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의 유럽원정기] #3. 우연이 주는 여행의 묘미
이런 눈물이다 날라한다. 스파게티 한 접시가 차려져있고 맛나게 생긴 작은 파이 한조각과 출발 후에 힘들면 먹으라고 에너지 겔 두 개랑 독일 내에서 문제생기면 연락하라고 집 번호와 핸드폰 번호까지 남겨 놓았다. 나도 ‘잘 먹었어! 한국에 오는 일이 생기면 꼭 연락해.’라는 메모를 남기고 출발했다. 이거이거 완전 발길이 떨어지질 않는다. 하지만 여행이란 게 만나면 또 헤어지는 법! 떠나야 한다. 글·사진 | 강유
5월 21일. 여행 7번째 날.
이제 본격적으로 달린지 겨우 3일 지났을 뿐인데 몸의 피곤함이 제법 무겁게 느껴진다. 아침에 일어나니 손 발도 조금 부었고 날씨도 찜찜한 것이 별로다. 아니나 다를까 아침 일찍 호텔에서 유럽식으로 아침을 때웠다. 왠지 날이 꿉꿉하니 된장국이 땡긴다. 뭐 배를 채우고 날이 조금이라도 맑아지기를 기다리며 침대에서 뒹굴~! 했다. TV에서는 오늘 아침부터 유럽 전역이 흐리고 비가 온단다. 다른 채널을 돌려보니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내가 제일로 좋아라하는 만화인 드래곤 볼을 한다. 에네르기 파~!
뭐 어쩔 수 없이 비를 맞으며 달려야 할 것 같다. 우쒸 나야말로 에네르기파로 구름을 다 날려 버리고 싶다. 독일식으로 아침에 돌같은 빵과 햄, 치즈를 먹었는데 의외로 나한테는 잘 맞다. 역시 오늘도 이놈의 지도가 조금은 말썽을 부린다. 물론 애초에 계획이 없는, 그날그날 임기응변인 여행이지만 오늘은 꿉꿉한 날씨 때문에 도로를 보고 길을 잘 못 든 것만으로도 꽤나 날카로워 진다. 원래는 투틀링겐이라는 도시까지 가려고 했지만 계속되는 역풍에 체력이 금방 떨어지는 것만도 같고... 특히나 왠지 멘탈이 오늘은 별로다. 그래서 약 50Km 만 달려 밸링겐이라는 도시에 도착했다. 도중에 자전거도로와 자동차전용도로의 겹치는 부분 때문에 상당한 거리를 헤매야 했다.
그렇게 도착하니 3시정도. 어째 어정쩡하다. 원래 목표였던 투틀링겐까지는 50킬로도 넘게 남아 있고. 왠지 날씨 덕에 의욕도 생기지 않고. 오늘은 날씨를 탓하며 아예 쉬기로 작정했다. 유스호스텔을 찾아갔더니 5시부터 체크인이라고 2시간이나 기다리란다. 뭐 건물은 역시나 고성을 이용한 최고! 인데 이 동네 사람들은 시간 개념은 칼이니, 뭐 기다릴 수 밖에.
이상하게 사람이 없다 싶어보니 광장에 축제가 한창이었다. 자세하게 어떤 리그인지, 대회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지역 핸드볼팀이 우승을 차지해서 말도 안되는 가격에 맥주를 나눠주고 재즈를 연주하며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뭐 요거다 싶어서 나도 그냥 끼어서 같이 소리 지르며 춤추며 맥주를 마시며 놀았다. 대머리의 아저씨들이 라이브 실력이 엄청나다. 그런데 내가 좀 늦게 온 건지 분위기 좀 살리고~~ 하니까 이내 끝나 버린다. 좀 아쉬운 감이 남는다. 시간이나 좀 보내볼까 하고 동네를 돌아다니는데 웬 도로사이클 한대도 빙빙 같은 동네를 돌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냥 구경삼아~~ 재미삼아 그 뒤를 졸졸 따랐다. 신호등에 같이 서있는데 그 사람이 날 보고 웃길래 가만히 있기도 뭐하고 해서 저녁거리 해결하려고 슈퍼마켓을 찾고 있는 중이라고, 여행 중이라고 설명을 했다. 그러냐고 하더니 불쑥 이 사람 왈, 그럼 자기 집에서 저녁 먹겠냐고 물어본다. 나야 뭐 ‘아싸 오늘 저녁 값 굳었다’는 생각에 무조건 좋다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혹시나 안 좋은 일 당했으면 어쨌을까 싶기도 하지만. 여하튼 그렇게 그 친구와 같이 달렸다. 이거 완전 당했다. 집이 이 근처라더니 45Km정도나 떨어져 있었고, 가다가 힘들어 죽을 뻔했다. 사실 이친구도 그 동네, 밸링겐을 잘 몰라서 길을 찾던 중이었다고 했다. 뭐 여하튼 실속 없는 대화하며 알아낸 것은 이 친구 이름은 ‘사샤’ 나보다는 4살이 많고 중공업 회사에 근무하고 있으며 일요일마다 사이클이나 XC바이크를 타고 교외로 나온다는 것, 여자친구랑 동거중이며 여자친구도 같이 자전거를 즐긴다는 정도였다. 사샤는 스파칭겐이라는 작은 시골동네에 살고 있었다. 교회 옆의 3층집이다. 도착하니 7시. 창피하게도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 사샤의 여자친구가 스파게티를 준비해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꽤나 많은 양이었지만 오늘은 제법 많이 힘들었던 터라 나랑 사샤는 두 접시씩 해치웠다. 처음엔 동거라.... 불온한 관계를 생각했었는데 꼭 부부같았다. 그리고 더 신기한 건 이집의 1층은 차고, 2층은 사샤와 동거녀, 3층은 그의 부모님이 같이 산다는 것!
부모님과 같은 집에 살면서 여자친구와 동거라. 우리나라에서는 그리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여기서는 너무나도 쉽게 일어나는 것. 이게 문화적 차이인가 싶었고 괜히 우리나라 얘기했다가 센스 없다는 소리 들을까봐 뭐 그러려니 넘겼다. 그런데 저녁은 해결했고 자는 게 문제였다. 아까의 유스호스텔까지는 45km. 섬머 타임이라서 아직 대낮같이 환하기는 하지만 벌써 8시라구! 그때 기적이 일어났다. 사야의 동거녀(?) 가 묵을 곳은 정했냐고 물어 보길래 아까 사샤와 만났던 곳에 유스호스텔이 있는 것을 확인 했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너무 멀지 않냐며 부담되지 않으면 자고 가란다. 뭐 부담 까지야, 원래 이런 걸 원했던 나라고! 냉큼 승낙을 했다. 하핫... 그나저나 사샤의 집 강아지(?) 는 정말 크다.
보너스인걸까? 좀 씻고 쉬려는데 자기친구들과 영화를 보기로 했다며 같이 가잔다. 내가 원했던 것~! 이기에 물론 따라갔다. 사샤의 친구 두명과 사샤의 여자친구 또 친구의 여자친구 또 이방인인 나까지 총 6명이 KINO(영화관)에 들어섰다. 사샤의 두 친구 중 토마스라는 친구는 여자친구가 없던 불쌍한(?)솔로였다. 나와 같이 커플석에 앉아야만 했던 불운의 사나이... 다빈치코드를 보자고 모두 입을 맞추었다. 그러나 웬걸 독어 더빙... 이 나라는 의외로 문맹이 많아서 더빙판이 보통이라고 한다. 영어로 나왔으면 조금이라도 알아 들었을 건데. 나의 파트너 토마스가 “Can you understand?”라고 배려를 해주었고 나도 이내“I read a book 'the da vinch code', so, I can feel the air." 라고 했지만 분위기는 웬걸. 피곤이겹쳐서 그랬는지 이내 잠들었다. 맥주 한잔하며 얘기하는데 이 친구들은 우리나라에서는 음력 1월1일에 모두 떡국을 먹으며 똑같이 나이를 먹는다고 난 만으로 22세고 한국나이로 24세라니까 완전 사기라는 식으로 믿을 수 없다는 얘기에, 또 군대얘기 (참고로 독일은 의무복무 9개월)전차정비병으로 2년간 근무했다니 ‘너무 길다’로 시작 되서 또 남자들은 한국군대와 독일 군대얘기로 불을 붙였다. 역시나 한국이던 독일이던 여자들은 별로 싫어하는 눈치다. 헤어졌고 집에 돌아온 나는 소파침대에서 이내 곯아 떨어졌다.
Tip 이 동네 사람들이 덩치가 큰 이유. 케밥의 빵 크기가 사람 머리만하고. 빅맥은 우리나라 2배 크기에 영화관서 中짜리 콜라 달라니까 1리터짜리 준다. 허걱! 영화보다 오줌 쌀 뻔했다.
5월 22일 여행 8번째 날.
오우~! 이런 벌써 8시~! 밤늦게 놀았더니 늦잠을 자버렸다. 더 놀라운 건 집안에 나뿐이다~! 사샤의 여자친구는 독일 철도청인 Die Bhan에서 일한다며 4시에 출근해야 한다더니 정말로 가버렸다. 소파침대머리맡에 스파게티랑 파이가 있으니 챙겨 먹으라고 써져있다. 옷도 대충 입은 상태에서 부비부비 일어나니 사샤도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려 한다. 부랴부랴 뛰어나가서 배웅을 했다. 진짜로 집안에 나뿐이다. 얘들은 당최 뭘 믿고 나한테 이리 친절한거냐. 뭐라도 훔쳐 가면 어쩔라고. 여하튼 꼭 우리나라에 돌아가면 E-mail을 보내야 겠다고 결심했다. (지금도 가끔씩 연락을 한다.) 이런 눈물이다 날라한다. 스파게티 한 접시가 차려져 있고 맛나게 생긴 작은 파이 한조각과 출발 후에 힘들면 먹으라고 에너지 겔 두개랑 독일 내에서 문제생기면 연락하라고 집 번호와 핸드폰 번호까지 남겨 놓았다. 나도 ‘잘 먹었어! 한국에 오는 일이 생기면 꼭 연락해.’라는 메모를 남기고 출발했다. 이거이거 완전 발길이 떨어지질 않는다. 하지만 여행이란 게 만나면 또 헤어지는 법! 떠나야 한다. 오늘은 에너지 겔의 기운으로 스위스에 입성하겠다~! 아싸~! 남으로 남으로~! 오늘은 왠지 페달링이 힘차다. 이제 도나우강을 건너려 한다. 잘은 기억이 안 나지만 예전에 음악시간 중에 뭐 어쩌구 도나우 강~~ 이라는 노래를 불렀던 것 같기도 하고. 오늘은 날씨도 화창하고 하늘도 완전 새파랗다. 스위스로 향하는 길 도시중앙에 큰 맥주 공장이 있는 도나우 에스칭겐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뭐 도나우강에서 솟아나는 샘이 휘스텐베르크 왕자의 성안에 있었다. 뭐 그다지 크게 볼 건 없고 큰 흥미도 없는 도시였다. 피터할아버지를 만나기 전까지는. 스위스 들어가기에 시간이 약간 남는 것 같아서 점심을 해결하고 도시나 둘러보자는 마음에 투어리즘 오피스를 나오는데 한 할아버지가 능숙한 영어로 어디서 왔냐고 물어 보는 것이다. 한국에서 여행 왔다니 자기도 젊었을 때 아마추어지만 도로사이클 선수 였다며 카푸치노 쏠 테니까 여행 얘기 좀 해달란다. 대충 이런저런 얘기, 솔직히 며칠 안되서 여행얘기보다는 군대얘기랑 여행 계획을 세우는 얘기를 더 한 것 같다. 그래도 피터 할아버지는 매우 흥미있게 들어 주었고 자고 가라고~! 했지만 나는 오늘 스위스에 들어가기로 내 자신과 약속했기에 정중하게 거절을 했다. 자전거 뒷 드레일러가 세팅이 어긋나서 자전거 가게를 물어봤더니 추천해준 숍에서는 어여쁜(?) 아가씨가 최고로 정비를 해주었고 여행중이라니 돈도 안받고, 케이지도 없이 여행하냐며 자기 물통케이지도 한 개 그냥 주었다. 이러니 내가 지금도 독일을 좋아할 수 밖에. 오늘은 이전에 수능시험생(?)인 브뤽이 추천해 준 스위스의 스카프하우젠에 입성하기로 작정을 했기 때문이다. 스카프하우젠의 유스호스텔은 라인강폭포의 가운데 절벽에 있는데 자신이 가본 중 최고라고 극찬을 했기 때문이다. 피터 할아버지 덕에 도나우 하우징겐은, 또 독일은 굉장히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으로 아직도 기억되고 있다. 오늘은 피터할아버지와 수다를 떨고 늦잠을 잔 덕에 조금 일정이 늦어졌다. 하지만 뭐 지금은 섬머타임이니까. 벌써 독일과 스위스 국경이다. 이제 어떻게 해서든 스카프하우젠까지 가야 한다. 뭐 15킬로 남았지만. 하핫 국경을 넘자마자 스위스의 상징(?)소가 보인다. 중간중간에 공장 몇 개 있고. 전부 Precision Industry. 뭐 정밀공업 어쩌구 다 그런 거였다. 아무래도 내 전공이 기계 공학이다보니 자동차나 기계 이런쪽으로 눈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러고보니 독일에는 시멘스, 볼보 등 중공업 회사들이 종종 눈에 띄었던 것 같다. 스위스에 들어오니 의외로 한국 차들이 많다. 아무래도 스위스는 자국의 자동차 브랜드가 없는 만큼 가격 경쟁력이 있는 한국의 차들을 많이 타는 것 같다. 뭐 사람들 말로도 싸고 좋다고 했으니. 으흠 왠지 대한민국의 기계공학도로서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스카프하우젠 시내 자체가 크지는 않지만 독일과는 조금 다른 도로표지판으로 약간 헤메야 했다. 아마도 스위스는 EU 가입국이 아닌지라 독일과 차이가 나는 것 같다. 뭐 나중에 생각한 것이지만 독일과 프랑스는 거의 같았으니까. 역시 이 나라도 자전거도로는 최고~! 특히나 최고다. 스위스 벨로라고 전국에 걸쳐서 관광코스로 개발이 되어있고 그 사이를 이어주는 지역루트도 다양하게 있었다. 그렇게 찾아간 스카프하우젠의 유스호스텔 역시나 멋지다~! 라인강 폭포 천하의 비경 위에 우뚝 솟은 성이 숙소라니 왠지 흥분된다. 오늘은 큰 맘먹고 슈퍼마켓에서 값이 좀 나가는 빵과 조금은 비싼 푸로랄 우유를 샀다. 유스호스텔에 체크인 하니 미국인 아줌마, 캐나다인 여학생, 콜로라도에서 온 이곳에 5일이나 있었다는 아저씨가 있었고 난 당연히 아저씨랑 방을 썼다. 오늘은 아줌마가 같이 저녁을 해먹자고 제안을 해서 부엌에서 작은 파티를 벌였다. 과일에 빵과 조촐했지만. 아줌마 말이 자전거로 돌아다닌다니 나보고 리틀 랭스 암스트롱 이란다. 하핫... 볼이 살짝 닳아 오르는 것 같다. 그런 기세로 푸로랄 우유를 맹렬하게 들이켜는 순간 꾸엑~! 토할 뻔 했다. 뭐 비싸고 좋은 거라고 맛있다고 점원이 추천해서 산 그 우유는 반쯤 발효된 요구르트 같은 것인데 냄새가 거의 썩은 우유다. 결국은 넷 중아무도 이 우유에 입을 댄 사람은 없었다.
5월 23일 9번째날.
이제는 본격적인 스위스 라이딩이다. 스위스를 달리고 있자니 집을 떠나 온 지도 제법 긴 시간이 흘렀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독일어가 익숙해진 것을 보아하니... 스위스벨로는 관광 루트인지라서 자전거 도로의 메인로드라고 할 수 있는 스위스벨로는 오늘 이용하지 못할 것 같다. 뭐 그래도 차도를 달려도 지금까지의 사람들은 매너가 다 좋았고, (물론 독일 첫날의 아우토반은 빼고) 지역 자전거 루트도 충분히 널려 있는 상태니까 걱정은 없다. 역시나 스위스는 출발부터 독일과는 확연히 다르다. 언덕 또 언덕 또 언덕. 어찌보면 우리나라에서 도로 라이딩 할 때랑 비슷하지만 언덕이 좀 높다는 사실... 독일을 빠져나오며 수리한 뒷 드레일러가 또 말썽이다. 어제 간신히 독일의 숍에서 손을 봤는데 아무래도 기대서 세워놨다가 자주 넘어뜨리는 바람에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 오르막길에서 체력을 아낄 냥으로 뒷 변속기의 큰 쪽으로 체인이 옮겨지면 자꾸 튀고 9단에서는 아얘 카세트 안쪽으로 넘어와 버린다. 이거이거 큰 일인 걸? 취리히로 향하던 중 숲을 빠져나와 보인 작은 마을, Flaach에서 숍을 찾을 수 있었다. 여기 아저씨도 고생한다며 드레일러를 손봐주며 한 번 싹! 정비를 해주셨다. 오일도 쳐주시고 브레이크 장력도 봐주시고. 게다가 문제 생기면 연락하라고 명함까지 주시는 것이 아닌가? 이거 오늘도 살맛이 팍팍난다! 힘차게 취리히로 출발하니 점심때쯤엔 취리히 북쪽의 언덕에서 도시로 내려올 수 있었다. 오늘 따라 의외로 져지를 입고 자전거 타는 사람이 눈에 많이 보여서 마치 나도 이방인이 아닌 취리히 시민 중 한명인 냥 느끼게 되었다.
점심을 간단히 수퍼에서 빵과 치즈를 사먹고 관광 라이딩을 잠시 했다. 계획은 취리히까지였지만 이곳은 금융의 도시(?)인만큼 숙박료도 비싸고 루체른도 그지 멀지 않고 해서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루체른 까지 가기로 결정하고 잠시 쉴 깜냥으로 언덕 위에 있는 린덴호프라는 작은 공원에 갔다. 아저씨들이 내기 체스를 두고 있는데 그 모습이 우리나라 공원의 할아버지 내기 장기랑 너무나도 비슷해서 정감이 가지 않을 수가 없다. 하핫, 어디를 가든지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한 것같다. 힘차게 오늘 싹~! 정비한 자전거를 이끌고 루체른으로 달린다. 멀리 산도 보이고 호수도 보인다. 이곳 사람들은 진짜 바다를 보지 못한 탓일까 호수의 이름을 Sea라고 붙여 놓았다. 건너편이 다 보이는 뭐 좀 크기는 하지만 그런 호수가 바다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니 적어도 우리나라의 East Sea 정도는 되야 하는거 아냐? 뭐, 다들 잘사는 사람들이겠지만 왠지 진짜바다를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그렇게 쓸데 없는 생각을 하며 루체른으로 달리는 길 좀 속력을 내보려고 국도를 달리고 있다. 4거리도 신호등이 아닌 로터리이고 그나마 차들도 없어서 상쾌하다~! 오늘도 바람은 거의 불지 않는다. 그동안의 역풍이 없으니 페달링이 깃털 같이 가볍다. 그런데, 그런데! “어~어~어~!” 젠장 ZUG 라는 곳을 조금 지나자마자 로터리에서 꼬마자동차 스마트와 방향이 엇갈리며 오른쪽으로 쫘아악~! 깔아버렸다. 운전기사가 괜찮냐고 병원에 가자고 차를 세워 왔지만 뭐 충격은 있었지만 사지가 멀쩡했기에 됐다고 혹시 몰라 사고차량 사진 한방만 찍고 다시 출발했다. 역시 ZUG는 재수없어. 난 스타크래프트할 때에도 ZUG는 절대로 안 한다구~! 이렇게 농담으로 자신을 달래며 루체른의 TOURIST HOTEL 이라는, 사설 유스호스텔에 짐을 풀었다. 오늘은 도미토리인데도 룸메이트가 없다. 일단 샤워를 하고~! 아앗~~! 아까는 몰랐는데 오른쪽 무릎과 골반 팔꿈치가 완죤히 나갔고 긴팔져지 안쪽의 하얀색 융은 피가 범벅이었다. 아.. 물 닿으니까 쓰라려~! 밥은 먹어야 겠고 오늘은 큰 맘 먹고 레스토랑에 가기로 했다. 난 치즈를 좋아하고 스위스는 치즈의 나라니까 제대로 먹어보자~! 고 생각했다. 역시 치즈 요리라면 퐁듀지~! 잘 구워진 빵을 고소한 치즈에 듬뿍 찍어서~! 역시나 맛이 괜찮았다. 좀 비싸기는 했지만 (우리돈 3만 2천원)맛도 좋았고 서빙하는 아가씨가 예뻐서 하핫~! 용서해주기로 했다. 어엇~! 아가씨 사진을 찍으려고 봤더니 아까의 사고로 디카 액정은 깨져있는데다 마침 메모리 카드도 풀이다. 이거 카드도 하나 사야 하고, 디카 이거 찍히기는 하는 건가?? 별로 좋지 않은 기분으로 숙소로 돌아왔다.
나름대로 지친 몸으로 숙소 방문을 확 열었더니~! 어마마마맛! 정말이지 내가 더 당황 했다. 미국에서 왔다는 그 커플도 놀라며 서로 옷을 챙겨 입기에 바쁘다. 비록 20여초?? 정도의 짧은 시간 이었지만 별의별 생각이 다 왔다갔다 했다. 오! 대담한 커플! 숙소에 놓고 온 내 가방을 봤을텐데 그 커플은 XXX 불사르고 있었고 나는 그 상황에 아무 생각 없이 정말 문을 벌컥 열어 버린 것이다. 하핫.. 결국 나의 대답은 30분더 지나고 올게. 즐거운 시간 보내~! 하고 나와 버리는 수밖에. 결국 로비에 있던 덩치 큰 루마니아 친구들하고 맥주 한 잔 하며 놀았고, 룸메이트와는 서로 민망한 탓에 간단한 인사만 하고 잠을 청해야 했다.
[이 게시물은 the bike님에 의해 2012-06-12 20:15:36 월간더바이크에서 이동 됨]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