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라이더 못지 않은 강인함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팀 펄시스터즈 손소라, 박정은 [월간 더바이크]
남성 라이더 못지 않은 강인함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팀 펄시스터즈 손소라, 박정은
팀 펄시스터즈의 창단식이 있던 날로부터 약 일주일 후, 공식석상인 창단식에서 다 하지 못한 얘기를 편하게 풀어보고자 펄 시스터즈 멤버 손소라, 박정은 씨를 만났다.
editor 인유빈 photo 이성규
“어머 누구시죠?” 라이딩 복장의 모습만 봐오다 일반 평상복장을 갖춘 그녀들의 모습을 보니 운동할 때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이래서 운동하는 여자들이 더 멋져 보인다고 했던가? 자전거와 함께 있을 때와는 상반된 매력을 풍겼다. 2기부터 함께한 이 두 멤버는 일주일에 세 네 번정도 만남을 가진다고 한다. 같은 취미를 공유하며 함께 땀흘린 시간 동안 자연스레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친구이자 가족이 되어 있던 것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펄시스터즈는 (주)바이클로의 운영 아래 활동하는 여성 아마추어 사이클 팀이다. 해마다 시즌제인 기수로 활동하다 지난 7월 말, 팀 체제로 바꾸어 창단식을 가졌으며 올해부터 ‘팀 펄 시스터즈’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게 되었다. 공식석상인 창단식에서 다 하지 못한 얘기를 편하게 풀어보고자 압구정로데오에 위치한 카페 바운더리에서 멤버 손소라, 박정은 씨를 만났다. 자전거에 대한 열정과 팀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는 것을 인터뷰 내내 느낄 수 있었다.
처음 자전거를 접하게 된 계기와 당시 펄 시스터즈 2기에 지원한 이유는?
정은 ≫ 21살 무렵, 사회 초년생시기에 일이 매우 힘들었다. 사람까지 싫어져 대인 기피 같은 것이 생겼었다. 그때 친오빠가 자전거를 타라고 권유해주었다. 처음에는 생활자전거로 시작하여 6개월 정도 타다가 로드로 넘어와 현재까지 즐기고 있다. 펄 2기는 아는 분 추천으로 지원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라이딩에 필요한 많은 것들을 지원해준다는 파격적인 조건이 흔하지 않은 기회라는 것을 알았고 놓치고 싶지 않았다. 자기소개서 지원부터 면접까지 거쳐 쉽지 않게 합격했는데, 좋은 기회를 잡게 되어 영광이다. 앞으로도 활동을 열심히 이어 나갈 예정이다.
소라 ≫ 2013년도에 우연한 기회로 미니벨로를 선물 받았다. 동네를 열심히 누비고 다녔지만 미니벨로는 바퀴가 작아 그런지 열심히 밟아도 앞으로 빨리 나아가지 않았다. 어느 날 내 옆으로 지나가는 로드 무리를 봤는데 빠른 속도 때문인지 굉장히 멋졌다. 그날 이후로 바로 로드에 입문했다. 속도를 좋아해서 그런지 로드가 잘 맞았다. 펄 2기 지원 당시에는 남성 라이더보다는 같은 여성들과 즐기고 싶었고 자전거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싶었다. 또한 어떻게 타야 잘 타고 안전하게 탈 수 있는지에 대한 자전거 기초지식과 스킬을 배우기 위해 지원하였고 이렇게 활동 기회가 주어져 감사하다.
‘2기’ 때와는 다른 ‘팀’으로서 활동의 중점은?
정은 ≫ 팀의 부리더로서 얘기해보자면 올해는 특히나 안전을 가장 중점으로 둘 것이다. 또한 전에는 재미있게 즐기며 탔다면 올해에는 오래 타고, 더욱 자주 타면서 실전 실력을 쌓는 것에 중점을 둘 것이다. 따라서 교육보다는 정기적인 실전 훈련이 이루어질 것 같다. 훈련은 팀 코치인 노도엽 코치, LX 팀의 장선재 선수와 함께 하는 라이딩이 주로 이루어질 예정이다. 사실 주로 혼자 타다가 팀에 들어와 교육을 받으면서 배우게 된 건데, 혼자탈 때 아는 지식으로는 발전이 미미했었다. 하지만 팀에 들어와 정기적 교육을 받다보니 다들 어느 정도의 욕심이 생기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 팀의 올해 목표를 백두대간 그란폰도 참가로 둘까 한다. 실전 대회에서 타다보면 더욱 배울점이 많기 때문이며 좋은 결과를 내보고 싶다.
2기부터 이어온 각자의 닉네임이 있는데, 신규멤버 닉네임이 궁금하다.
소라 ≫ 별명을 정하는 것이 고민이긴 하다. 닉네임은 본인이외의 다른 멤버가 지어주고 있는데, 이번 신규멤버인 조은애 언니는 ‘레드 은애’로 정하게 되었다. 팀 멤버 조유진 언니가 지어준 것으로 인상이 강렬하고 빨간 립스틱이 잘 어울려 그렇게 정하게 되었다.
정은 ≫ 또 다른 신규 멤버인 최지은 언니는 ‘콤 지은’이다. 스트라바의 콤을 의미하는데, 이번에 기록이 월등히 향상이 되고 콤을 많이 찍어서 이렇게 짓게 되었다. 지은 언니는 철인 3종을 준비하고 있고,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대회에 출전하려고 준비중이다. 나 또한 자극을 받아 올해 10월에 열릴 ‘은총이’라는 대회에 지은언니를 따라 함께 나갈까 고려중이다.
작년의 있었던 아픈 기억으로 팀 활동을 재개할 수 있을까라는 반응이 꽤 있었다.
소라 ≫ 그 일이 있고 난 뒤 내 인생에서 정말 자전거는 끝이라고 생각했다. 자전거 자체를 보기도 싫었고 트라우마 같이 마음속에 무언가가 남아있었다. 하지만 몇 개월 뒤, 언제부턴가 문득 라이딩 했을 때의 좋은 기억과 추억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혼자 마음 정리할 겸 조금씩 자전거에 올랐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것은 누가 해준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혼자해야만 하는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마음을 들여다보고 정리를 차분히 한 것이 자전거를 다시 탈 수 있던 힘이 된 것 같다.
정은 ≫ 그 때 당시에 엉덩이 뼈가 부러져서 한동안 자전거를 탈 수 없었다. 나도 마찬가지로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니 타고 싶고, 바람쐬고 싶고, 라이딩 할때 설명 못 할 그것을 다시 한 번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소라언니와 마찬가지로 그 시기에는 주로 혼자 많이 탔던 것 같다. 그렇게 혼자 타다보니 언제부턴가 함께 타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사고 이후로 멤버들과 중간에 몇 번은 만나긴 했지만 공식적인 활동이 거의 없었던 공백기였는데 아마도 그 시기에는 다들 혼자와의 싸움을 했지 않았나 싶다.
소라 ≫ 사실 마음은 너무 힘든데 자전거가 타고 싶으니 이상했다.
정은 ≫ 나도 그랬다. 그 때 당시 멤버들은 다 못타고 있는데 나는 왜 타고 싶을까, 내가 독한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분의 몫까지 더 열심히 타리라 다짐했다.
그럼에도 라이딩을 사랑하는 이유?
소라 ≫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전거는 그냥 좋다. 라이딩 했을 때의 그 느낌과 기분을 몸이 기억 한다. 남산이나 북악 등 엄청난 업힐이나 끝이 없는 평지 구간에서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나 싶다가도 도착지점에 이르렀을 때 해냈다 하는 뭔가가 있다. 그리고 힘들다고 해도 그것에서 오는 성취감과 바람을 가르는 느낌이 정말 좋다. 만약 결혼을 하거나 나이가 더 든다고 해도 자전거를 계속 탈 것 같다. 로드가 아닌 미니벨로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페달링을 멈추지 못할 것 같다.
정은 ≫ 나는 평지를 달리는 것을 좋아한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분명 내가 눈을 뜨고 앞을 보고 있긴 하지만 다른 세상 속에서 게임을 하는 느낌이다. 또한 아무것도 없는 하얀 도화지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은 마치 마약 같은 기분이다. 그럴 때마다 자전거가 이래서 중독이 되는구나 싶다.
팀을 어떻게 이끌어가고 싶은가?
정은 ≫ 여성 팀 문화를 활성화하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 따라서 여성을 위한 이벤트를 열어 재미있는 행사를 진행해보고 싶다. 또한 누구에게나 실력을 인정받는 팀이 되고 싶다. 초창기에는 재밌게 타는 교육생의 ‘펄 시스터즈’였다면 지금은 실력있는 ‘팀 펄시스터즈’가 되고 싶다. 누군가가 우리 팀에 대해 물었을 때 “걔네 팀 잘타.” 라는 얘기를 듣고 싶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열심히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떠한 훈련이나 교육에도 열심히 임할 것이며 실력을 갖출 때까지 적극적, 열정적으로 도전하고 원하는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도록 이끌어 나가고 싶다.
앞으로의 다짐
정은 ≫ 여자도 이런 스포츠를 할 수 있다는 것, 다시 말해 연약함보다는 강인함을 보여드리고 싶다. 또한 우리 팀의 유쾌하고 재밌는 모습들을 보고 ‘저 팀 재미있어 보이네? 나도 여자 팀에서 활동해 보고 싶다.’며 활동을 시작하시는 분들이 계셨으면 한다.
소라 ≫ 남성라이더 못지않은 열정을 가지고 활동할 것이다. 체력적으로나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점이 많지만 여자도 한 체력한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 그리고 팀 활동을 한다는 것은 살아가면서 흔치 않은 기회다. 멤버들과 더욱 돈독해지고,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고 싶다. 작은 계곡에서부터 물이 흐르고 흘러 모이게 되면 크고 깊은 바다가 되듯이 우리 펄 시스터즈도 모여서 큰 힘을 낼 수 있는 팀이 되도록 노력하고 싶다.
멋지네요.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