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야마구치현 자전거투어 기사
아름다운 사이클현에서 즐긴 힐링 라이딩
일본 야마구치현 자전거 투어
일본 야마구치현은 부산에서 직항로를 통해 바로 떠날 수 있는 해외 여행지로 현지에서는 사이클현으로 불릴 만큼 사이클 코스가 굉장히 잘 되어 있으며, 경치 또한 신비롭고 아름다운 곳이다. 이번 호는 내년 봄 시즌 투어 예정인 ‘일본 야마구치현 자전거 투어’ 답사를 위한 방문이었다.
editor 박성용 photo 이성규
부산에서 야마구치현으로
최근 해외로 자전거 투어를 떠나는 이들이 많아졌다. 가까운 나라 일본부터 중국, 동남아시아까지 배나 비행기를 통해 쉽게 갈 수 있고 저렴한 가격에 현지 관광까지 즐길 수 있어서다. 이번 호는 내년 봄 시즌 투어 예정인 ‘일본 야마구치현 자전거 투어’ 답사를 위해 야마구치현에 방문했다. 야마구치현은 대표적인 ‘투르 드 시모노세키’ 사이클 대회부터 다양한 자전거 대회, 마라톤 대회가 열리며, 사이클현이라고 불릴 만큼 사이클 투어에 최적화된 곳이다.
여행 일정은 총 4박 5일로 배에서 이틀, 일본 현지에서 3일을 보내는 일정이었다. 야마구치현은 부산에서 부관훼리를 타고 12시간의 바다 여행을 거쳐 일본 시모노세키항까지 갈 수 있다. 우리가 승선한 배는 부관훼리의 성희호로 2002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건조한 카페리로써 여객 정원이 최대 562명까지 수용할 수 있을 만큼 크고 넓다. 배 안에는 레스토랑, 면세점, 대욕장, 편의점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즐길 수 있다. 자전거는 배에 탑승 전 미리 수화물을 통해 실어 놓으며, 금액은 자전거 한 대당 만원이다. 수화물 창구로 가서 직원에게 자전거를 전달하면 안전하게 탑차에 실어 이동한다. 성희호는 오후 9시에 부산항에서 출발해 다음 날 오전 8시경 일본 시모노세키항에 도착했다.
야마구치현에서의 1일차 여행 시작
일본 시모노세키항에는 일본 현지 가이드인 모리시게 노부히로상과 호소이 히로카츠상, 타가와 켄이치상이 마중 나와 있었다. 이들은 야마구치 자전거 연맹 소속으로 야마구치현의 사이클 투어를 담당하고 있다. 야마구치의 날씨는 쌀쌀한 한국과는 다르게 따스했다. 위도상에서 보면 우리나라 부산보다도 남쪽에 있어 겨울철에도 영하로 떨어지는 일이 거의 없는 곳이다. 답사 간 라이딩은 모리시게상의 가이드를 통해 이루어졌다.
간단한 미팅과 코스 일정을 공유한 뒤 오전 9시 시모노세키항에서 본격적인 라이딩이 시작됐다. 첫날 코스는 약 90km 코스로 대부분이 해안도로 코스로 이루어졌다. 시모노세키항을 출발하여 몇km만 가면 바로 해안도로가 이어지는데 이곳이 바로 히비키나다 해역이다. 이 해역은 대표적으로 복어가 유명하며,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이 볼 수 있다. 해안도로의 느낌은 한국의 동해 분위기와 비슷했다. 라이딩 일정이 긴 편이어서 평균 20km마다 5분간 휴식을 취했다. 코스는 대부분이 평지와 완만한 경사로 이루어져 있어 무리 없이 라이딩을 즐길 수 있었다. 약 20km를 달리고 첫 번째 휴식지에 도착했다. 이때 모리시게상이 필자의 자전거에 후미등을 달아주었다. 모리시게상 말로는 일본은 대낮에도 후미등을 켜고 다녀야 한다며 여분으로 하나 더 챙겼다고 했다. 일본은 교통 문화가 정말 잘 되어 있다. 조금만 도로를 달려보아도 양보하는 문화를 느낄 수 있으며, 거리가 짧은 횡단보도에서도 신호를 모두 지키며 이동했다. 이날은 날씨도 좋아 시원한 바닷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며 라이딩을 즐겼다. 차량 통행이 잦은 편은 아니지만 중간중간 몇 군데의 도로가 좁아서 차량을 조심해야 하는 구간이 있었다. 이 구간 이외에는 무리 없이 즐길 수 있는 코스였다. 또한 해안도로만 달리면 지루할 수 있을 때쯤 시골 풍경과 같은 논길이 나오는데 이곳 또한 한적하고 차량 통행이 없어 라이딩 하기에는 딱 좋았다.
약 50km를 달린 후 해안 바로 옆에 위치한 니시나가토 리조트에서 중식을 해결했다. 이곳에서의 식사는 일본 가정식으로 회, 튀김, 해산물 등의 반찬과 미소된장국을 맛보았다. 해산물은 굉장히 신선했으며, 식사의 양도 푸짐하게 나왔다. 필자는 라이딩 일정이 아직 남아있기에 적당히 먹고 식사를 멈추었다. 이곳에서 10km 정도만 더 가면 츠노시마 섬으로 넘어갈 수 있는 츠노시마 대교를 만날 수 있다.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츠노시마 대교로 이동했다. 츠노스마 대교는 총 길이 1,780m로 일본에서 두 번째로 긴 다리이다. 이곳이 왜 유명한가 하니 주변의 풍광과 어우러진 길게 뻗은 다리가 절경이었다. 에메랄드 빛의 바다가 매우 아름다워 드라마나 영화, 광고 촬영지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또한 바로 옆에는 아마가세 공원이 있어 츠노시마 대교의 경관을 즐기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츠노시마 섬은 기타나가토 해안 국정 공원의 일부이기도 하며, 저녁노을과 밤하늘의 별 또한 아름답다고 한다. 우린 츠노시마 섬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츠노시마 대교에서 잠깐 휴식을 취하고 기념사진을 찍은 뒤 다시 라이딩을 시작했다.
이곳에서 약 20km 정도 달리면 나가토시에 위치한 모토노 스미이나리 신사를 만날 수 있다. 이곳은 123개의 새빨간 토리이로 나열하여 길을 만들어 놓았다. 무려 10년에 걸쳐 만들어진 이곳은 1995년에 한 어부의 꿈속에 흰 여우가 나타나 ‘자신을 신으로 받들어라’라고 한 것을 계기로 건축됐다고 한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으며, 드넓은 바다와 푸른 산의 조화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또한 미국방송 CNN에서 소개된 일본 명소 중 한곳이기도 하다. 토리이로 이루어진 길 반대편에는 한 토리이 꼭대기에 세전함이 있는데 이곳에 동전을 던져 넣는데 성공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날 세전함 앞에는 소원을 이루고자 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모토노 스미이나리 신사에서 관광을 마치고 이날 숙소인 나가토시의 후카와유모토로 향했다. 숙소까지는 약 20km 거리를 더 가야 했는데, 이곳은 매우 가파른 경사로 이루어져 있었다.
필자는 이날 체력이 다해 버스에 탑승하여 이동했다. 일본에서의 첫날밤은 일본 전통의 다다미방에서 머물렀으며, 이곳에는 실내온천과 노천탕이 있어 라이딩으로 지친 몸을 풀며 하루를 마무리 했다.
야마구치에서의 2일차,
아키요시다이 카르스트 지형을 오르다
두 번째 날은 새벽에 조금씩 비가 내려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라이딩을 시작할 무렵에는 비가 그쳤다. 이날은 야마구치 자전거 연맹 관계자인 타모로 마코토상이 합류해 함께 투어를 즐겼다. 두 번째 코스는 가파른 경사가 이어지는 코스로 초보자에게는 약간 힘들 수 있는 코스였다. 필자는 내심 걱정하며, 초반부터 페이스 조절을 하며 달렸다. 15km 정도 한적한 도심을 달리고 나니 드디어 눈앞에 오르막이 보이기 시작했다. 모리시게상은 조금만 견디면 된다며, 기어를 가볍게 하라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다행히 급경사가 아니어서 무리 없이 오를 수 있었다. 5km 정도의 오르막을 오르자 아름다운 바다 경관이 눈앞에 펼쳐졌다. 산미역 인근에 있는 이곳은 일본 사람들도 잘 모르는 숨겨진 코스라고 한다. 차의 통행이 거의 없고 길지 않은 업힐 코스에 탁 트인 바다 경관까지 최고의 자전거 코스였다. 필자 같은 초보자에게는 더없이 좋은 코스다. 내리막을 내려와 두 군데의 기찻길을 지나면 다시 해안도로로 이어진다. 이곳 또한 한국에서 느낄 수 없는 황홀한 풍경을 만날 수 있었다. 또 한 번의 오르막을 지나 내리막을 내려오니 작은 어촌 마을이 나왔다.
우린 이곳을 지나 하기성으로 향했다. 하기성은 일본의 성 100선 중 75번에 등재된 성으로 현재는 성은 없고 성벽과 터만 남아있다. 성터 안에 있는 길은 붉게 물든 벚나무들로 둘러싸여 아름다웠다. 현재는 성이라는 느낌보다는 넓은 공원 같은 모습이지만 남아있는 성벽이나 문화재 등은 잘 보존되어 있었고 옛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하기성 관광을 마치고 서쪽에 위치한 사무라이 마을인 성하마을로 이동했다. 이곳은 에도시대 사무라이들이 거주했던 마을로 현재도 사람들이 살고 있다. 모리시게상은 야마구치에서 가장 부자 동네라며, 웃음을 지었다. 마을은 매우 고요했으며, 관광객들을 꽤 볼 수 있었다. 또한 마을이 하얀색으로 칠해진 담장으로 꾸며져 깨끗하고 아름다웠다. 하기시의 관광을 마치고 이날 하이라이트 코스인 아키요시다이 카르스트 지형으로 향했다. 그전에 아키요시다이 카르스트 코스 입구에 위치한 청풍원에서 중식을 해결했다. 청풍원은 식당과 함께 자전거 대여소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각종 액세서리와 기념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아이들 밸런스 바이크부터 로드바이크, 산악자전거까지 다양한 자전거 대여가 가능하며, 청풍원 뒤편에는 관광객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트랙 경기장도 만들어 놓았다. 방문한 날에는 직원이 삽을 들고 코스를 보수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본격적인 아키요시다이 카르스트 코스 라이딩이 시작됐다. 또한 청풍원 직원 두 분이 함께 라이딩에 합류했다.
아키요시다이는 산호초가 침식되어 만들어진 곳으로 드넓은 카르스트 지형이 펼쳐진 곳이다. 웅대한 경관을 이루고 있는 석회암은 3억 5천만년 전에 남방의 바다에서 산호초로서 탄생하였고 그로부터 오랜 세월에 걸쳐 현재와 같은 카르스트 대지가 형성됐다고 한다. 해발고도는 200~300m 정도로 그렇게 높지 않아서 자전거뿐만 아니라 트레킹으로도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는 곳이다. 업힐 난이도는 한국의 미시령 코스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코스 초반에는 가파른 경사로 이루어져 힘들 수 있는데 이 구간의 고비만 넘기면 업다운의 낙타등 코스가 반복되어 무리 없이 오를 수 있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에는 단풍이 시작되어 카르스트 지형이 갈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모리시게상 말로는 여름과 봄에 오면 아름다운 그린 포레스트로 이루어져 더욱 아름답다고 한다. 마침내 정상에 올라가니 넓은 초원이 눈앞에 펼쳐졌다. 필자는 나무가 우거지거나 잔디로 된 들판으로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키요시다이는 초원 중간중간에 석회암 기둥을 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또한 시원한 산들바람은 상쾌한 라이딩을 도와주었다. 정상에서는 완만한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어 쉽게 코스를 정복할 수 있었으며, 대자연이 만들어낸 신비로운 모습을 보며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그렇게 정상에서 기념사진과 따뜻한 커피 한잔을 마시고 총 70km 정도의 두 번째 자전거 라이딩을 마무리했다. 정상에서 이날 숙소인 유다까지의 거리는 약 30km 정도였는데 우린 버스에 탑승하여 이동했다.
야마구치에서의 3일차,
아름답고 깨끗한 자전거도로
세 번째 라이딩은 유다에서 출발해 야하라 하천 공원을 지나 아키요시다이 자전거길을 통해 라이딩이 이루어졌다. 이튿날 코스는 경사가 가파른 난이도 높은 코스였으나 이날 코스는 평지와 완만한 경사로 이루어졌다.
우린 본격적인 라이딩 전 숙소와 15분 정도 떨어진 야마구치 시 고잔초에 있는 일본의 3대 명탑 중 하나인 루리코지 5중탑을 관광하기위해 이동했다. 루리코지 5중탑은 1442년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탑으로 높이가 무려 31.2m 이며, 야마구치시의 상징으로써 무로마치 시대 중기의 가장 훌륭한 건축물이다. 방문한 날은 새벽에 비가 내려 비에 젖은 루리코지가 더욱 고귀해 보였고 주변에 단풍이 붉게 물들어 분위기가 아름다웠다.
루리코지 주변은 연못과 코오잔 공원이 있어 볼거리가 많다. 코오잔 공원은 일본에 있는 아름다운 공원 중 하나로 꼽히고 있으며, 이곳에는 테미스야라는 신사가 있는데 이곳에 들어가기 전 손을 씻고 입장해야 한다. 이 의식은 몸에 있는 부정을 깨끗이 씻어내고 신을 만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신사 안에는 천장에 매달려있는 큰 염주를 볼 수 있는데, 이 염주를 한 바퀴 돌려 8개의 염주 알을 떨어뜨리고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속설도 있다. 필자도 염주를 돌려 마음에 담은 소원을 빌었다. 고잔초에서의 관광을 마치고 본격적인 라이딩을 시작했다.
라이딩은 야마구치 시 유다에서 야마구치 시 오고리카미고까지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를 이용했으며, 도로의 길이는 약 20km로 연결되어 있었다. 자전거도로 표지판을 따라 달리다 보면 강길로 내려가는 길이 나오는데 이곳부터가 바로 요시키강과 이어지는 자전거도로이다. 야마구치의 자전거 도로는 관리가 매우 잘 되어있었고 도로 청소도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왼쪽에는 강이 흐르고 오른쪽에는 넓은 들판과 무성한 나무들이 있어 라이딩을 즐기기에 제격이었다. 이틀간 빡센 코스를 타서 몸이 많이 지쳐있었는데 이날은 몸을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곳에서는 자전거 타는 사람과 조깅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마침내 자전거도로의 종점인 오고리카미고에 도착하여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다음 목적지인 가라토 시장으로 이동했다. 가라토 시장으로 가는 길에 하치만궁신사가 나오는데 이곳에서 한 번 더 휴식을 취했다. 이곳은 봄에 오면 벚꽃이 만개하여 매우 아름다운 곳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방문했을 때에는 이미 단풍이 져서 아쉬운 풍경만 감상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가라토 시장으로 넘어가는 코스는 다소 경사가 높다. 약 8km의 고개를 넘은 뒤 약 12km의 고개를 또 넘어야 한다. 이땐 이미 체력이 지칠 대로 지쳐있던 상황이라 오르막을 오르기가 너무 힘들어 결국 자전거를 버스에 실고 이동했다. 그렇게 20km 정도를 달렸을까 드디어 시모노세키의 유명한 해산물 시장인 가라토 시장에 도착했다.
가라토 시장은 야마구치 시를 대표하는 초밥의 성지중 하나로, 일회용 접시에 먹고 싶은 초밥을 기호에 맞게 골라 담는 방식으로 판매한다. 금, 토, 일과 공휴일에만 열리며 점심 시간만 되면 많은 인파가 몰린다. 최근에는 한국 방송에서 소개되어 방문객이 더욱더 많아졌다고 한다. 가라토 시장 옥상에는 잔디 공원이 있고 주변에는 간몬해협이 있어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며, 야외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초밥의 가격은 100엔에서 400엔까지 다양하며, 연어덮밥이나 장어덮밥 등의 다양한 일본 전통 음식을 마음껏 맛볼 수 있다.
우린 점심식사를 마치고 한국으로 복귀하기 위해 시모노세키항으로 향했다. 여행 기간동안 가이드를 도와준 모리시게 노부히로상과 호소이 히로카츠상, 타가와 켄이치상이 여행길 마지막까지 배웅해주었고 마지막으로 인사를 나누며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우린 배에 탑승하기 전 여유 시간이 남아서 시모노세키항 근처를 둘러보았다. 항 근처에는 가이쿄 유메타워와 대형 복합 쇼핑몰 등이 있어 쇼핑과 관광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우린 드럭스토어와 쇼핑 타운에서 각자 필요한 것들을 구매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6시 30분경 한국으로 돌아가는 성희호에 승선하며 일본 야마구치에서의 아름다운 여행을 마쳤다. 마지막으로 여행기간동안 열심히 가이드를 도와준 모리시게 노부히로상과 호소이 히로카츠상, 타가와 켄이치상, 타모로 마코토상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