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장면 같은 신안 비금도, 도초도
영화 속 장면 같은
신안 비금도, 도초도
전남 신안은 1004개의 섬으로 이루어져있다. 이중 남부권에 속하는 비금도와 도초도를 소개한다. 때묻지 않은 자연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고 그 영화 속 주인공이 바로 내가 된 것만 같다. 풍경 속에 나를 맡기는 동안 마음도 한결 정화된다.
▲압해도에서 천사대교를 통해 암태도로 입도하면 빠르다. 암태남강항여객선 터미널에서 30분이면 비금도에 도착
▲남강항 한켠에 있는 홍어장수 문순득, 3년간 아시아 여러 곳을 표류하고 들어온 상인으로서 드물게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인물이다
비금도 가는 법
새가 날아가는 모습의 형상을 띠고 있어 이름이 붙여진 비금도(飛禽島). 전라남도 신안군 비금면에 속한 섬으로, 목포에서 35km 지점에 있다.
목포 북항이나 신안 압해도에 위치한 천사대교를 건너 암태도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들어간다. 암태 남강선착장에서 배를 타면 40여분 만에 비금도의 가산여객선터미널에 도착한다. 목포 북항에서는 1시간 30분 가량 소요된다. 두 곳 모두 차량을 가지고 갈 수 있지만, 차량 적재 선박인지 확인 후 맞춰가는 것이 좋다.
호남 최초의 천일염 생산지
신안하면 떠오르는 것이 있다면 단연코 천일염이다. 매년 김장철마다 전국 각지에서 신안 천일염을 찾는다. 비금도 선착장에서 넓은 길을 따라가면 머지않은 곳에서 염전을 볼 수 있다. 여러 곳이 있지만 대동염전이 대표적이다. 1948년부터 역사를 이어오고 있으며 2007년 11월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되었다. 이밖에도 오래전부터 이곳에 자리한 염전들이 품질 좋은 소금을 생산하고 있다.
여유로운 풍경, 한적한 길
비금도는 한적한 도로와 자연을 만끽하며 라이딩할 수 있다.
자연에 내 몸을 맡기는 동안, 복잡한 마음과 스트레스가 날아간다.
여유롭게 쉬어가고, 멋진 풍경을 담을 수 있다.
세계최고 바둑기사 이세돌의 고향
비금도는 AI 구글 알파고를 이긴 세계최고의 바둑기사 이세돌의 고향으로 기념관이 있다. 그는 12세에 입단해 지난 2019년 프로 9단으로 은퇴했다. 세계적인 바둑대회 다수 우승,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의 바둑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는 등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특히 2016년 3월에 열린 구글 딥마인드의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와 대국을 치렀고, 승을 거둔 최초의 바둑기사이다.
자전거로 달리는 명사십리해변
눈이 좋은 사람도 끝을 볼 수 없을 정도로 길게 펼쳐져있다고 하여 ‘명사십리’라 불리우는 명사십리해변이 있다. 전국에 명사십리 이름의 해변이 몇군데 있으나 비금도의 해변은 백사장 길이가 4.3km, 폭이 30m으로 손에 꼽힌다. 자전거를 타도, 자동차를 타도 바퀴자국이 남지 않는다. 모래입자가 곱기에 단단하게 버텨주는 힘이 있다. 드넓게 펼쳐진 곱고 부드러운 모래의 백사장, 시원한 바람, 파란 바다를 만끽할 수 있다.
사랑의 전설이 있는 하누넘 하트해변
비금도 서남쪽에 위치한 이 해변은 확연한 하트 모양을 보이고 있어 연인이나 신혼부부 등 많은 사람이 찾는다. 산 능선을 타고 올라가면 전망대에서 그 모습을 볼 수 있다. 일몰에 빨갛게 지는 태양이 비추면 더욱 장관이라 한다. ‘하누넘’이라는 이름은 여러 가지 유래가 있으며 그중 하나로는 전설이 있다. 고기잡이를 나가 풍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어부 하누, 이를 알지 못한 채 그를 기다리는 너미의 이야기가 담긴 곳이다. KBS 드라마에 나오면서 부르기 쉽게 ‘하트해변’ 이라 불리우고 있다. 해변 끝자락에는 아직도 하누를 기다리는 너미의 형상이 있어 억겁의 세월이 담긴 슬픈 사랑의 전설이 있다.
▲중간에 바람길이 난 특이한 구조의 내월우실과 이미우실
돌담으로 쌓은 바람길, 우실
하누넘해변 전망대를 조금 지나면, 돌담이 눈에 띤다. ‘우실’이라 한다. 우실의 어원은 ‘울실’이며 마을의 울타리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하누넘해변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아 실제적으로 내촌마을 인가와 농작물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 또한 마을의 재앙을 막기 위해, 마을의 약한 부분을 보강해준다는 토속적인 의미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일자형 돌담이 아니라, 중간에 바람이 빠져나갈 수 있는 공간이 남겨둔 것이 특징이다. 이미우실, 내월우실 등 여러 곳의 우실이 현존하고 있다.
향촌마을의 아름다움, 내촌마을 돌담길
우실처럼 인상적인 돌담을 보다 가까이, 더 많이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대한민국 등록문화재 제283호로 향촌마을의 아름다움과 정서를 고이 간직하고 있다. 돌담으로 둘러쌓인 집집마다 실제 주민이 모두 거주하고 있다. 돌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바람이 많이 부는 환경에서도 어떻게 무너지지 않게, 멋지게 쌓았을까 호기심이 생긴다. 마을을 한바퀴 둘러보며 옛 섬사람들의 기술과 지혜를 엿볼 수 있다.
바둑기사 이세돌 어머니의 고향, 도초도
목포에서 서남쪽으로 47km 지점에 있는 도초도는 비금도에서 서남문대교를 통해 입도가 가능하다. 신라시대에 당나라 무역기항지로 초목이 무성하다하여 ‘도초(都草)’라 하였다고 한다. 도초도의 명소가 된 춘경리 벽화는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의 어머니 ‘박양례’ 씨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벽화가 그려진 그 곳이 박씨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집이다. 수국의 섬을 상징하듯 머리는 꽃으로 아름답게 마무리되어있다.
도초도의 명물 수국공원, 그리고 팽나무10리길
매년 6월에서 7월 사이에 도초 수국공원에서 수국축제가 열린다. 2013년 신안군과 주민이 수국을 심으며 부지를 조성한지 6년 만인 지난 2019년 첫 축제가 열렸다. 관내 단위 면적당 최다 수국 식재 한국기록을 수립하여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수국을 볼 수 있다.
수국공원으로 가는 길목에는 ‘팽나무 10리길’이 있다. 이곳에도 수국이 심어져있어 팽나무와 함께 장관을 이룬다. 팽나무는 예로부터 마을을 보호하는 수호신으로 삼았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며 애물단지로 전락한 나무들이 많았다. 이런 나무들을 전국 각지에서 수집해 옮겨왔다. 수령 70년에서 100년의 팽나무 716개가 현재 이 길에 심어져 있다. 나무마다 출신지가 적혀있는 것도 인상적이며, 이 길 또한 도초도의 명물로 발전하고 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곳, 자산어보 촬영지
수국공원과 1km 정도 떨어진 곳에 영화 자산어보 촬영지가 있다. 조선 후기의 문신인 정약전이 천주교에 입교하고, 신유박해로 흑산도에서 유배생활을 시작하게 되며 집필한 어류학서가 자산어보이다. 영화 자산어보에 이 과정이 담겨있다. 실제는 흑산도가 배경이지만, 촬영지는 도초도에 있다. 영화에서 멋지게 나와 컴퓨터그래픽(CG)인가 싶지만, 실제 풍경이다. 오히려 그래픽으로 그린 것 보다 더욱 멋지다. 무료로 개방되어 있어 인생 사진을 남길 수 있다.
오랜 시간 마을을 지켜낸 석장승
도초도에는 궁항리, 외남리, 고란리에 민속유적인 석장승이 있다. 나무로 만든 목장승은 익숙하지만, 석장승은 생소할 수 있다. 말 그대로 돌로 만들어진 장승으로 민간신앙물이자 마을의 수호신이다. 오래전 마을에 좋지 않은 일들이 일어나자 잡귀와 액운의 출입을 막기 위해 3군데에 석장승을 세웠다. 육지에서 보기 힘든 해학적인 모습을 하고 있으며, 도초도 사람들의 안녕을 위해 힘쓰고 있다. 민족적 가치가 담겨져 있어 전라남도 지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사계절 맑게 반짝이는 시목해수욕장
반달 모양의 백사장이 인상적인 시목해수욕장은 길이 2.5km, 너비 100m로 이루어져있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속하며 경사가 완만하고 바닷물이 투명하게 맑아 해수욕을 즐기기 좋다. 비금도의 해변들이 뻥뚫리게 시원한 맛이 있었다면 이곳은 아늑한 느낌이다. 백사장 뒤로는 숲이 있고 청소년 야영장이 있어 여름이 아닌 계절에도 여유롭게 도초도의 바다를 느낄 수 있다.
<글 류하 사진·영상 이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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