스, 피팅서비스, 콘텐츠서비스가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요즘의 추세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현장에 반영되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영세한 일반 숍은 물건을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고, 치열한 시장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내세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시장과 소비자는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숍이 단순히 물건만 팔고 끝나는 곳이 아닌 기본적인 정비서비스와 사후관리, 라이딩 가이드까지 그 역할을 넓히고 있고, 제품 이외에 무형의 서비스에도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소비자도 알아가고 있는 것이다.
“제가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이 건물을 짓고 임대를 주었겠지요. 하지만 저에게는 꿈이 있어요. 제 숍을 서산의 자전거 메카, 자전거 문화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에요. 단순하게 자전거를 파는 곳이 아닌 서산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나 지역을 방문하는 사람에게 라이딩 가이드를 해주고, 정보를 얻어가고, 때로는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그런 공간으로 만들고 싶은 겁니다.” 그는 이러한 원대한 포부 때문이라도 건물을 짓고 이곳으로 옮긴 것으로 보인다. 이 원대한 포부를 도와줄 사람도 그래서 까다롭게 고르고 있는 것이다. 현재 그는 동호회원과 더불어 콘텐츠 개발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산의 다양한 트레일과 라이딩 장소 발굴이 그것이다. 자전거를 타기 위해서는 자전거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공간이다.
“또 하나 제가 하고 싶은 일 중에 하나는 넓은 땅을 구해서 그곳에 파크를 꾸미는 일이에요. 사람들이 언제나 라이딩을 즐길 수 있는 곳. 어른 아이 할 거 없이 누구나 와서 재미있게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겁니다.” 생각만으로도 즐거운지 그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번진다.
건물을 지어 이곳에 자리를 잡은 저력만 보더라도 그의 희망은 단순히 말로만 그칠 것이 아님을 알고 있다. 프로바이크숍이라는 가게명처럼 그는 진정 프로다. 자전거를 파는 것만이 아닌 자전거를 위해서 무엇을 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진정 그는 알고 있었다.
▷ ▷▶ 서산 프로바이크숍 주소: 충청남도 서산시 예천동 69-4 TEL: 041-665-0661 이메일 : probike06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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