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보험이 거둔 절반의 승리, 절반의 패배
지자체는 자전거 보험을 좋아해
올해 창원시는 시민을 대상으로 한 자전거보험을 연장하기로 했다. 지자체가 자전거단체보험에 가입하면 그곳에 거주하는 모든 시민은 자동적으로 자전거 보험의 혜택을 받게 된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에게는 달콤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동호인은 늘 사고 위험성을 관리하기 어려운 지대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보상금액이 적건 많건 공동체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을 위한 혜택을 마련해준다는 것 자체가 기분 좋은 일이다.
비단 ‘자전거의 도시’ 창원에서만 생기는 일일까? 고무적이게도 해가 갈수록 자전거단체보험에 가입하는 지자체는 늘어나고 있다. 자전거 인구가 비교적 많은 경상도 지방을 중심으로 전체 48여 개의 지방자치단체가 보험에 가입한 실정(2012년기준)이다. 타 지역에서도 자전거단체보험에 대한 요구가 커져 가고 있으며, 가평군이나 상주시 같은 경우에는 거주민뿐 아니라 외지인도 적용대상에 포함시켜 보장 범위를 넓혔다.
자전거 보험의 그늘
그러나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다. 매년 지자체의 자전거보험율이 높아지는 것과 반대로 개인의 자전거 보험 가입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2009년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당시 전체 보험료에서 개인이 부담하는 비중이 전체 54%였다. 이 비중은 해마다 줄어 현재에는 전체 보험료에서 5%에 남짓한 비중을 차지할 뿐이다. 이는 지자체의 보험 비중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탓도 있지만 보험료 총량에 있어서도 매년 축소하는 경향을 보여 개인 자전거 보험의 실종을 예고하고 있다.
사실 지자체의 자전거보험 자체도 안전한 것은 아니다. 비록 양적으로 계속 커지고는 있지만 보험이 보장하는 수준은 매년 위협을 받고 있다. 보험회사의 손해율이 막심하기 때문이다. 처음 시작할 때 100% 미만으로 양호한 시작을 보였던 지
자체 보험의 손해율은 점차 오르기 시작하더니 2011년에는 손해액이 보험료의 두배에 달하기 시작했다. 2012년에는 조금 완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자전거보험은 영리를 추구하는 보험회사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제안이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지자체의 성화에도 재계약을 꺼리는 보험회사도 있으며, 보장을 낮춰 손해율을 낮추고자 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정말 자전거 보험이 필요해?
그런데 정말 우리에게 자전거 보험이 필요한 것일까? 시장논리에 따라 필요로 하는 자가 적다면 도태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개인 보험의 경우에는 손해율이 높아 보험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입힐 뿐 아니라 가입율도 낮아 그것의 당위성 자체에 의문이 든다. 하지만 공적으로 운영되는 단체보험의 경우는 보다 복잡하다.
기업은 매년 막대한 적자를 물어야 하는 자전거 보험 사업에서 발을 떼고 싶어 하는 반면, 지자체는 자전거 보험에 대해 점차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공공성차원에서도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도록 유도하고 그들의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정작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자전거 보험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1. 자전거는 안전하다는 믿음
여전히 자전거 보험은 알 만한 사람만 아는 이야기다. 보험연구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자전거 보험에 ‘보통 이상’으로 알고 있는 사람은 총 2.9%로, 충격적인만큼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에 반해 모른다고 답한 사람은 72.2%에 달했다.
비록 보험에 대해 알고 있을지라도 자전거 사고 자체가 그리 위험하지 않다는 생각이 지배적이기는 하다. 역시 같은 기관인 보험 연구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자전거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 보험 자체를 몰랐다는 대답(42.1%) 다음으로 자전거사고의 위험성을 느껴본 적이 없다는 대답(40.2%)이 가장 많이나왔다. 실제 설문 응답자 중 90%에 가까운 사람들은 자전거 이용 중 사고경험이 없거나 경미한 사고를 당했다고 답했다. 그러다보니 77%의 사람들이 헬멧을 착용하지 않을 만큼 자전거 사고에 둔감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2. 늘어나는 자전거 사고
자전거에 대한 인식은 이중적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는 안전한 탈 것이라고 믿고 또 증언하고 있지만, 실제로 자전거는 점차 위험해지고 있다. 교통사고 분석자료집를 살펴보면 자전거 사고는 꾸준히 증가하여 2011년에는 만 건을 넘기고 있으며, 그 중 사망자는 연간 약 300명에 달한다. 전체 교통사고에서 자전거 사고가 차지하는 점유율도 2001년에 3.8%인 것에 비해 2011년에는 5.5%로 늘어 자전거의 사고율이 부쩍 늘었음을 알 수 있다.
무서운 사실은 자전거 사고 중 자전거가 피해자인 사고가 전체 77.6%에 달했는데, 그중 사고의 가해자 94.9%가 차량이라는 것이다. 자전거가 가해자일 때도 68.6%의 경우로 상대가 차량이기 때문에 역시 위험하다. 즉, 발생할 확률이 적긴 하지만 일단 자전거 사고가 났다하면 자동차와 부딪힐 확률이 월등히 높다. 교통법상 자전거가 일단 차량으로 분류되긴 하지만 사고 시에는 자기방어가 통상적인 보행자보다 결코 양호하다고 볼 수 없는 형편을 감안해볼 필요가 있다. 흔히 말하는 ‘과부틀’은 앞으로 모터사이클만 지칭하는 단어는 아닐지도 모른다.
3. 보험비는 ‘내’가 아니라 ‘지자체’가 내야 한다는 태도
이중적인 요소는 자전거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뿐 아니라 보험을 바라보는 태도에서도 드러난다. 설문자는 지자체의 자전거보험 가입 사례에 매우 우호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다른 설문에서 모든 자전거 소유자가 의무적으로 보험에 가입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반대가 40%에 달한다.
이는 지자체가 마련하는 공공서비스의 하나로서 자전거 보험은 환영하지만 생활에 가까운 교통수단으로서 자전거에 직접 비용을 투입하기는 여전히 머뭇거리는 일반적인 인식이 공공연히 드러난다. 국내에서 여전히 자전거 문화는 특정한 여가생활을 가진 사람들의 영역에 머물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자신이 ‘자전거를 탈 때’만큼은 지자체가 마련한 보장 범위 안에 머물려고 하지만, 자동차 보험만큼 자전거 보험이 생활에 필수적인 것으로 느끼지는 않는다.
보험회사가 자전거보험 판매를 겁내는 이유
현재 자전거 보험을 판매하고 있는 회사는 흥국, 롯데, 현대, LIG, 동부, 삼성, 한화 이상 7개 회사다. 이중 흥국, 롯데, 한화는 상품을 신고하였으나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나머지 회사 중에서 삼성과 현대만이 지자체 단체 보험뿐 아니라 개인을 위한 보험도 판매하고 있다. 나머지 회사는 실적이 미약하거나 보험 판매를 중지하고 말았다. 아쉽긴 해도 보험회사가 자전거보험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기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1. 손해율의 증가
자전거 보험회사를 얼어붙게 만든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보험상품의 손해율이 상당하다는 사실이다. 이것이야 말로 자전거 보험 판매를 꺼리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다. 해가 다르게 자전거 보험시장의 총규모는 늘어났지만 그 내실은 부실한 편이다. 지자체 중심의 단체 보험은 보험료의 대부분을 차지할 만큼 늘었지만 개인 보험이 오히려 고사되면서 자전거 보험의 공공성은 결국 누구의 책임도 아닌 것이 되었다. 결국 이것은 보험을 악용하려는 모럴해저드로 이어지는데, 이것을 보험사가 근절하기는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
한편 이것과 상관없이 상해진단위로금과 같이 보장하지 않아도 될 가벼운 수준까지 보장하여서 보험사가 손해를 자초한 경우도 있다. 자전거 보험의 손해율이 높아지는 가장 큰 요인은 크게 다친 사람이 많아서라기보다는 사소한 상처에도 치료를 요구하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통계를 살펴보면 손해율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이런 상해 진단 위로금과 같은 것이다.
2. 협소한 시장규모
시장 자체의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오랜 세월 동안 문을 닫거나 무실적 상태에 있는 보험회사가 많은 이유는 손해율은 둘째 치더라도, 자전거 보험은 보험료의 총액 자체가 작은 매력 없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자전거 전용보험은 그다지 쓸모없는 상품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자전거 보험에서 보상받을 수 있는 대부분의 케이스는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상해보험과 보장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서 말한 바처럼 자전거를 운송수단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그로인해 생기는 사고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3. 역선택
역선택은 보험에 가입한 인원이 그 보험의 혜택을 많이 받을 사람으로만 구성되어 손해율이 높아진 현상을 말한다. 이것은 자전거 보험가입이 의무화되지 않은 국내에서 손해율을 높이는 주범이다. 보험의 혜택을 받을 확률이 높은 사람만 보험을 구입하는 것은 개개인으로 보면 합리적인 소비 같지만, 보험료에 비해 손해율을 높여 개인 보험 자체를 위태롭게 할 뿐만 아니라 결국 보험료 상승과 연관되어 시장 규모를 더더욱 협소하게 만드는 악마의 쳇바퀴를 굴리는 꼴이 된다.
4. 모럴해저드
가입자의 모럴해저드는 상황에 의해 부추겨지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보험 설계상의 오류가 있거나 보험이 보장하는 혜택이 지나치게 좋은 경우, 또는 보험측에서 손해 정도를 따지기가 어려워 손쉽게 손해 이상의 보상을 얻어낼 수 있으면 모럴해저드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이때 보험은 실제손해를 메꾸어주는 ‘실손보상’의 원칙을 벗어나 도박 또는 보험사기에 가까워진다. 분명 이때 문제가 되는 것은 보험 가입자의 ‘도덕성’이지만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보험 가입자가 아니다. 그렇다고 보험회사의 잘못일까? 물론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지자체가 가입하는 단체보험의 경우 보험의 수혜자가 주민이라는 불특정 다수로 설정되어 있다. 그런데 보험회사는 주민 하나하나가 어떤 자전거를 타고 어떤 용도로 자전거를 이용하는지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보험회사의 노력만으로는 모럴해저드가 일어나는 환경을 바꿀 수 없는 뜻이다. 결국 제도의 개선이 불가피하다.
자전거 보험의 미래
풀이과정이 복잡한 문제가 의외로 해답은 단순한 법. 자전거 보험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러저러하지만 해결책은 의외로 단순하다. 양적으로 보험시장을 의무화하여 역선택의 늪을 피하고 개인 보험의 종류를 더욱 세분화하는 것이다.
1. 의무화
보험의 의무화에 대해서는 상당한 찬반논쟁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앞으로 자전거가 자동차만큼 대중교통 수단 중 하나로서 인정을 받게 된다면 자전거 보험 역시 자동차 보험처럼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할 날이 올 것이다.
자전거 보험이 의무화가 된다면 자전거 보험시장의 총량은 커질 것이고, 그만큼 사람들에게 보장할 수 있는 수준은 높아지면서 개개인에게 부과되는 부담은 낮출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보험을 적게 내는 사람부터 보험을 많이 내는 사람들까지 가입되어 있기 때문에 역선택의 문제에 빠지지 않는다.
2. 세분화
자전거는 하나지만 자전거를 사용하는 용도는 천차만별이다. 동일한 보장조건을 내세우기보다는 보험의 종류를 다양화하여서 개개인의 구미를 당기는 상품을 내놓는 것이다. 예를 들어 출퇴근이나 통학을 자전거로 하는 사람에게는 자전거 상해를 고액 보장하는 담보를 추가하고 배상책임에 중점을 둔다. 한편 레저용 자전거 보험에는 고가의 자전거를 보장할 수 있는 내용을 얻는 등과 같다. 지극히 개인적인 사정을 반영한 세분화 전략은 보험사로 하여금 소비자의 성향과 정보를 파악하여 정확한 손실을 계산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
3. 상해가 아닌 대인보험
지자체에서 가입한 자전거 보험은 대인보상이 아닌, 오로지 상해위로금만 보장한다. 그런데 상해 보상은 다른 상해보험과 중복되는 경우가 많아 큰 메리트가 없을뿐더러, 보험사 입장에서도 손해율을 높이는 주요한 원인이 된다. 또한 대인보험의 경우 자전거를 타지 않는 일반 시민에게도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에 지자체가 자전거 보험을 들 때 예상되는 반대도 크게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자전거를 타는 입장에서도 상해 위로금보다 대인 보상이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 예상된다. 그러므로 상해위로금을 없애는 대신 대인보상으로 변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4. 자전거 등록제 연계
자전거 등록제는 주로 도난 방지 차원에서 주로 논하던 소재였다. 자전거 보험에서도 등록제는 유용하다. 만약 자전거 등록제가 시행됨과 동시에 도난과 파손의 위험이 크게 줄 것이고, 이것은 보험의 리스크 관리에 있어 이득이 된다. 또한 등록된 자전거만 보험에 가입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면 회사는 등록된 자전거에 대해 보다 잘 알게 되고 그 결과 손해사정에 더 밝아지게 된다. 보험회사가 철두철미한 정보를 갖고 있다는 것은 자사의 손해율을 낮추는 한편 미연에 생길지도 모르는 모럴해저드를 방지할 수 있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물론 적절한 문제제기와 해결법이 제시되었다고 해도 상황은 단번에 호전되지 않는다. 이것은 현실에서 일어난 문제이고 수학문제처럼 해답을 안다고 곧 문제해결에 다가서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론은 이론일 뿐이다. 그것을 적용하려면 많은 비용을 들여야하는 것은 물론, 우호적인 여론이 형성될 때까지 기다리는 미덕도 필요하다.
우리나라만 자전거 보험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냐면 그렇지도 않다. 실은 모든 자전거 선진국들이 거쳐 간 길을 우리가 뒤따라가고 있는 것뿐이다. 현실을 그저 긍정적으로 바라보아서는 안 되겠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비관적일 필요는 없다.
일본은 자전거 등록제를 실시한 후 십 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가장 성공적인 자전거 제도를 가졌다는 네덜란드조차 자전거를 생활수단의 전면에 내세우는데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우리나라에서 자전거의 붐이 일어난 시기를 90년대 중반부터라고 보아도 아직 이십년도 채 되지 않았다. 변화는 더디게 찾아온다. 2009년에 시행된 지 몇 년이 지난 이후에야 가까스로 우리는 자전거 보험에 대해 할 말이 생겼을 뿐이다. 역시 로마는 단숨에 세워지지 않는다.
*본문에 참고한 모든 정보 및 자료는 안전행정부에서 공개한<자전거보험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방향 연구(2013.12.10)>에서 인용함
자전거 보험 저도 존재에 대해서 처음알았는데.. 활성화대고 대중화되면 좋을거 같내요 점점 자전거 타는 인구도 늘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 자전거 등록제도 좋다고 생각하는데 아직 넘어야 할 산들이 많은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