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투어 - 강화도
역사와 자연이 살아 숨쉬는 곳
강화도
GANGHWADO Bicycle Tour
한 해를 보내는 끝자락에서 사람들은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추억할까. 저마다의 일상이 다르겠지만 아픈 추억은 저기 저무는 햇살에 묻어 버리고 아름다운 추억만 간직하자.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 역사와 자연이 살아 숨쉬는 땅 강화도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여행을 떠나보자.
editor & photo 이성규
이 른 아침, 자욱하던 안개가 서서히 걷히고 검푸른 갯벌이 불쑥 솟아올라 눈앞에 덩그러니 펼쳐지고 싱그러운 갯바람이 가슴에 와닿는다. 갯벌이 섬 전체를 감싸고 있는 강화도는 역사의 고장이기도 하다. 강화도는 고려시대 이래 국토방위의 요충지로 전란이 있을 때마다 피난처로 중요한 역활을 담당했던 곳으로 서울 근교의 관광지라기보다는 우리나라의 슬픈 역사를 가장 많이 간직한 섬이다. 고려말 창왕, 조선의 영광대군, 광해군 일가, 연산군이 모두 이 섬에 귀양왔다가 죽었고, 그 외에도 수많은 사람들의 피눈물이 이 섬에 뿌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려문화의 정수라 할 수 있는 팔만대장경이 이 섬에서 만들어졌으며,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도 이곳에서 발명되었고, 고려 상감청자도 강화도에서 처음 만들어지기 시작하는등 이곳은 우리나라 문화의 꽃을 피웠던 곳이기도 하다. 또한 강화도는 서울시 면적의 반쯤되는 섬이지만 선사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문화유적이 발길 닿는 곳마다 널려있다.
세계 5대 갯벌에 속하는 중요 습지, 강화갯벌
강화도의 갯벌은 세계 5대 갯벌에 속하는 중요한 습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세계 5대 갯벌은 우리나라 강화도 일대의 서해갯벌과 북해연안, 캐나다 동부연안, 미국 동부 조지안 연안, 아마존 유역 등을 일컫는다. 실제로 강화도를 여행하다 보면 어디서나 광활한 갯벌을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5번 째로 큰 섬인 강화도는 북쪽으로는 예성강의 하구가 있고, 동북쪽에는 임진강과 한강의 하구가 있어 그 주변의 해역은 담수의 영향을 받아 갯벌이 발달하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갯벌에는 각종 갑각류와 조개류, 개지렁이 등이 다량으로 서식할 수 있는 환경에 조성되고, 이를 먹이로 살아가는 철새들의 중요한 서식지로 안성맞춤이다. 특히 이곳 강화도는 서해안에 남아있는 유일한 도요새와 물떼새의 도래지로 알려지고 있어 보존 가치가 높은 곳이기도 하다. 또한 멸종위기종인 노랑부리 저어새를 비롯하여 천연기념물인 두루미도 운이 좋으면 관찰할 수 있다.
초지대교에서 좌회전을 하면 황산도이고, 조금 더 내려가면 두루미 벌판이 나타난다. 이곳 주변은 왜가리와 오리, 기러기, 흑부리오리 등이 쉽게 볼 수 있으며, 남단 갯벌에는 저어새와 청둥오리, 알락꼬리마도요 등 도요새와 물떼새 등이 주로 관찰되고 있다.
강화도의 철새를 관찰하기 위해서는 물떼 시간을 알아야 한다. 새들은 만조시간을 전후해 물에 잠기지 않은 육지로 가까이 모여들기 때문이다. 초지진에서부터 택지돈대, 동검도 주변, 선두리 선착장, 분오리돈대, 동막해숭욕장, 여차리, 장화리에 이르기까지 강화도 남단 어디를 가도 철새들의 아름다운 비행을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강화도 남단 갯벌에는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으며, 이 갯벌에 살고 있는 수많은 생물은 육지에서 흘러든 각종 오염물질을 먹어서 정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도시 주변의 해안 수질을 개선하는 데 중요한 역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국난위기의 지혜를 엿 볼 수 있는 돈대
강화도는 예로부터 국방상 매우 중요한 섬이었기 때문에 섬의 해안을 따라 늘 군대가 주둔하고 있었다. 해안을 따라 10리에 하나씩 진(鎭:지방부대의 주둔진영)을 두었고, 진과 진 사이에 다시 보(堡:토석으로 쌓은 작은 성)을 두었다. 진과 보에는 돈대(포대를 말함)가 설치되었는데 전략상 요충지에 설치되었던 요새는 모두 70 여 개가 있었다고 한다. 현재까지도 강화도 일대에는 수많은 돈대와 진 등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사적 제227호로 지정된 광성보는 초지진, 용진진, 제물진, 덕진진과 함께 외침을 막는데 중요한 구실을 한 곳이다. 광성보는 신미양요의 최대 격전지로 1871년에 미국의 로저스가 통상을 표방하면서 아세아 함대를 이끌고 침공했을 때 상륙부대가 초지진, 덕진진을 점령한 후 광성보에 이르러 백병전을 전개하였다. 조선군 지휘관 이재연 장군 휘하 전 용사가 대포와 소포 등 열세한 무기로 항전하였으나 48시간만에 한-미전은 끝이 났다.
이 광성보에는 신미양요 때 용감하게 적과 싸우다 순국한 이름없는 용사들의 무덤인 신미순의총과 광성돈, 쌍충비와 손돌목돈, 조선시대 사용하던 대포가 있는 용두돈대가 있다.
좁직한 강화해협에 용머리처럼 쑥 내민 암반위에 설치된 용두돈은 높이 5.4m, 둘레 90m로 석축을 쌓고, 내부 중앙에는 구멍을 뚫어 바다를 향해 총이나 활을 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병인, 신미양요 당시 치열한 포격전이 벌어졌던 이곳은 오늘날과 같이 발달된 무기로 무장되었다면 작은 보트 하나라도 그냥 통과할 수 없을만큼 절묘한 지형으로 되어있다.
보문사, 고인돌, 참성단 등 문화유적 산재
강화도 서쪽 끄트머리인 외포리나 선수선착장에서 다시 배를 타고 10분정도 건너가야 하는 곳에 석모도가 자리하고 있다. 섬은 비록 좁지만 보문사가 있고, 자전거를 배에다 싣고 갈매기와 벗삼아 함께 건너는 낭만이 있는 곳이다. 보문사는 지금으로부터 1,300 여 년 전에 세워진 절로 섬 한가운데 높이 솟은 낙가산 중턱에 자리잡고 있어 절을 중심으로 한 주변의 경치가 매우 아름다운 곳이다. 특히 절에서 바라보는 서해의 낙조는 장관을 이룬다. 이곳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다는 범종과 눈썹 바위에 새겨진 마애석불, 불상을 모신 굴법당이 유명하다.
이외에도 강화도에는 마니산 참성단, 삼랑성 내 옥등 하사에서 유래한 전등사, 철종이 왕위에 오르기 전에 살던 집인 용흥궁을 비롯하여 보물 제615호인 하점면 석조여래입상이 있으며, 보물 제10호인 하점면 5층석탑, 고려궁지와 강화산성, 고려동종, 충렬사, 연미정, 교동향교, 강화선원사지 등 유적이 산재해 있다. 또한 석릉, 홍릉, 곤릉, 가릉 등 4개의 능도 보존되어 있어 방문객들이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하림면 부근에 있는 청동기 시대의 유물인 강화지석묘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강화지석묘는 지금까지 발견된 북방식 고인돌 가운데 대형에 속한다.
강화도의 특산물로는 화문석과 인삼을 들 수 있다. 강화의 장날에 가장 일찍서는 장이 화문석장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사라지고 그곳에 강화토산품센터가 자리하고 있어 사라진 옛 정취의 모습이 아쉽기만 하다.
강화 인삼은 뭐니뭐니해도 밭에서 바로 캐낸 수삼이 대표적이다. 또한 강화도에는 배추 뿌리 냄새가 나는 순무가 유명하다. 갯벌이 발달한 강화에는 백합과 조개, 조기 등의 해산물도 풍부하다.
여행의 끝머리에는 강화도 장화리 갯벌로 향한다. 이곳의 갯벌은 넓고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강화도 서쪽 어느 곳에서나 낙조를 감상할 수 있지만 이곳 장화리의 낙조는 우리나라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아름답고 유명한 곳이다.
뉘엿뉘엿 저물어 가는 낙조를 바라보며 한 해를 마무리하고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하며 발길을 돌린다. 다가올 희망찬 새해를 기약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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