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단은 여러 가지 중 하나에 불과하다 ‘ALL NEW’ DURA-ACE 9000
11단은 여러 가지 중 하나에 불과하다
‘ALL NEW’ DURA-ACE 9000
test rider & 글 우상현 photo 이성규
2012년 가을의 초입에 들어선 지금, 미래를 먼저 만나본다. 드디어 시마노가 11단 시대에 들어선 것이다. 어설픈 모방이 될 것인
지, 아니면 일본인 특유의 모방을 넘어선 완벽함에 이르렀는지는 이번 기회를 통하여 솔직한 평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필자
는 영주에 위치한 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훈련원에서 시마노 듀라에이스 9000 테스트 바이크를 받아보았다. 훈련원 내에는 2
키로의 오르막을 포함한 순환코스와 벨로드롬이 있다. 새로운 듀라에이스를 시승하기에 가장 훌륭한 장소였다.
기어비 외에도 주목할 만한 변화가 한둘이 아니다. 시마노가 제공한 테스트 바이크를 부서지기 직전까지 필자 마음대로 해보았
다. 그럼에도 어떠한 문제도 발견할 수 없었다. 완성도와 성능에서 깊은 진지함이 느껴졌다. 나는 사실을 말하겠다. 고민은 독
자들이 하시라.
1 획기적으로 길어진 지렛대 축의 앞변속기
2 브레이크 캘리퍼 피봇이 낮게 설치 되어 브레이크 암의 변형을 줄인다
3 11단 카세트. 기존보다 2.9mm 바디가 길어졌다
4 새로운 5암 크랭크는 다양한 체인링의 조합이 가능하다
전체적인 외형
2013년 듀라에이스 9000은 ‘ALL NEW’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교적 크게 변화를 줄 수 없는 후드의 생김새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것이 바뀌었다. 한 달에 듀라에이스 7900을 구입한 독자들은 땅을 치고 후회해도 어쩔 수 없다. 듀라에이스라는 이름만 같을 뿐, 10단의 시대는 막을 내렸음에 유감을 표한다. 가장 눈에 띄는 포암(4-arms) 스파이더의 크랭크 셋과 앞변속기 변속축이 획기적으로 길어진 것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또한 디아이투(Di2)가 아닌 케이블 변속의 드라이브트레인으로 구성되었다. 개인적으로 전동식 변속보다는 기존의 기계식 변속을 좋아하는지라 테스트에는 최상의 조건이었다.
뜨거운 감자, 포암 크랭크셋
듀라에이스 9000의 포암 크랭크셋은 가히 획기적인 디자인이다. 특히 각 스파이더의 간격이 일정하지 않은 X 형태로 제작되었다. 크랭크 암은 더욱 넓적해지고 직사각형의 횡단면을 지녔으며 물론 그 안은 텅 비어 있다. 옅은 다크실버에 검은색 투톤의 콘셉트는 마치 독일의 명차 벤츠나 아우디 등의 이미지를 연상하게 하고 일본 제품 특유의 날 선 완벽함이 왠지 모르게 든든하게 느껴진다. 마치 카벤디시의 스프린팅에 어울릴만한 디자인이다. 더욱 세부적인 면을 살펴보면, 캄파놀로 슈퍼레코드의 고급스러움에는 조금 미치지 못한다. 소위 말하는 ‘간지’가 떨어진다. 그렇지만 이것만은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새로운 듀라에이스 9000 크랭크
셋은 스탠다드와 콤팩트를 자유자재로 세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콤팩트(50/34t),스탠다드(53/39t), 스포티브(52/36, 52/38t) 그리고 타임트라이얼 (54/42, 55/42t)다섯 가지 기어조합을 선택할 수 있다. 역대 어떤 로드 크랭크도 이루지 못한 것을
시마노가 해냈다는 것은 아주 놀랄 일은 아니지만, 슈퍼레코드의 고급스러움에 견줄 만한 확실한 강점임은 틀림없다. 외형으로는 전혀 상대되지 않지만 외형과 기능 전체를 두고 보자면 충분히 박빙이라 할 만하다.
앞변속기
아마 시마노에서 전동식이 아닌 기계식 드라이브트레인을 테스트용으로 보내준 가장 큰 이유는 앞변속기 때문이라고 개인적으로 짐작해본다. 듀라에이스 9000의 앞변속기는 케이블을 물어주는 변속의 축이 획기적으로 길어졌다. 구형에 비해 두 배 이상이다. 아니 과거에 어떤 앞변속기도 이런 식으로 생긴 것은 본적이 없었다. 외형을 보면 한눈에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지렛대의 원리를 더욱 효율적으로 이용하여 앞 변속의 미스매칭을 줄이고 변속시 가하는 힘도 획기적으로 줄였다. 과거에는 뒤 변속보다 앞 변속에 힘이 더욱 많이 들어가고 또한 변속 시에 ‘나름의 스킬’을 요하는 점이 당연시 여겼는데, 불변이라 여겨지던 단점을 획기적으로 완
화했다. 아우터와 이너를 자유자재로 이동할 수 있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완화라는 점을 잊지 말자. 획기적으로 편리해졌을 뿐 앞 변속 시에는 ‘나름의 스킬’이 분명 필요하다.
뒷변속기와 스프라켓
뒷변속기는 기존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케이지도 기존과 같이 카본이지만 코팅의 방식과 약간의 감량이 이뤄진 것 외에 눈에 띄는 변화는 없다. 뒷변속기의 진화는 늘 드라이브트레인의 최대 관심사였기에, 당분간은 지금의 형태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스프라켓은 11-23, 11-28, 12-28, 11-25 그리고 12-25T 다섯개의 조합을 선택할 수 있다.
컨트롤 레버
컨트롤 레버는 외형적으로 기존의 듀라에이스 7900을 계승한다. 기존 듀라에이스 컨트롤 레버의 장점은 검지로 조작되는 중첩된 두 개의 레버이며, 익숙해진다면 스프린팅과 힐클라이밍 모두에서 만족할 것이다. 반면 캄파놀로의 컨트롤 레버는 다운쉬프팅에 상당히 불편하며, 스프린터들은 따로 스프린트 버튼을 달기도 한다. 여하튼 캄파놀로에 비하면 듀라에이스의 방식이 무난하고 큰 불편함이 없다. 오랜시간 검증된 방식이기에 불만 없고, 또한 브레이크 레버가 충분히 길어 드롭을 꽉 쥐어도 검지가 쉽게 닿는다. 외형상 달라진 점이라면 후드의 고무인데 안쪽과 바깥이 다른 질감의 고무를 써서 후드를 쥐는 감이 한결 나아졌다. 엄지로 만져지는 안쪽 고무의 감이 특히 댄싱을 하며 자전거를 흔들 때 구형보다 더욱 좋은 느낌을 준다. 앞변속기와 새롭게 11단이 탄생하면서, 2013년 듀라에이스 9000은 다른 구형과 호환되지 않고 오로지 한 세트로만 작동한다.
브레이크 암
브레이크 암은 타이어와의 간격이 줄었고 결과적으로 브레이크 슈를 잡아주는 축도 짧아졌다. 덕분에 브레이킹 시 반응속도와 제동력이 향상되었다. 가위처럼 오므려지며 제동이 되는 기존의 방식을 유지한 채로 중심에 피봇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 결과적으로 더블 피봇은 지렛대의 원리가 한 번 더 추가되어 적은 힘으로도 과거보다 더욱 강하게 제동되며, 브레이크 암이 움직이는 간격 또한 줄어들어서 더욱 미세하게 조작할 수 있다. 디자인 면에서 강렬하면서도 투박한 모양은 브레이크로서 믿음직스러운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룹 셋을 세부적으로 살펴봤으니 이제 실제 주행을 통해서 종합적으로 느껴볼 차례이다.
실전 테스트
경륜훈련원 내 순환도로의 오르막을 오르며 앞 변속을 해본다. 평상시와 같이 나름의 스킬을 써서 앞 변속 레버를 이너에서 아웃터로 쉬프팅해본다. 이때 페달을 약하게 한 템포 늦춰 밟는 것이 필자 나름의 스킬이다. 확실히 레버가 상당히 가볍게 눌리고 아웃터로의 이동에도 미스매칭이 거의 없다. 반복적으로 앞변속기를 집중적으로 변속한다. 평상시와 같이 변속한다면 미스매칭 제로에 변속 성공률도 99.9%이다. 이번에는 무리한 변속을 시도해본다. 물론 아무리 완성도가 높은 드라이브트레인이라도 무식하게 힘을 줘 밟으면 체인이 끊어질 것이다. 필자는 그 정도는 아니고 비교적 장비에 무리가 가게끔 변속을 해보았다. 체인에 장력이 높
은 상태에서도 쉬프팅이 가벼워서 변속확률이 매우 높다. 그뿐만 아니라 앞변속기의 변속 축이 긴 탓에 다운쉬프팅을 하여 아웃터에서 이너로 체인이 넘어올 때에도 체인을 강하게 때리지 않아서 체인케쳐가 따로 필요 없을 정도로 다운쉬프팅이 완벽했다. 변속축이 길어진 탓에 변속감도 훨씬 가벼울 뿐만 아니라 체인을 이동시킬 때에도 체인에 비교적 부드럽게 접촉된다는 점이 주목할만 한 장점이다. 과거에 투르 드 프랑스에서 앤디쉴렉이 다운쉬프팅에서 문제가 발생했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만일 듀라에이스 9000이었다면 역사가 바뀌었을 거라는 상상도 잠시해본다. 이번에는 뒷변속으로 와보면 11단 스프라켓의 늘어난 1단 때문에 변속간격
이 더욱 촘촘해져서 그 자체로도 매우 부드럽다. 그렇지만 어차피 11T-28T 사이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큰 이변은 없다. 작은 편리함과 부드러움을 위해 현대 기술이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컨트롤레버와 후드의 감은 상당히 만족한다. 그뿐만 아니라 자전거를 타지 않고 벽에 기대어 놓을 때 벽면에 후드 고무가 닿기 때문에 고가의 컨트롤 레버에 잔 흠집이 생기는 걱정을 덜 수 있다. 물론 크게 낙차한다면 그마저도 상관없는 일이 되겠지만, 장비 관리는 마니아에게 중요한 점이다. ‘대두’라는 별명이 어울릴 만한 레버 헤드는 싫어하는 사람도 많지만 그만큼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 에어로 다이나믹 자세를 취할 때 손을 핸들에 걸칠 때 제대로 걸리기 때문에 애용하는 편이다. 카본화이버의 레버는 손가락이 감기는 맛이 일품이고 적당히 길어 딱 알맞았다. 다운쉬프팅레버의 접지 부위는 날개형으로 면이 넓어져서 순간적인 어택에서도 검지에 쉽게 걸린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컨트롤레버는 기능뿐만이 아니라 마치 노인의 오래된 지팡이처럼 쥐는 맛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동양인에게 시마노는 무난한 맛이다. 내리막에서의 브레이킹에서 느껴지는 점은, 브레이크 암에 추가된 피봇의 역할이 상당히 크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점은 카본림을 사용할 때 더욱 중요하다. 피봇 하나가 더 있고 없고에 따라 카본림에 가해지는 압력이 크게 차이가 난다. 피봇이 하나 더 추가되면 초기에 카본림을 잡을 때 더욱 지긋이 접촉하게 된다. 초기에 지긋이 접촉되면 제동력뿐만이 아니라 브레이킹 감에서도 월등히 좋은 느낌을 준다. 결과적으로 적당한 힘을 가하게 되기 때문에 카본림에 무리를 덜 주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접촉이 세게 이루어지면 브레이킹 감도 덜하고 필요 이상의 힘이 가해진다. 물론 림라인이 카본화이버라면 과거에는 어쩔 수 없었지만 지금은 2013년형 듀라에이스 9000이 나왔다는 것을 상기하자.
마지막으로 벨로드롬에 들어서서 있는 힘껏 스프린팅을 해본다. 풀쉬프팅 시에 뒷 변속기는 세 칸씩 이동한다. 11단의 스프라켓이 10단에 비해 부드럽게 받아주며,크랭크의 단단함에도 만족스럽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성능 면에서 이번 2013년 시마노 듀라에이스 9000은 ‘대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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