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 육성 프로그램으로 나눔 실천, 나상훈의 국대자전거 [월간 더바이크]
주니어 육성 프로그램으로 나눔 실천
나상훈의 국대자전거
나상훈의 국대자전거를 찾아가며 차 안에서 옛날 생각에 빠져들었다. 2005년 울산체전에서 우승 하던 그의 모습이 떠올라서다. 두 팔을 번쩍 올리며 결승선으로 들어오던 그의 감격에 찬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모습은 2005년 11월 본지의 표지로 사용되었다. 필자가 촬영한 이유도 있지만 유독 기억에 남는 컷으로 뇌리에 남아있다. 10여 년이 더 흘러 그와의 만남을 위하여 김포 고촌읍에 위치한 가게로 가고 있다. 얼마 전 자전거 가게를 열었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본지 사무실에서 이렇게 가까울 줄은 몰랐다. 가게는 김포나들목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경인아라뱃길 근처라 자전거로의 접근성도 쉬워 보였다. 큰 대로변에 위치하지는 않았지만 무슨 상관이랴, 국대자전거라고 커다랗게 내 걸린 간판이 그 이상의 아우라를 내뿜고 있었다.
editor 배경진 photo 정해천
“훈련만큼이나 더 중요한 것은
나아갈 길을 짚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대회를 통한 성적과 더불어
그 후에 자신이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어떻게 성장하고 발전해야 하는지를
제 경험을 통하여 나누어 주고 싶어요."
지난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근 2년 만에 마주하는 얼굴이다. 곧 세 아이의 아버지가 될 사람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앳된 얼굴의 소유자다. 하지만 날카로운 눈빛과 진중한 말투는 1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자전거를 손보다가 반갑게 악수를 청하는 그의 손과 검게 그을린 얼굴이 아직은 숍사장 보다는 선수에 어울려 보인다. 아니나 다를까.
“아직 선수 생활을 접은 것은 아니에요. 선수로 뛰면서 가게를 같이 운영할 계획입니다.”
작년 양양전국체육대회에서 준우승과 지난 5월에 있었던 청송군수배 대회에서 3위를 한 그다. 선수로서의 가능성은 아직 충분하고, 수많은 해외 경험은 그를 따라올 자가 국내에는 아직 없다.
그는 국내를 석권하고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렸다. 가까운 일본이 처음 타깃이었다. 재팬 시리즈를 통하여 역량을 키워나갔고 일본 선수와의 교류를 통하여 기량을 높여갔다. 지금은 월드컵 UCI 랭커로서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한 코헤이 선수와의 인연도 이때 시작되었다. 그 즈음 일본의 탑랭커들은 유럽 문을 두드리고 있었고, 더 높은 세계로의 진출을 위해서 노력을 하고 있었다. 나상훈도 일본에서의 활동 후에 코헤이 선수의 소개로 유럽의 발을 딛게 된다.
“일본에서 친하게 지내는 선수들과 같이 유럽에 진출하게 됐어요. 일본에서 계속 활동을 할까도 생각했지만 더 크고 넓은 유럽이야말로 저 자신을 테스트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죠.”
일본으로의 진출은 어렸을 때부터 그를 도와 온 FDR팀의 코치와 감독의 지원이 컸지만 유럽 진출은 나상훈 자신의 결정과 노력의 결과다. 코헤이로부터 코치를 소개받아 프랑스에 진출한 그는 2년 동안 유럽이라는 높고 넓은 무대를 경험하게 된다.
“유럽에 건너가고 얼마 되지 않아 사건이 터졌어요. 코스를 연습 주행하다가 앞으로 전복됐었죠. 단순한 드롭대인줄 알았는데 갭 드롭대였던 거죠. 이전의 경험으로는 생각지도 못했던 난이도 높은 XC 코스가 월드컵이나 세계선수권 대회에서는 많이 등장합니다.”
이전까지 코스를 주파하면서 공포심을 느껴본 적이 없던 그였지만 유럽에서는 내려가기조차 두려운 코스가 존재했다. 그런 유럽 무대를 경험하고 돌아 온 그였기에 국내에서의 시합 코스는 아쉬움이 많을 듯하다.
“사실 동호인을 위한 배려인지는 몰라도 국내 시합에 챌린저 코스가 많은 것이 사실이죠. 서서히 심박수를 올리면서 지구력을 요구하는 왕복코스가 주인데 요즘에 XCO 코스는 굉장히 다이내믹하고 급변하는 것이 추세거든요. 갑자기 심박수를 올리면서 급경사를 올라갔다가 다시 급하게 내려오고 리듬과 빠른 컨트롤을 요하게 만들죠. 전체적으로 스피디하게 경기가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에요.”
얼마 전 삼천리무주대회의 XC 경기에 참가 인원이 많이 줄어든 것을 볼 수 있었다. 출발 후에 높이 올라간 후 내려오는 패턴은 십 년 넘게 변한 것이 없다. 좀 더 난이도를 높이고 스피디하게 코스를 바꾸면 참가자나 관람객에게 좋은 자극이 되지 않을까? 항상 동호인의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최선은 아닌 것 같다.
"일본에서 계속 활동을 할까도 생각했지만
더 크고 넓은 유럽이야말로
저 자신을 테스트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죠.”
주니어를 위한 프로그램
앞서 나상훈이 FDR 클럽의 선배와 코치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얘기를 했다. 국대자전거를 열게 된 계기도 바로 여기에 있다.
“어린 선수들이 열심히 타는 모습을 보면 옛날 생각이 많이 나요. 이런 친구들을 어떻게 하면 도와줄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무엇인가 거창한 것보다는 저의 경험을 나누어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 와중에 매장 벽화를 그려주시는 허술 작가님께서 어린 시절 문화적 혜택이 매우 적었던 아쉬움을 이야기하셨어요. 강원도 태백에서 그림을 그릴 때 유명한 작가분이 오셔서 한마디라도 해주고 가시면 큰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는 말씀에 움직이자는 결론을 내렸죠.”
받은 만큼 돌려주어야겠다는 나눔의 철학을 실천으로 옮긴 것이다. 물론 국대자전거는 물건을 파는 것이 주 수익원이다. 하지만 어린 선수에게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조언을 주고 프로그램을 통한 자기 계발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더 큰 계획이자 목표다.
“모든 곳을 찾아다닐 수는 없지만 한 달에 한 번 정도 찾아가는 교육을 진행하려고 해요. 지방에 있는 주니어 선수나 지인이 댓글을 통해 신청하면 찾아가서 같이 라이딩도 하고 경험을 들려주려고 합니다. 개인에게 맞는 맞춤 훈련 프로그램을 통하여 본인이 스스로 지속적이고 독립적인 훈련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그의 말을 따르면 훈련이란 항상 코치나 지도자가 옆에 붙어 있을 필요는 없다고 한다. 사이클같이 단체로 하는 종목도 아니고 철저히 개인 종목이므로 확실한 동기부여와 자신감만 있으면 원거리에서도 코칭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운동을 하기 위하여 전문적인 학교나 지도자 밑에 들어가 개인 생활을 박탈당하고, 수업도 빼먹는 그런 구시대적인 운동방법은 이제 버려야 한다는 이야기다.
“훈련만큼이나 더 중요한 것은 나아갈 길을 짚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대회를 통한 성적과 더불어 그 후에 자신이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어떻게 성장하고 발전해야 하는지를 제 경험을 통하여 나누어 주고 싶어요. 성적 우수자에게는 해외 시합 파견이나 해외 투어를 통하여 확실한 동기부여와 더 큰 목표를 세워주는 거죠.”
국대자전거에서는 주니어 육성 프로그램과 더불어 일반인을 위한 초보자 교육, 산악자전거 새싹 프로그램, 산악자전거 도약 프로그램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자전거만을 판매하고 끝이 아닌 자전거를 통하여 즐겁고 유쾌한 일상을 만들고, 또 선수로 발전할 수 있는 자전거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공간이다.
국대자전거의 프로그램을 통하여 월드컵에서 우리 선수가 맹활약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국대자전거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신곡리 1167 1층 TEL)031-981-7424
blog.naver.com/fdrbike 영업시간 : 오전 11시~오후 8시, 월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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