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그대로의 까칠한 싱글코스 양주 도락산 [더바이크]
자연 그대로의 까칠한 싱글코스
양주 도락산
도락산 코스는 업힐과 다운힐이 굉장히 어렵고 까다롭다는 말을 수 차례 들어온 터라 설레임 보다는 긴장감이 든다. 그리 높은 산은 아니지만 ‘돌의 산’이라는 도락산 명칭의 유래에서 알 수 있듯이 곳곳에 바위와 돌들이 솟아 있어 초보자에게는 부담스러운 코스이다. 한편으로는 까다로운 코스를 좋아하며 새로운 경험과 도전을 즐기려는 다운힐 라이더들의 성지로 알려지며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경기도 양주시에 자리한 꾸미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까칠한 싱글코스로 이루어진 도락산을 소개한다.
글 사진 이성규 라이더 반승철(E-MTB KOREA 대표), 신규철
전기자전거이기에 가능한 업힐
아침 7시. 해도 뜨기전에 도착한 공원묘원은 을씨년스럽고 날씨는 쌀쌀하여 몸이 저절로 움추러 든다. 코스 또한 업힐과 다운힐이 까다롭고 험하다고 하여 마음이 더욱 더 긴장된다. 잠시 해가 올라오기를 기다리며 코스가 까칠한 만큼 무릅과 팔 보호대를 착용하고, 타이어 공기압 등 자전거도 철저히 점검한다.
경기도 양주시에 자리한 도락산은 해발 440.8m로 돌의 산이라는 의미로 돌산을 한자로 쓰이게 되면서 돌악산이 도락산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산 정상 부근에는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하여 돌로 쌓은 보루(요새, 성곽)가 여러 곳에 산재해 있다.
잠시후 코스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함께 출발한다. 벌써 이렇게 날씨가 추워졌나 싶을 정도로 가슴속까지 차가운 공기가 스며들어 숨도 쉬기 어려울 정도이다. 초반에는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달리다 임도를 타고 산길로 접어든다. 얼마쯤 올랐을까. 이제부터는 도락산 정상으로 향하는 싱글 길이 시작된다.
처음에는 전기자전거이기에 무난하게 올라간다. 그러나 얼마가지 않아 이내 멈춰선다. 가파른 언덕이 길을 막아서고 자전거를 끌고 올라서다 다시 타고 가다를 반복한다. 어느 구간에는 큼직한 바위와 돌, 그리고 나무뿌리가 있어 또 다시 끌고 올라간다. 이런 구간이 몇 차례 계속 반복된다. 정말 고난의 업힐이 연속된다. 그러나 일행은 무난하게 박차고 나아간다.
8부 능선 쯤 올라갔을 무렵 산 아래에 짙게 깔린 운해가 장관을 이룬다. 정상에 빨리 올라가면 사진에 담을 수 있을까 싶어 힘을 내어본다. 저 멀리 안테나 처럼 보이는 곳이 정상이다. 힘들게 정상에 올라섰지만 운해도 많이 사라지고 많은 나무가 가리고 있어 시야에 들어오질 않아 아쉬움을 달래며 헬리포트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정상에서 이곳저곳을 둘러보다 돌을 쌓아 만든 보루가 있다는 안내판이 보인다. 삼국시대(고구려) 때 축조된 도락산 3보루라고 한다. 도락산 3보루는 도락산 정상부의 작은 봉우리와 여기서 북서쪽으로 완경사를 이루며 펼쳐진 비교적 넓은 평탄면 위에 구축되어 있다. 이후 라이딩 중에도 여러 곳에서 이러한 보루를 볼 수 있다. 그러나 문화재 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고 방치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어 아쉽다. 보루 주변에는 예전에 탱크나 장갑차를 숨기는 콘크리트 벙커가 흉물스럽게 그대로 남아 있다.
어느덧 해는 중천에 떠 올라 있고 멀리 불곡산(466.4m) 정상과 임꺽정봉이 산그리메를 이루며 실루엣으로 아름답게 다가온다.
낙차 큰 바위와 급경사 이룬 다운힐
정상에서 휴식을 취한 후 다운힐이 시작된다. 떨어진 낙엽이 길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깔려 있어 속도를 내기가 어렵다. 자칫 튀어나온 나무 뿌리나 돌맹이 등에 넘어질 수 있어 조심해서 라이딩을 이어간다. 능선을 타고 달리다 보면 우측으로는 낭떠러지를 이루고 있으며, 어느 순간 바위가 나타나 큰 낙차를 이루며 떨어지고 급경사를 이루고 있다. 이내 멈춰서고 자전거를 끌고 조심조심 내려간다. 코스 가이드를 맡고 있는 반대표와 신규철씨는 이러한 길을 타고 내려 가는데 정말 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필자는 다운힐 내내 브레이크에서 손이 떨어지질 않는다. 그동안 라이딩을 하면서 한번도 다친적이 없는데 세번이나 넘어지면서 정강이를 심하게 다쳐 걷기도 힘들다.
정상에서 팔각정으로 향하는 우측으로는 채석장이 보이고 철조망이 쳐져 있어 걸리지 않도록 해야한다. 특히나 채석장 방향은 천길 낭떠러지를 이루고 있다. 몇 번이나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 갔는지 헤아리기도 어렵다. 코스 자체가 중상급 이상이라면 충분히 모험과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재미있는 코스라 여겨진다.
도락산 코스는 중간중간에 갈림길이 많아 타기전에 미리 숙지하여야 하며, 무릅보호대와 자전거 정비를 충분히 한 다음에 라이딩에 나서야 한다. 또한 코스가 길어 양갱이나 초콜릿 등 허기를 달래기 위한 에너지 보충용 간식도 미리 챙겨야 한다.
타다가 끌다가 넘어지고 오르락 내리락 우역곡절 끝에 팔각정에 겨우 도착했다. 팔각정에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라이딩을 이어간다. 얼마쯤 가지않아 운동을 하는 주민들을 만났다. 갈림길에서 길을 물어 방향을 잡고 가는데 군인이 근무를 서고 있다. 라이딩 내내 멀리서 포성과 총소리가 났는데 물어보니 근처에 사격장이 있어 접근을 막기위해서라고 한다.
팔각정에서부터는 코스가 험하지는 않지만 토질이 마사토여서 물길이 난 푹 패인 길을 달릴 때에는 미끄러지기 십상이다. 여기에 낙엽이 떨어져 쌓여 있어 길이 보이지 않아 더욱 조심해야 한다. 연신 브레이크에 손이 떨어지지 않고 다친 정강이에 통증이 느껴진다. 일행은 어느새 보이지 않고 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시야에서 금새 사라진다.
얼마 가지않아 산속에 돌탑이 보인다. 이 산중에 누가 이런 돌탑을 쌓았는지 궁금해 진다. 내려 갈수록 묘지가 여러 개 나타나고 포장된 길과 만난다. 이곳에서 좌측으로 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면 광백저수지가 나타난다. 저수지를 지나 임도길을 따라 가면 출발지인 공원묘원이다.
그동안 여러 코스를 다녀 보았지만 도락산 처럼 위험한 곳은 처음이다. 날씨가 추워 몸이 움추러든 탓도 있겠지만 부족한 경험과 실력은 전기자전거라도 어쩔 수 없다. 그나마 전기자전거이기에 도락산 코스를 달릴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어느 순간 카메라 백도 버리고 신나고 재미있게 스릴을 즐기며 라이딩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뿌연 흙먼지를 날리며…
도락산 라이딩 반승철(E-MTBKOREA 대표)
전기자전거의 장점이라면 험한 곳도 어렵지 않게 오르는 것이다. 분명 전기가 도와주고 있음을 알면서도 마치 내가 한 것인 양 뿌듯하게 만들어 주는 그 무엇이 있다. 능선을 따라 업힐 할 때 돌과 나무뿌리가 있어 쉽지 않은데다가 아무리 전기자전거라도 적당한 기술이 없으면 내려서 걸어야 할 만큼 거친길이라서 무동력자전거로는 엄두를 못 내는 산인 것 같다.
“업힐은 또 다른 다운힐이다” 라는 말은 도락산을 두고 하는 말 같다.
돌로 이루어진 업힐 미션이 전기자전거를 믿고 도전하게 만들고 실패해도 재미있고 성공하면 기분 좋은 장소가 곳곳에 숨어있는 도락산은 진정 전기자전거를 즐기기에 최적화 되어있는 곳이다.
업힐에서 재미를 받았다면 다운힐에서 쾌감을 느낄 수 있는 산이기도 하다.
도락산은 내려오다 지칠만큼 길고 어려운 코스가 8자방향으로 있어 어느 방향에서도 다운힐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락가든 , 미션 ,레이싱 등 섹션별로 나누어져 있는 것도 매우 좋았고, 특히 락가든의 돌 크기가 보통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꼭 도락산을 가야지만 느낄 수 있다.
산악라이딩 초보자 또는 입문자들은 매우 조심해야 하는 곳이라 중급자들에게 추천한다.
레이싱을 하거나 미션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데 체력적인 안배가 부족하거나 긴장해서 기술이 안 나오게 되면 부상의 위험이 따르게 된다. 바위가 많은 산이라서 더욱 위험하다 판단된다.
중간중간 힘들어 하다가도 입가에는 미소를 띄면서 라이딩하는 동료의 모습이 참 좋은 라이딩이었다.
반승철(E-MTBKOREA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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