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령, 진부령 - 최북단 두 개의 봉우리 넘어 봄을 맞이하다 [더바이크]
미시령, 진부령
최북단 두 개의 봉우리 넘어 봄을 맞이하다
온 산과 들녘이 봄꽃으로 물들었다. 산에는 붉은 진달래가 지천으로 피어나고, 벚꽃, 개나리가 들판을 수놓는다. 발 밑에는 냉이와 제비꽃 등 야생화가 봄을 알린다.
그러나 미시령 초입에서 바라본 설악산에는 아직도 잔설이 남아 있어 이국적인 풍경이 연출된다. 강원도의 봄은 이렇게 조금씩 천천히 다가온다. 이번호에는 우리나라 최북단에 있는 진부령과 미시령을 넘어 봄맞이 라이딩에 나섰다.
강원도의 봄은 천천히 오나보다. 하늘은 맑고, 햇살은 따스한데 봄바람은 여전히 차갑게 느껴진다. 육지영 대표 일행과 만나기로 한 고성종합운동장에 일찍 도착해 장비를 테스트 하는데 손이 시려울 정도로 찬 바람이 쌩쌩 분다. 언뜻 옛 기억이 떠올라 걱정이 앞선다.
이번 코스는 대략 고성종합운동장에서 출발하여 죽왕면 일대를 지나 7번 국도로 접어들어 송지호, 삼포, 백도 등 동해안을 끼고 달린다. 이후 다시 내륙으로 들어서면 경사가 계속 이어지고, 잼버리캠핑장부터 정상까지는 계속 업힐이 이어진다. 정상에서 미시령을 내려간 다음 용대리 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진부령으로 올라간다. 진부령에서 고성종합운동장까지는 거의 내리막으로 위험한 구간도 있지만 수월하게 도착할 수 있다. 총 거리는 약 75km 정도로 중상급 라이더는 어려운 코스는 아니지만 초급자에게는 다소 힘들 수 있어 사전에 준비가 필요하다.
일행이 도착해 간단한 코스에 대한 설명과 함께 채비를 단단히 하고 라이딩에 나선다.
▲미시령으로 오르는 길에서 바라본 설악산은 아직도 잔설이 쌓여 있어 이국적인 풍경이 연출된다
봄과 겨울 풍경에 취하다, 미시령
출발지인 고성종합운동장 주변에는 벚꽃이 피어 그나마 봄인가 실감된다. 다소 찬바람이 불긴 하지만 따스한 봄 햇살과 아름답게 피어난 봄꽃들을 위안 삼아 라이딩을 이어간다. 코스 초반에는 낮은 업 다운힐이 이어진다. 추운 찬 바람을 이겨내고 미시령 정상을 향한 위밍업 하기엔 적당한 코스 구성이라 여겨진다.
들녘에는 봄꽃들이 지천으로 피어 있지만, 아직 들판은 황량할 정도로 무채색을 띠고 있다. 간혹 농사 준비를 위해 논갈이를 하는 농부들의 모습이 띄엄띄엄 보일 정도다.
그러나 군데군데 벚꽃이 하늘을 가릴 정도로 피어나 있어 힘든 라이딩에 위로가 될 정도이다. 봄 바람이 불어 눈 내리듯 벚꽃 잎 흩날리면 이 또한 봄맞이 라이딩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주변 풍경에 취해 달리다 보면 어느 새 미시령 초입에 들어선다. 미시령으로 오르는 길에서 바라 본 설악산은 아직도 잔설이 쌓여 있어 보기 드문 이국적인 풍경이 연출된다. 그 모습이 아름다워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조금 더 오르면 설악산 울산바위 전경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가 나타난다. 잠시 미시령 정복을 위해 간식과 함께 휴식을 취한다. 이 곳에서 바라보는 울산바위는 절경을 이룬다. 아직 채 녹지 않은 눈 덮힌 설악산과 바위로 이루어진 웅장한 울산바위가 어우러져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곳에서 미시령 정상까지는 약 7km 정도로 가파른 업힐의 연속이다. 매년 이곳에서 미시령 힐클라임 대회가 열리기도 하여 대부분의 라이더들은 매우 익숙한 곳이기도 하다. 군데군데 진달래가 꽃망울을 터트려 봄이구나 싶지만 불어오는 찬바람과 아직 돋아나지 않은 새싹은 영락없는 초겨울 분위기이다. 도로 중간중간에는 아직 녹지 않은 눈도 쌓여 있을 정도다. 그러나 미시령 구간은 자전거 전용 우선 도로로 지정되어 있으며, 미시령터널이 생기면서 차량 통행이 많지 않아 업힐을 즐기는 라이딩에 제격이다.
꾸역꾸역 몇 굽이를 돌고 돌아 정상에 올라서면 힘든 업힐을 보상이라도 하듯 멀리 동해 바다와 힘들게 올라 온 굽이진 미시령 옛길이 한 눈에 들어온다. 아름답다. 그저 아름답다라는 생각뿐이다. 이 순간 무슨 표현이 더 필요할까.
미시령 정상에는 목조 건축으로 지어진 휴게소가 사라지고, 이제는 아담한 미시령 탐방지원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주변에는 미시령비와 함께 옛길에 대한 설명과 이석 시인의 미시파령이란 시를 새긴 시비도 새롭게 자리하고 있다. 또한 미시령 정상에서 바라 보는 일출과 인제 방향으로 바라보는 일몰은 장관을 이룬다.
이곳 미시령 정상에서 내리막으로 들어서면 행정구역이 강원도 고성군에서 인제군으로 나누어진다.
휴식도 잠시, 이제부터는 용대리 삼거리까지 계속 내리막이다. 오르막보다 내리막이 항상 더 위험하다. 고성에서 올라오는 것도 힘들지만 미시령은 내리막도 구불구불 급 커브 구간이 많아 매우 위험하다. 제법 난이도가 있는 구간이다.
최북단 진부령에 올라서다
무사히 내려오면 용대리 삼거리가 나온다. 용대리는 황태덕장으로 유명한 곳이다. 점심시간을 훌쩍 넘겨 도착해 허기진 배를 황태구이 정식으로 먹었다. 정말 꿀맛이다.
이제 진부령을 올라가야 하는데 찬바람에 허기진 배를 달래니 몸이 늘어진다. 하지만 인제에서 고성방향으로 오르는 진부령(해발 530m)은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어 쉽게 오를 수 있다. 정상에는 진부령 미술관과 카페, 식당 등이 자리하고 있어 쉬어 가기에 안성맞춤이다.
진부령은 오르막보다는 인제에서 고성 방향으로 내리막 길이 더 험난하다. 반대로 고성에서 인제 방향으로 올라오는 업힐도 미시령 만큼은 아니지만 힘들긴 마찬가지이다. 잠깐의 휴식을 취하는데 찬바람이 길을 재촉한다.
진부령에서 출발지인 고성종합운동장까지는 거의 내리막이 이어진다.
진부령 내리막 초반에는 공사 구간이 두 군데나 있어 조심해야 한다. 또한 대형 덤프트럭이 공사 자재를 운반하고 있어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공사 구간 중간에는 급커브에 방지턱도 설치되어 있다.
특히 긴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면서 낙석의 위험과 함께 아스팔트 곳곳이 갈라져 있어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진부령 구간을 벗어나면 한적한 마을길이다. 울긋불긋 칠해진 지붕과 곳곳에 피어난 벚꽃이 산촌마을을 더욱 아름답게 물들인다. 몇 개의 마을을 지나고 검문소로 유명한 대대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북천교를 건너 우측으로 들어서면 고성종합운동장에 도착한다.
최근 고성군은 자건거 대회의 메카로 급부상하고 있다. 투르드 DMZ, 투르드 코리아를 비롯하여 미시령 힐클라임대회, 고성그란폰도 등 다양한 자전거 대회가 연중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층 더 성숙해진 자전거 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글 사진 이성규
라이더 육지영(그릿그라운드 대표), 김광오(한체대 대학원생, 사이클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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