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조 요정에서 스포테이너로 거듭난 그녀, 신수지 [월간 더바이크]
체조 요정에서 스포테이너로 거듭난 그녀
신수지
체조 요정이라고 썼지만 그녀는 우리나라 체조의 개척자에 가깝다. 황무지에 가까운 체조를 일구고 나서 현재는 스포테이너라는 새로운 벌판을 향해 질주해 나가고 있다.
글 배경진 사진 이성규
리듬 체조 1세대인 그녀는 체조에 국민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이다. 북경 올림픽을 참가한 것으로 그녀의 화려한 체조 무대는 막을 내렸지만 새로운 도전을 통하여 인생 2막을 살고 있다. 다른 이라면 운동이 지겨울 법도 한데 그녀는 다양한 종목에서 스포츠 전도사가 되어 활동 중이다. 체조의 개척자였던 그녀가 방송 활동을 통하여 스포테이너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나가고 있다. 체조를 하면서 얻은 악바리같은 스타일은 스포테이너에서도 그대로 이어져 무엇이든 최선을 다한다. 요즘에는 자전거와 관련을 맺고 서울시 자전거 홍보대사로도 활동 중이다. 엘리트 스포츠인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방송활동을 하고 있다는 그녀를 고르고타고 라이더스카페에서 만났다.
요즘 근황을 좀 알려 달라.
방송에도 꾸준하게 출연하고 있고, 남는 시간에는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다. 한창 골프에 빠져 있는 터라 스케줄이 없으면 매일 골프 연습장을 찾고 있다. 아직 80타대에 막 들어선 수준이라 실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볼링은 프로 수준이라 감각만 잃지 않는 수준으로 가끔 경기장을 찾는다. 2주에 한두 번 가더라도 애버리지 210정도는 나온다.
엄청난 열정과 운동량이다. 일찍부터 운동을 해서 이제는 그만두고 놀고 싶을 것도 같은데.
초등학교 4학년 때 체조를 시작했다. 일찍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할 때만큼은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선수로서는 꿈의 무대라고 할 수 있는 올림픽에도 서보았기 때문에 미련은 없다. 정말 100% 아니 120% 그 이상 노력을 했다고 자부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다른 운동은 조금 즐기는 기분으로 하는 편이다. 그리고 여러 방송이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를 운동으로 푸는 것 같다. 하지만 항상 운동만 하는 것은 아니다. 가끔 친구를 만나 맛있는 거 먹으면서 수다를 떨기도 하고,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해 노래방에 가서 소리치며 스트레스를 푼다.
연예 오락 프로부터 시작해 얼마 전에는 복면가왕에 까지 나와 노래 솜씨를 뽐냈다. 연예인으로서의 끼가 다분하다. 어디까지가 목표인가?
나를 스포테이너라고 부르는데 바로 이 점이 중요하다. 나의 아이덴티티는 언제까지는 스포츠에 바탕을 둔다. 이것을 벗어나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특출난 외모나 연기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아니므로 건강한 신체와 정신력 그리고 엘리트 체육인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활동한다. 운동선수로서 가지고 있는 도전 정신과 에너지를 방송에서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에게 웃음과 활력을 주는 것에 만족한다. 나만이 할 수 있는 그리고 운동선수만이 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나 활동 분야가 분명히 존재하고 거기가 나의 자리라고 생각한다.
엘리트 체육인이라는 프라이드를 소중히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방송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고등학교 때까지만 하더라도 방송 출연은 함부로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최대한 운동에 방해가 안 되는 선에서 뉴스나 다큐멘터리 정도에만 응했었다. 그러다가 은퇴 후 시간이 많이 남고 무료하던 차에 ‘댄싱 위드 더 스타’라는 댄스스포츠 관련 예능프로 출연을 제안받았다. 생각 의외로 너무 재미있어서 혼자 남아 새벽 3시까지 춤연습을 했다. 발에 물집이 잡혀 터지고 피가 날 정도로 했다. 당시 선생님이 나를 ‘괴물’이라고 부를 정도였다. 아마도 체조를 그만두고 무대에 대한 그리움이 컸었나 보다. 그 프로를 통하여 허전함을 채울 수 있었고, 방송에 대한 재미도 알아 갔다. 특히 음악에 맞추어 율동을 하는 부분이 체조와 공통점이 많아 더욱 몰입을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 프로를 계기로 계속해서 방송 출연을 하게 됐다.
방송도 활발히 하고 볼링도 프로 자격까지 취득하고, 골프도 섭렵하고 있다. 욕심이 많은 건가, 운동 신경이 타고 난 건가?
보기보다 운동 신경이 좋은 편이 아니다. 나는 노력파다. 한번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성격이다. 볼링도 친구들과 같이 하러 갔다가 나 자신이 너무 못해서 시작한 것이다. 손가락에 피가 날 정도로 연습을 거듭해서 프로 자격을 취득했다. 여자들이 하루에 2게임을 하면 알이 배긴다고 하는 데 나는 하루에 20게임을 소화하며 연습을 했다. 코치가 그만하고 집에 가라고 할 정도였다. 거기다 프로 자격에 도전하는 와중에 언론에 조명까지 받다 보니 더 열심히 한 것 같다. 사실 체조 선수 시절에 비하면 연습량은 아무것도 아니다. 골프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약간 다르다. 그동안 개인종목, 즉 혼자서 하는 스포츠만 했었는데 골프는 같이 할 수 있어서 좋다. 필드에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즐길 수 있고, 탁 트인 자연과 함께한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골프는 모르는 사람이라도 라운딩이 끝나면 서로 친해진다.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참 좋은 운동이다.
얼마 전부터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고 들었다. 혹시 이번에도 끝장을 보려고 하나?
사실 자전거는 체조 때부터 계속해서 접해왔었다. 하지만 인도어 사이클이라 본격적으로 탄 것은 아니었다. 무슨 운동이든지 한 번 하면 끝장을 보니 다들 사이클도 굉장히 열심히 탈거라 기대를 하는데 그런 것은 아니다. 그냥 친구들과 한강을 달리며 어울리는 그것 자체가 너무 좋다. 운동으로서의 접근보다는 레크리에이션으로서 접근하고 싶다. 근데 잘 타고 싶기는 하지만 생각보다 어렵다. 밸런스가 좋다는 난데 왜이리 똑바로 가기가 어려운지 모르겠다. 작년 정다래 선수와 벨로드롬에서 체험 이벤트 경주를 벌인 적이 있었는데 너무 긴장을 해서 목 뒤가 뻣뻣해질 정도였다. 하지만 사이클 동호인과 경주도 갖고 재미있는 시간을 가졌다. 그 후 자전거가 좋아져 지금까지 틈나는 대로 즐기고 있다.
운동을 오래 하다 보면 부상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동안 큰 부상은 없었나?
체조를 하면 제일 많은 부상이 발 쪽이다. 그중에서도 발목 골절과 인대 부상이 많다. 체조를 하면 으레 따라오는 터라 그러려니 한다. 본인도 한 번은 인대가 심하게 찢어져 재활치료를 위하여 꾸준하게 주변 근육 강화 운동을 하였다. 체조 선수에게는 어쩔 수 없이 따라오는 숙명과도 같은 거다. 은퇴 후에는 다른 운동을 하면서 심하게 부상을 당한 적은 없었다. 에피소드라면 벌레를 무서워해서 달리는 골프 카트에서 뛰어내렸던 적이 있다. 자칫하면 큰 부상을 입을 수도 있었는데 다행히 약간의 타박상 정도만 입었다. 개인 생각이지만 유연성이 좋아 그동안 큰 부상을 피할 수 있었지 않나 생각한다. 카트에서 뛰어내릴 때도 유연하게 낙법을 사용해서 살아남았다. 하하하.
"운동선수로서 가지고 있는 도전 정신과 에너지를
방송에서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에게
웃음과 활력을 주는 것에 만족한다"
물론 꾸준한 운동이 건강미의 비결이겠지만 아직까지 유연성과 아름다운 몸매를 유지할 수 있는 비법이 있을 것 같다.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나?
사실 체조 선수 때보다 10kg 가까이 몸무게가 늘었다. 대부분 운동을 하면서 늘어난 근육량이다. 여성복 44사이즈도 커서 못 입었는데 지금은 몸이 전체적으로 커졌다. 허벅지는 볼링을 하면서 팔뚝은 골프를 치면서 굵어졌다. 건강미는 좋아졌지만 체조 선수로서의 날렵함은 없어졌다. 유연성은 관리하지 않으면 다리보다 허리 쪽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예전 전성기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굳어지지 않기 위해 틈틈이 스트레칭을 해준다. 특히 하루마다 거르지 않고 해주는 운동은 힙업 동작이다. 침대에 엎드려서 다리를 위로 들어주는 운동인데 짧게라도 꾸준히 하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아름다운 몸매를 위한 조건은 거창하게 생각하면 힘들다. 하루라도 거르지 않고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 전에 5분이라도 빼먹지 않고 습관화 한다면 한 달 후면 뒤태가 달라진다.
(자세한 동작이 궁금하다면 네이버에서 ‘서울아 운동하자’를 치면 신수지가 진행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볼 수 있다)
앞으로 활동 계획과 독자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프로선수로서 볼링 대회에는 꾸준하게 참가하려고 한다. 그리고 7월 말에 열리는 연예인 골프 대회도 준비 중이다. 또한, 서울시 자전거 홍보대사인 만큼 틈나는 대로 자전거도 열심히 타고 자전거 보급을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곧 있을 리우올림픽에서는 체조 해설위원으로도 예정되어 있다. 항상 스포테이너로서의 자세를 잊지 않고 열심히 활동할 예정이니 관심 있게 지켜봐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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