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이런 곳이 있었어? - 충남 아산 [더바이크]
어머, 이런 곳이 있었어?
충남 아산
아산은 수도권에서 1시간에서 1시간 반이면 갈 수 있다. 당일치기 여행에 부담이 없다. 곳곳에 은근히 가볼만한 곳도 많고 자전거도로도 잘 되어 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국내 최대 태양광 자전거 도로였다. 신정호부터 봉곡사까지 약 70km의 여정을 소개한다.
아산의 자랑, 신정호
신정호는 1926년에 만들어진 인공호수이다. 약 10여년 전에 왔을 때는 시설도 낙후되어 있고 주변에 편의시설도 많지 않았는데,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4년 동안의 대대적인 공사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관리가 잘된 식물, 산책로와 데크, 주변 쉼터 시설이 눈에 들어왔다. 이러한 꾸준한 관리 덕분에 지금은 아산시민 뿐만 아니라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관광 명소로 꼽히고 있다.
호수 안쪽의 산책로는 보행자 전용으로 자전거가 들어갈 수 없어 아쉬웠으나, 바깥쪽으로 따로 마련된 자전거 도로를 이용하니 보행자와 부딪히는 일이 없어 마음 놓고 달릴 수 있었다. 거치대에 자전거를 두고 산책로에 들어가 보았는데, 공원 내 스피커에서는 잔잔한 클래식이 흘러나왔다. 신정호를 바라보며 의자에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좋았다.
호수 주변에는 카페가 많다. 빵을 직접 구워 판매하는 유명한 베이커리 카페도 있고, 일찍부터 오픈해 브런치를 파는 카페도 있다. 필자도 마침 출출해 주변에서 브런치를 즐긴 후 다음 장소로 떠났다.
좋다는 말밖엔, 태양광 자전거도로
아산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을 아직 모르는 이들이 많다. 온양온천역 부근부터 10.2km의 구간에 국내 최대 태양광 자전거 도로가 있다. 2019년 7월에 개통한 이 곳은 옛 장항선 폐철도 구간을 활용했으며 태양광 패널 2만개가 설치되어있다. 해가 쨍쨍할 때는 아스팔트 열기로 라이딩이 힘들 때가 있는데, 태양광 지붕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어 달리기 좋았다. 다가올 장마 때는 비도 꽤 막아줄 것 같다. 자전거도로이지만 보행자 길도 따로 있어 걷기 운동을 하는 어르신들도 꽤 보였다. 중간중간에는 화장실도 있었다. 대부분 이런 사업은 탁상 행정이 많아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은데, 이곳만큼은 자전거 타는 사람이 제대로 만든 곳 같아 인상 깊었다.
한강 부럽지 않은 곡교천 자전거길
한강 못지않게 볼거리가 많다. 비교적 인적이 많지 않아 주변 풍경을 즐기며 여유롭게 달릴 수 있는게 최대 장점이다. 가을에는 이 부근의 은행나무길이 유명하다. ‘곡교천 은행나무길’이라고 검색하면 수많은 사진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길을 따라 아산의 많은 자전거 도로가 연결되어 있어 이동하기 좋다. 때마침 아름답게 핀 유채꽃을 감상하며 다음 장소인 지중해마을로 이동했다.
이국적인 건물이 이어진 지중해마을
아산의 산토리니라 부르는 지중해마을은 하얀 건물에 파란 지붕이 특징이다. 곡교천 자전거길을 따라 접근하기 편하며, 음식점부터 카페 등이 밀집해 있어 들렀다가기 좋다. 아쉬운 점은 생각보다 규모가 크지 않았고, 가게 앞과 주변에 주차된 차들이 많아 정신이 없었다. 주차를 바깥 공영주차장에 하도록 하고 안쪽에는 보행만 가능하게 했다면 정말 외국으로 관광 온 것처럼 여유를 더 느껴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한다. 약간의 실망감을 뒤로 하고 외암민속마을로 출발했다.
조선시대 간접체험, 외암민속마을
민속촌과 달리 실제로 주민이 거주하고 있는 곳이다. 상류층가옥과 서민층가옥 등 전통한옥 60여채가 있으며, 조선후기 중부지방 향촌 모습을 잘 보존하고 있다.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로 온 기분이 든다. 자전거 입장도 가능해 타고 돌아볼 수 있었는데, 보행자를 배려해 과속은 피하고 좁은 골목에서는 끌바를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소나무가 우거진 천년의 숲길
민속마을까지는 어느 정도 자전거 길을 이용해 이동할 수 있지만 봉곡사까지는 일반 도로를 이용하기 때문에 정신을 바짝차려야 한다. 꽤 긴 오르막에 내리막이 있고 바로 옆에서는 차도 쌩쌩 달린다. 오늘 코스 중 가장 험난한 구간이었다.
봉곡사에 가는 이유는 소나무가 울창히 우거진 천년의 숲길을 달려보기 위해서다. 알게 모르게 이곳은 많은 라이더가 들렀다 가는 코스로 알려져 있다. 이 날도 필자 이외에 많은 라이더가 보였다. 입소문대로 봉곡사까지 올라가는 구간은 장관이었다. 경사는 꽤 있었지만 포장된 산길에서 소나무 사이를 달릴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기에 좋은 경험이었다.
돌아가는 길에는 우연히 발견한 그네를 신나게 탔다. 사실 올라갈 때부터 ‘이따 저 그네를 꼭 타보고 가야지’ 라고 마음먹고 있었다. 그네에 걸터앉으며 끈이 끊어지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금세 적응해 격하게 탔다. 동네 어르신이 만들었을까? 누가 이곳에 그네를 달았는지 참 귀여운 생각이다. 더 높이 타기 위해 신나게 다리를 흔들어 대고 있는 나를 보니 동심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투어를 하며 손에 꼽힐만한 인상적인 순간이었다.
<글 : 류하 / 사진 : 이성규 / 영상편집 : 유승철(WP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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