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자전거 판매 방식의 변화와 숍의 진화 [더바이크]
자전거 판매 방식의 변화와 숍의 진화
온라인 마켓은 단지 판매 방식의 변화뿐 아니라 유통구조의 변화까지 몰고 왔다. 오프라인 점포를 없애는 것을 넘어 중간 유통 단계까지 없애는 구조 까지 넘어온 것이다. 바로 생산자 직접 온라인 판매 방식이다. 과연 이 방식은 궁극적인 자전거 유통의 혁명일까? 아니면 시장 자체를 위협하는 판도라의 상자일까? 그리고 기존의 숍은 과연 어떻게 변화 발전해야할까?
일명 아재라 부르는 세대들은 용산을 들락거리며 컴퓨터를 조립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길고 좁은 골목을 헤매고 다니면서 좀 더 싸고 좋은 상품을 구하기 위해 발품을 팔았다. “얼마까지 알아보셨어요?”라는 판매원들의 익숙한 어투는 이제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고, 요새는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클릭 몇 번으로 최저가나 최신 상품을 비교해 준다.
자전거도 이제는 별반 다르지 않다. 컴퓨터같은 상품보다는 조금 늦었지만 지역 상점을 돌며 제품이나 가격을 비교하는 사람은 줄어들고 온라인을 헤매고 다니는 이들이 많아졌다. 거기다 동네나 나라를 넘어 전 세계에서 가장 싸게 팔거나 희귀한 제품을 살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빼곡히 자전거가 전시된 숍에서 신기한 눈으로 자전거를 둘러보다가 상담도 제대로 못 받고 나온 경우가 많았다. 단순한 판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공간이었다. 하지만 현재 숍은 대형화, 전문화 되었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변모하였다. 편하게 둘러보고 상담 받고 차도 한잔 하면서 제대로 된 고객 응대를 받는 것이다. 이러한 숍의 변화에는 선진화된 시스템과 막강한 자본을 등에 업은 외국 자전거 직배사가 있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거기다 몇 년 사이에 불어 닥친 로드바이크 인구의 증가는 숍의 폭발적인 증가와 더불어 젊은 소비층의 유입을 이끌어 내었다. 이러한 변화의 매개체이자 그 주체로서 20~30대 젊은 층이 자전거 문화를 이끌고 있다. 하지만 숍의 폭발적인 증가는 자전거의 유입 인구를 따라가지 못하고 공급 과잉을 초래하고 있다. 거기다 온라인 판매의 증가는 기존 오프라인 숍의 크나큰 위험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온라인 구입에 능숙한 젊은층이 로드바이크 시장을 이끌고 가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숍의 재편
좀 더 암울한 이야기지만 미국의 오프라임 매장 수는 암스트롱의 등장과 더불어 2001년 최고를 기록하다가 현재 42%나 감소했다고 한다. 대신 상점의 크기는 좀 더 대형화하여 매출을 유지하고 있는 수준이다. 매장 수의 축소는 미국을 넘어 우리나라에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점포를 직접 운영하고 있는 점주의 대다수가 매출 하락에 요인으로 과다경쟁을 꼽고 있다. 결국 어떤 식으로든 매장 수의 재편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러한 현상은 소매점뿐 아니라 공급사에도 영향을 미쳐 판매 비즈니스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바로 그 중 하나가 캐니언과 같은 공급사 직접 판매 방식이다.
미국만 하더라도 올해 8월 캐니언이 진출을 하였고 다른 업체들도 준비 중이라 자전거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것에 대비하여 이미 자이언트와 트랙이 작년부터 직접 판매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O2O 서비스
현재 트렉과 자이언트는 미국에서 O2O 방식으로 자전거를 판매하고 있다. 물론 집까지 배송도 가능하지만 숍보다 가격을 더 지불해야 한다. 기존 자사의 제품을 판매하던 대리점과의 충돌을 피하고 협업을 위한 하나의 대안으로 볼 수 있다.
국내에도 이러한 서비스를 자전거 판매에 활용하여 본격적인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 곳이 바이클로다. 바이클로에서는 O2O 서비스를 이용하여 다혼을 판매하고 있다. 판매를 위한 공식 사이트에서 제품을 구입한 후 구매자가 근처 숍에서 제품을 받는 방식이다. 온라인에서 예전부터 판매가 활발하던 제품으로 조립이나 세팅에서 어려움을 겪는 소비자에게는 여러 가지로 좋은 서비스다.
“다혼은 온라인 40%, 오프라인 60%의 구매비중을 가지고 있는 브랜드에요. 온라인의 비중이 높은 편이죠. 그러다보니 온라인 구매자들이 사후 서비스나 워런티 부분에서 많은 불편함을 겪었던 것이 사실이에요. 기존 온라인숍에서 사후 서비스를 받는다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거든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가장 좋은 모델이 바로 O2O 서비스라고 봐요.”서비스기획을 맡았던 김민철 과장의 대답이다.
앞으로의 전망
그렇다면 과연 O2O가 모든 판매 방식을 뒤엎는 독점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을까? 이 부분에 대해서 김민철 과장은 이렇게 답을 한다.
“온라인 구매자는 사실 초보자나 입문자가 많은 것이 사실이에요. 자전거를 잘 아는 사람은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을 더 선호하죠. 즉 온라인과 오프라인 구매자가 각각 존재하며 그 시장을 형성하고 있어요. 분명 온라인 시장이 커지고는 있지만 오프라인이 아예 없어지지는 않죠. 단지 오프라인 시장에서의 충격파가 크므로 그것을 상쇄하고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O2O가 필요하다고 보는 거죠.”
비단 오프라인 숍의 앞날을 걱정하는 기사는 국내만이 아니다. 외국에서도 똑같은 걱정과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현재 자전거 온라인 시장은 그 파급력으로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판매방식의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전통적인 판매기법을 뿌리부터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외국의 어떤 숍은 약 7만원의 비용을 지불하면 고객에게 맞는 지오메트리를 측정하여 자신들의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수많은 프레임과 매칭시켜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동시에 온라인 주문대행과 함께 배달된 자전거를 받아 세팅까지 해준다. 어찌 보면 O2O 서비스의 새로운 버전처럼 보인다.
결국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의 문제가 아니다. 단지 온라인이라는 거대한 물결 앞에서 재빠른 변신과 발전만이 생존의 열쇠라는 것을 알 수 있을 뿐이다. 필자가 할 수 있는 말은 이 정도다.
“우리나라는 변화가 필요할 때는 굉장히 빠르다.”
editor 배경진
(본 기사는 더바이크 7월호 '대한민국 자전거 온라인 시장 대탐구 기사'를 재편집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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