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 뉘르부르크링 24시 선수 최장한 [월간 더바이크]
한국인 최초 뉘르부르크링 24시 선수
최장한
최장한은 국내에서는 모터스포츠 선수로 알려졌지만 사실 자동차보다 자전거를 먼저 시작했다. 대학교 때 시작한 산악자전거는 그의 삶의 큰 방향이 되었고, 한국인 최초로 뉘르부르크링 24시 경기를 완주 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
글 배경진 사진 배경진, 최장한 제공
지난 5월 29일 멀리 독일로부터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한국인 선수 2명이 뉘르부르크링24시 경주를 완주했다는 뉴스였다. 레이스에 출전한 한국인은 바로 최장한과 강병휘 선수. 경기에 참가한 유일한 한국인이다.
뉴스에서는 연일 뉘르부르크링 24시 경주 완주 소식을 전하느라 난리다. 하지만 두 명의 한국인 선수의 완주 소식보다는 현대자동차의 고성능 N 모델의 완주 소식에 초점이 맞춰졌다. 사실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한국인이 새로 나온 현대자동차를 타고 독일에서 열린 경주에서 그냥 완주했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두 명의 한국인은 현대자동차팀도 아니었고 서로 팀도 달랐다. 더군다나 이번 글의 주인공인 최장한은 뉘르부르크링 24시 경주만 3번째 참가하는 베테랑이다. 2014년 첫 번째 도전에서는 6시간 남기고 타이어 펑크로 리타이어. 2015년에서는 후륜이 꺾이는 사고를 당했지만 팀 미캐닉의 도움으로 1시간이 넘는 수리 끝에 6위로 경기를 마쳤다. 이 경기가 바로 한국인 최초의 뉘르부르크링 24시 완주 경기다. 그리고 올해 세 번째 경기에서는 펑크로 구난차의 도움까지 받아야 했지만 4위로 완주에 성공하였다.
자전거 선수에서 자동차 선수로
최장한은 국내에서는 모터스포츠 선수로 알려졌지만 사실 자동차보다 자전거를 먼저 시작했다. 대학교 때 시작한 산악자전거는 그의 삶의 큰 방향이 되었고, 기계공학을 전공했던 그는 자전거 회사에 입사하려는 목표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자전거 R&D라는 것이 거의 없던 시절이라 그는 차선책으로 자동차 회사에 입사하였고, 현재는 서스펜션 엔지니어로서의 길을 걷고 있다. 모터스포츠의 발을 담근 것도 바로 그 무렵이다.
“사실 처음에 자동차 레이스에 나가서는 좌충우돌이었죠. 자전거를 탈 때처럼 우격다짐으로 들이밀고 하다 보니 사고가 자주 나서 선수들에게 기피 대상 1호였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이렇게 경기를 해서는 나에게도 손해라는 생각이 들고 경기에 대한 요령도 생기면서 차츰 안정을 찾아갔어요.”
산악자전거, 그중에서도 다운힐 레이서로서 선수 생활까지 했던 그였기에 처음에는 자전거를 타듯이 자동차 레이스를 펼쳤던 모양이다. 그 후 경력이 쌓이면서 다양한 모터스포츠 시합에 참가하고 선수로서 입지를 다져 나가다가 내구 레이스라는 분야에 눈을 뜬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2시간 내외에 스프린트 경기 이외에 3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경주를 내구 레이스라고 해요. 단순히 빨리 달린다고 해서 되는 경주가 아니죠. 레이서의 노련한 경기 운영이 관건이죠. 타이어의 상태, 엔진의 한계를 잘 파악해서 긴 경기를 안정되게 이끌어야 하죠. 팀 동료와의 협력도 중요하므로 경험이 많은 레이서에게 유리한 편입니다.”
그의 나이는 이제 불혹을 훌쩍 뛰어넘는 마흔셋. 짧은 스프린트에서는 젊은 선수들이 유리하지만 내구 레이스에서만큼은 자신이 있다고 한다. 많은 경기를 통하여 수많은 데이터를 축적했기 때문일 것이다. 모터스포츠 선진국인 유럽에서는 쉰을 넘긴 내구 레이스 선수들이 많다고 한다.
뉘르를 넘어 르망으로
그가 뉘르부르크링 24시 경주에 뛰어든 지 이제 만 3년차다. 막연하게만 알고 있는 뉘르의 실제 모습은 어떠할까?
“실제로 차를 몰아보면 엄청난 고저차에 놀라게 되요. 마치 스키장에서 차를 몰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죠. 실제로 걸어서 경기장을 돌아보면 자전거 코스의 업힐과 다운힐의 경사도와 비슷하게 느껴집니다. 심지어는 네 바퀴가 모두 공중에 뜨는 점프 구간도 있죠. 영상으로 보는 거랑 실제로 운전해 보는 거랑 많이 달라요. 악명이 자자한 이유가 있는 거죠.”
자전거와 자동차 경주 모두를 섭렵한 그다. 두 경기의 가장 큰 차이점이 궁금했다.
“자전거 레이스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모터스포츠는 팀 단위로 움직이므로 차의 성능이나 서포터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해요. 아무리 드라이버의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차의 성능과 팀의 뒷받침이 없으면 우승하기 힘들죠. 하지만 자전거는 운동선수 본인의 능력치가 가장 중요하죠. 기본적인 스폰과 지원만 있다면 선수의 능력만으로 뛰어난 성적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모터스포츠만큼 많은 자본이 투입되고 돈에 의해 승부가 결정되는 스포츠도 없을 것이다. 그에 비하면 자전거는 아직은 순수함과 아마추어리즘이 남아있는 스포츠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자전거를 어떻게 이용하고 있을까?
“보통 시합 일주일 전에 경기장에 도착하는데요. 몸도 풀고 체력 운동도 할 겸 경기장 주변을 산악자전거로 돌아요. 뉘르부르크링 주변으로 산악자전거 코스가 있거든요. 자전거를 가져가는 것은 아니고 렌탈 서비스를 이용하죠. 평상시에도 체력을 위해 자전거를 많이 이용해요. 나이가 들수록 겁도 많아지고 순발력도 떨어지기 마련인데 자전거를 타면서 감각이 무뎌지지 않게 담근질을 하는 거죠. F1 경기도 체력소모가 많은지라 많은 드라이버가 자전거로 체력단련을 한다고 들었어요. 심지어는 자전거 타다가 다쳐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죠. 저도 시합 전에는 자전거를 탈 때 많이 조심하는 편입니다.”
그는 이때까지 뉘르부르크링 24시의 경주를 위하여 거의 사비를 털어 준비를 하고 출전을 해왔다. 단지 본인의 열정과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그리고 그 결과는 고스란히 우리나라 모터스포츠의 거름과 영양분이 되었다. 이제 그는 뉘르부르크링 24시를 넘어서 르망 24시의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최초라는 타이틀이 가지는 화려함 속에는 선구자의 고뇌와 치열함이 존재할 것이다. 최초라는 그의 도전에 아낌없는 박수와 응원을 보낸다.
※뉘르부르크링 24시
뉘르부르크링(Nürburgring). 아마 자동차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뉘르부르크링은 독일의 중서부 뉘르부르크에 있는 장거리 서킷으로 모터레이스의 성지로 불리는 곳이다. 북쪽 서킷인 노르트슐라이페(Nordschleife)와 남쪽의 GP-슈트레케(GP-Strecke)로 이루어진 약 25km의 서킷이다.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 레이스는 바로 이곳에서 24시간 동안 쉬지 않고 주행하는 경기다. 24시간 동안 달려 총 주행거리가 가장 긴 팀이 우승하는 경기다. 서킷이 길고 고저차가 크며, 다양한 형태의 코너가 존재하기 때문에 차량 성능을 실험하기 위해 찾는 코스이기도 하다. 양산차 스포츠카를 비롯하여 다양한 차의 성능을 평가하기 위해 많은 회사들이 개발단계부터 뉘르부르크링을 이용한다.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 레이스는 참가하는 차량만 200대가 넘고 연간 관객만 25만 명을 넘을 정도로 대회 자체의 인기도 높다. 단, 2012년부터 최대 참가 차량은 190대로 제한된다. 르망24시, 벨기에 SPA24시와 함께 세계 3대 내구레이스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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