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나절의 조선 여행 - 수원 화성 코스 [더바이크]
반나절의 조선 여행
수원 화성 코스
화창한 날씨 덕분에 동호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자전거 한 번 타볼까?’는 생각을 가장 많이 하는 시기다.
이에 자전거를 전혀 타지 않았던 사람부터 즐겨 타는 사람까지 모두가 즐기기에 적합한 화성 코스를 소개한다. 성곽 곳곳을 거닐다보면 마치 조선시대에 와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editor 인유빈 photo 이성규 rider 배경진, 박성용, 인유빈
가볍게 떠나요
이전의 코스는 중장거리나 산이나 강, 호수를 낀 지역 또는 훈련처럼 느껴질 수 있는 오르막, 내리막이 있는 다이내믹한 곳들을 주로 소개해왔다. 어찌 보면 자전거에 흠뻑 빠져있는 전문 동호인들의 눈높이에 맞는 장소들이였다.
4~5월은 화창한 날씨 덕분에 동호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자전거 한 번 타볼까?’는 생각을 가장 많이 하는 시기이다. 이에 자전거를 전혀 타지 않았던 사람부터 즐겨 타는 사람까지 가뿐히 즐기기에 적합한 수원 화성 코스를 소개한다.
우리는 구석구석을 보다 여유있게 거닐어보기 위해 클릿슈즈 대신 운동화를 택했다. 각자 자전거를 챙겨갔기에 자가를 이용했으며, 화성행궁 주차장을 이용했다. 만약 자전거를 챙길 여유가 없다면 공유자전거를 타고 돌아보는 것도 좋다. 성곽 주변만 돌아본다면 총 10km 이며 우리와 같이 서호를 한바퀴 도는 경로를 추가하면 총 20km를 달리게 된다.
▲멋쟁이 라이더가 유독 많던 수원(좌상)/ 요즘 핫한 수원왕갈비통닭을 맛볼 수 있는 곳(좌중간)/ 아기자기한 행궁동 벽화마을(좌하)/ 순대볶음이 유명한 지동시장(우)
성곽 정복
수원 화성은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조선 제22대 정조대왕이 1794년 1월에 착공해 2년 9개월만인 1796년 9월에 완공한 성곽이다. 동서남북 순으로 창룡문, 화서문, 팔달문, 장안문으로 이루어져있으며 문을 따라 성곽이 이어져 있다. 이를 따라 곳곳을 거닐다보면 마치 조선시대에 와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우리는 자전거를 타고 4개의 문을 모두 들러보기로 했다. 화성 행궁 주차장을 벗어나 가장 처음으로 향한 곳이 팔달문(남문)이다. 근처에 동남각루가 있는데 이곳부터 동문인 창룡문(동문)까지는 성곽 외부를 따라 쭉 달릴 수 있다.
창룡문에 다다르자 넓고 푸른 잔디밭이 펼쳐져 있었다. 장소만 보면 영락없는 조선시대인데 현대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거나 사진을 찍는 등 저마다의 방법으로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창룡문 건너편의 동장대 부근에는 국궁 체험장이 있는데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체험해봐도 좋을 것 같다.
▲화성의 정문인 장안문
이를 뒤로하고 우리는 창룡대로를 통해 달렸다. 얼마 지나지않아 좌측으로 수원통닭거리가 보이고 지동시장으로 가는 길이 나왔다. 인기 영화로 인해 통닭거리에서는 ‘수원왕갈비통닭’ 메뉴가 가장 눈에 띄었다. 조금 더 들어가면 지동시장이 나오는데 순대로 유명하다. 순대볶음, 곱창전골 등 맛집이 많다. 출출하다면 이곳에 들러 먹거리를 즐기는 재미도 쏠쏠하다.
정신을 차리고 통닭거리 부근으로 돌아오니 아까 주차했던 화성 행궁이 건너편으로 보였다. 큰 대로로 가기 전 우측으로는 행궁동 벽화마을이 있어 둘러볼 수 있었다. 작은 골목길에 여러 그림들이 있어 사진찍기에 좋았다. 행궁동에서 다시 큰 대로로 나와 직진하면 화성의 정문인 장안문(북문)이 나온다. 4개의 문 중 가장 크며, 국보 1호인 서울의 숭례문보다 규모가 훨씬 크다. 문 안으로 자전거를 타고 지날 수 있어 그 당시의 역사가 더욱 와 닿았다.
장안문 외부로는 수원시에서 운영하는 자전거 택시와 관광차인 화성 어차가 다니는 전용 도로가 있다. 이를 통해 주요 관광지를 다닐 수 있기에 인기가 좋다. 우리는 어차가 다니는 경로인 화서공원과 팔달산공원 안으로 향했다. 팔달산 공원은 한적해 라이딩을 하기에도, 휴식을 취하기도 좋았다. 산 안에 꾸며놓은 공원이라 나무와 꽃 냄새가 가득했고, 근방에는 화성을 축성한 정조대왕 동상도 있었다.
▲△정차중인 자전거택시 발견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쭉 이어진 성곽길 △▲단오 가페에서
공방거리에서의 휴식
팔달산 공원을 내려와 화성 행궁으로 부근으로 돌아왔다. 행궁 바로 옆 골목에는 공방거리가 유명하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거리 자체가 분위기가 있고 도예, 인두화, 나전공예, 한복 등 공방마다의 특색이 달라 구경거하는 재미가 있었다. 일일 체험도 많아 미리 알아두고 가면 좋다.
우리는 목도 축일 겸 휴식을 위해 공방거리 내 ‘단오’라는 전통 수제차 집으로 들어갔다. 차는 물론 커피, 떡, 빙수 등을 팔았다. 이 곳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제호탕’과 커피를 시켰다. 제호탕은 정조가 수원 화성을 축성할 때 신하와 인부들이 무더운 여름을 잘 이겨낼 수 있도록 직접 제조해 내려 보낸 기록이 있다고 한다. 배탈과 설사를 멎게 해주는 효능이 있다는데, 라이딩후 갈증을 해소하기에 제격이였다. 새콤하면서도 달지 않았고, 곱게 갈린 얼음 위에 잣이 올라가 있었다.
수제차 전문이기에 커피맛은 그저 그럴 줄 알았으나 웬만한 커피 전문점 저리가라하는 고급스런 맛에 놀랐다. 끝맛의 텁텁함이 전혀 없고 깔끔한 것이 특징이었다. 월드 로스팅 챔피언의 원두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 맛의 비결인 듯 하다. 카페 단오의 커피와 차는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모둠떡 세트와 함께 즐기는 것을 추천하는데, 제호탕과도 커피와도 아주 궁합이 좋았다.
▲팔달산 공원으로 들어가는 길
돌아본 후
화성을 돌다보며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오히려 서울보다 더 한적하게 옛 문화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제는 외국인 친구에게 서울의 경복궁이나 광화문만을 추천할 것이 아니라, 수원 화성 코스도 적극 추천할 것 같다. 마치 조선시대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수원 시민이라면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는 코스지만 필자와 같은 타 지역 라이더들에게는 색다른 경험이다. 그리고 매일 지나다니던 길도 자전거로 달려보면 또 다른 느낌이 들 듯 이곳도 분명 그러할 것이다. 또 낮과 밤의 풍경이 달라 밤에도 한 번 더 방문해보고 싶다.
성곽만을 도는 것이 부족한 사람은 천을 따라 쭉 달려볼 수 있는 황구지천 코스나 서호를 포함한 화서역 주변 코스도 함께 달려보는 것을 추천한다. 수원시청 홈페이지(www.suwon.go.kr)에 들어가면 자전거 코스가 소개되어 있으니 참고할 수 있다.
대부분 일반인 수준에 맞는 코스이므로 크게 다이내믹하지는 않지만, 주변에 자전거를 입문시키고 싶은 지인이나 친구, 데이트 하고 싶은 연인 또는 가족과 함께 달려보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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