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블 라이딩의 특별함을 즐기다 2023 이탈리아 노바 에로이카 투스카니 부온콘벤토를 다녀와서
그래블 라이딩의 특별함을 즐기다
2023 이탈리아 노바 에로이카 투스카니 부온콘벤토를 다녀와서
2022년 10월 15일, 아름다운 호반의 도시 춘천에서 대진인터내셔널이 제1회 캄파놀로 그란폰도를 개최했다. 이는 이탈리아 로마, 미국 뉴욕과 샌디에고를 이어 세계에서 4번째이며 아시아에서는 최초이다.
전국에서 모여든 약 2천명의 사이클리스트들이 깊은 가을 춘천의 정취를 느끼며 자전거 대축전을 즐겼다. 그란폰도는 차량이 통제된 도로에서 마음껏 라이딩하며 자기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장일 뿐만아니라 동시에 각 그란폰도마다 걸린 상품추첨을 기대하는 재미도 더할 수 있다. 대진인터내셔널은 춘천그란폰도에서 추첨 상품으로 이탈리아 로마 현지에서 열리는 캄파놀로 로마 그란폰도행 티켓 2장과 캄파놀로의 최상급 카본 레이싱용 휠 보라 울트라 WTO를 상품으로 내걸었다. 1:2000의 희박한 확률이지만 그것이 내가 될 수도 있다는 희망의 꽃씨는 참가자들 마음에 은연중에 피어나 추첨 순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요소임에 틀림없다. 더 놀라운 점은 캄파놀로 로마 그란폰도 참가권 뿐만아니라 수반되는 여행경비 모두를 대진인터내셔널에서 전액 지원해준다는 것이다. 대진인터내셔널은 대한민국 유일의 캄파놀로 수입사로서 국내에서 개최되는 그란폰도 중에서 가장 의미 있고 기억에 남을 선물을 참가자 두 명에게 약속했다.
▲2022 춘천 캄파놀로 그란폰도
▲보라 울트라 WTO 45 당첨자 김태영님(좌) 이탈리아 캄파놀로 그란폰도 당첨자 조민선님(우)
1회 춘천 그란폰도를 성황리에 마친 후 비보가 날아들었다. 2023년 로마 그란폰도는 캄파놀로에서 개최하지 않는다는 전갈을 받고 당첨자들을 위해 캄파놀로 본사와 다른 그란폰도 참가를 기획해야만 했다. 로마 그란폰도를 기대하고 있었을 참가자들의 실망감을 어떻게 보상해줄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이탈리아는 사이클링 종주국인 만큼 자전거 문화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멋진 코스, 현지에 많은 자전거 제조사들이 있는 만큼이나 크고 작은 자전거 행사 또한 수없이 많이 진행된다. 예정되었던 로마 그란폰도를 대체할 여행을 기획하면서 가장 중점적으로 고려했던 것은 대진인터내셔널에서만 보여 줄 수 있는 특별함이었다. 다른 곳에서도 경험할 수 있는 평범한 행사는 차치하고 더 특별한 추억으로 남을만한 유니크한 대회에 VIP로 모시고 싶은 마음이 컸다.
▲노바에로이카 부온콘벤토 토스카나 포스터
▲에로이카 대회 사진
여러 그란폰도를 서칭하던 중 ‘에로이카’라는 대회를 접하게 되었다. 평소에도 비앙키에서 출시되는 클래식 바이크인 레로이카와 이름이 비슷해서 들어본 적이 있었다. 에로이카의 특성은 클래식 대회인 만큼 포장된 아스팔트 도로보다는 진짜 옛날 클래식 레이스처럼 자갈이 뒤덮인 그래블 코스가 주를 이룬다.
에로이카 대회는 크게 에로이카와 노바 에로이카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에로이카는 오로지 클래식 자전거만 출전이 가능한 올드스쿨 그란폰도 대회다. 노바 에로이카는 NEW를 뜻하는 NOVA가 합쳐진 합성어로써 클래식 자전거 뿐만 아니라 모든 자전거가 참여가 가능한, 자전거 종류에 제한이 없는 자유로운 그래블 대회다. 클래식 사이클리스트들이 캄파놀로를 애정하듯 캄파놀로도 그런 마음이었을까? 에로이카 대회 또한 캄파놀로에서 후원을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클래식 자전거로 라이딩을 하며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한 번 해보는 것도 특별한 추억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비포장 도로인 그래블 코스를 달리는 대회인 만큼 캄파놀로에서 새롭게 런칭한 그래블 전용 에카르(1X13단) 구동계와 그래블 전용 카본 휠셋 레반테로 더 즐겁게 라이딩 할 수 있을 것 같아 노바 에로이카로 참여 방향을 정하게 됐다. 참고로 에로이카는 이탈리아에서만 개최되는 것이 아니라 스위스, 독일, 미국, 일본 등 전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국제적인 행사다. 23년 기준 클래식 대회는 8개, 노바 에로이카는 5개가 전세계 각지에서 개최된다.
그 중에서도 이탈리아 투스카니 지역에서 진행하는 노바 에로이카 부온콘벤토 이벤트를 선정했다. 부온콘벤토는 월드 투어급 원데이 클래식 대회인 스트라데 비앙케 대회가 열리는 투스카니주 시에나 인근의 작은 마을이다. 로드 전용 그란폰도를 벗어나 한국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그래블 레이스인 점, 그래블 코스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화이트 그래블로 유명한 이탈리아 투스카니의 코스인 점, 사이프러스 숲길이 즐비한 그림 같은 언덕들, 뜨거운 햇살에 익어가는 포도와 올리브, 끼안티 와인 등등 로드가 주를 이루는 한국 사이클리스트에게 생소하지만 매력적인 포인트가 많은 대회이기 때문에 로마 그란폰도와는 또 다른 특별한 여행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부온콘벤토 노바 에로이카는 가족끼리 즐길 수 있는 15km, 27km 코스와 60km, 90km, 130km 코스가 있는데 우리 팀은 그 중에서 가장 어려운 130km 코스에 도전했다. 이번 대회 참가는 캄파놀로 본사에서 VIP로 등록을 도와주었다.
▲출국 사진(대진인터내셔널 이진형 과장, 참가자 조민선님, 이세연님, 대진인터내셔널 이가연 이사)
▲델 캄포 광장에서 이세연님
베니스 마르코폴로 공항에 도착하여 하룻밤 휴식을 취한 뒤 다음날 비첸차에 있는 캄파놀로 본사에 자전거를 렌탈 받기위해 방문했다. 캄파놀로 팩토리 투어를 당일 진행하기로 했는데 공교롭게도 독일에서 열리는 유로 바이크와 일정이 겹쳐 자전거를 반납하는 날 캄파놀로 본사 투어를 진행하기로 하고 서둘러 투스카니 시에나로 이동했다.
▲라이딩을 만끽 중인 이세연님과 조민선님
▲클래식 자동차 드라이버와 인사하는 조민선님
대회 전날에는 시에나를 여행했는데 시에나는 중세 특유의 언덕에 만든 성채 도시로써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 되어있다. 시에나 대성당, 캄포 광장, 만자의 탑 등이 유명하다. 가파른 성채 언덕을 걸어 올라가며 텔레비전으로만 보던 스트라데 비앙케의 언덕 코스를 내달리는 사이클리스트가 겹쳐 보이는 듯하여 설렘과 감동이 더해져 숨이 더 가빠졌다. 또한, 시에나는 팔리오라고 불리는 1년에 한 번 캄포 광장에서 개최되는 말 경주가 굉장히 유명하다. 시에나 도시의 동네 구역별로 대표선수가 출전하여 경주를 하게 되는데 여기에서 우승한 동네는 영광과 더불어 1년동안 다른 동네 사람들을 공식적으로 놀려먹을 수 있는 권리도 갖게 된다. 굉장히 재밌는 문화를 가진 도시다.
드디어 대회 당일, 다행히 날씨가 좋았다. 비가 오면 그래블 코스는 굉장히 드라마틱해지고 낙차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걱정을 했는데 날씨가 화창해서 다행이었다. 투스카니의 6월은 햇살은 뜨거웠지만 기후가 건조해서 그늘에 들어가면 땀이 마르는 정도의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코스는 그래블 코스가 60km, 포장도로가 71km로 구성된 총 길이 130km, 상승고도 1,870m의 코스다. 이번 행사에는 슈퍼스타도 대회를 빛 내주기 위해 참가했는데 2013년 지로 디 이탈리아와 2014년 뚜르 드 프랑스 우승자인 빈첸조 니발리와 2008년 월드 사이클링 챔피언 알레산드로 발란 선수가 참가했다. 이탈리아 사이클링 스타들과 함께 라이딩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뜻밖의 큰 행운이었다. 니발리는 사무실 책상 앞에 사진이 걸려있어 항상 선망하던 선수인데 사진을 함께 찍지 못해서 굉장히 아쉬웠다.
▲뜨거운 햇살과 청명한 하늘의 투스카니(좌) 피니시 라인에서 완주메달을 걸고 환하게 웃고 있는 참가자들(우)
노바 에로이카는 중간 중간 보급존은 존재하지만 차량 통제는 지원하지 않는 대회이다. 그래블 대회라서 농로를 주로 달리기 때문에 교통량이 많지는 않아서 크게 불편하거나 차량으로 인한 위험한 부분은 없었다. 갈림길이 나타날 때마다 방향 지시 푯말을 세워 두어서 코스표를 숙지하지 않아도 쉽게 길을 찾을 수 있었다.
투스카니는 특유의 완만한 곡선의 아름다운 언덕 풍경이 즐비한 있는 만큼 사이클리스트에게 끊임없는 낙타등 코스를 선물해주었다. 그래블 라이딩은 아스팔트를 달리는 로드사이클링과 비교하여 굉장히 높은 집중력과 기술력이 요구되는 라이딩이었다. 평지는 잠시라도 페달링을 멈추면 금세 속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페달링을 멈출 수 없어서 로드 사이클링보다 에너지가 많이 고갈되어 훨씬 빨리 지쳐갔다. 또한, 오르막에서 댄싱을 하면 자갈 때문에 접지력이 떨어져 뒷바퀴 슬립현상이 발생해서 고각의 업힐에서도 시팅 포지션으로만 달려야 했다. 또한 내리막 길은 굉장히 가파른 헤어핀 구간도 있었고 라인을 잘 그리며 내려가야 낙차를 피할 수 있었다. 그래블의 기술적인 부분은 생소하여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지만 이탈리아 특유의 즐거운 분위기는 자전거 안장 위에서 배가 되었다. 라이딩 내내 마주치는 사이클리스트들과 운전자들, 그리고 행인들 모두 반갑게 우리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해줬다. 힘든 라이딩 중 에너지가 솟아나는 기분 좋은 미소들이었다. 그리고 더 놀랍고 부러웠던 점은 좁은 길에서 자전거가 천천히 가더라도 뒤에서 클락션을 울리지 않고 기다려주는 운전자들의 배려와 매너였다. 한국에서도 그런 여유와 운전자와 사이클리스트 간의 따뜻한 배려 문화가 하루 빨리 정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져지 뒷주머니 속에 넣어둔 휴대폰의 만보기 수가 4만보 가까이 찍힐 정도로 그래블의 진동과 뜨거운 햇살 때문에 힘들었지만 투스카니의 탁 트인 아름다운 풍경과 가끔씩 불어와 땀을 식혀주는 시원한 바람 덕분에 힘든 줄 모르고 자유로움을 만끽하며 우리 셋은 힘차게 나아갔다.
보급과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에너지젤과 보급식을 일반적인 아스팔트 도로의 130km 정도의 난이도로 예상해서 챙겨갔지만 그래블의 에너지 고갈은 체감적으로 2~3배는 높았다. 조금 늦게 출발한 탓에 중간 보급존에서 충분한 보급을 받지 못한 탓에 우리는 봉크에 직면하게 되었다. 투스카니의 뜨거운 햇살과 그래블 먼지 때문에 물을 마셔도 금세 목이 말라왔다. 봉크와의 사투를 벌이던 우리는 집중력이 떨어져 길을 잘못 들게 되었다. 그래서 130km코스를 다 채우지 못하고 90km코스로 완주를 하게 되었다. 처음 목표로 했던 130km 코스를 의도치 않게 완주하지는 못했지만 우리팀 멤버 중 그 누구도 아쉬워하거나 후회하지 않았다. 그만큼 투스카니 부온콘벤토 노바 에로이카 라이딩을 충분히 즐겼다. 우리는 도전했으며 안장 위에서 200% 행복했기에 우리의 도전은 충분히 성공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었다.
▲완주메달
주최측에서 준비했던 파스타 파티와 애프터 파티, 그리고 시상식을 구경했다. 파스타는 별 다른 소스나 재료가 없었다. 파스타 면과 올리브 오일, 치즈만 있었지만 라이딩 이후에 먹는 음식 중에 맛없는 게 어디 있을까? 정말 맛있게 게눈 감추듯이 먹었다. 허기를 달래고 우리는 숙소로 돌아가 샤워를 하고 수영을 하며 망중한을 누렸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주로 하는 말 중에 Dolce far niente라는 말이 있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달콤함’이라는 뜻이다. 대회를 끝마치고 숙소에서 내려다보는 투스카니의 풍경과 고요함에 이탈리아 사람들이 말하고자 하는 그 뜻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가만히 의자에 앉아서 하루 종일 봐도 질리지 않는 풍경이었고 그 시간이 참 달콤하고 소중하게 느껴졌다.
▲숙소에서 내려다보이는 투스카니 전경
▲곤돌라 택시를 타고 있는 조민선님
다음 날은 베니스로 발길을 옮겼다. 곤돌라 수상택시를 타고 우리는 베니스 산마르코 광장의 한 레스토랑에 식사를 하기 위해 들어갔는데 그 식당의 악사들이 우리가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묻더니 한국 노래를 연주해 주셨다. 이승철의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를 완벽하게 연주해 주었다. 이탈리아에서 외국인이 연주해주는 한국인을 위한 노래를 들으니 새로운 감동이 느껴졌다. 코로나 이후 오랜만에 방문한 베니스는 더욱 낭만적인 도시로 바뀌어 있었다.
▲캄파놀로 본사 공장 외부 전경
▲캄파놀로 팩토리 투어를 진행해준 줄리아노와 기념촬영
다음날 캄파놀로 본사에 자전거를 반납하고 팩토리 투어를 진행했다. 이탈리아에서 제품들이 만들어지는 과정들을 현장에서 눈으로 직접 직관하며 설명을 들으니 캄파놀로 제품들이 얼마나 완성도 높게 만들어지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알루미늄, 스틸 덩어리와 카본 원자재들이 까다로운 공정과 QC, 개발 과정을 통해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완성품으로 탈바꿈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정말 신기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체인을 만드는 과정이었다. 경쟁사들에 비해 마일리지가 가장 높은 체인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자세히 설명을 들어보니 다른 경쟁사들에 비해 다소 높은 가격이 형성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이번 이탈리아 캄파놀로 그란폰도 당첨자들과 함께한 여행은 단순한 해외 라이딩 투어가 아니라 한국에서는 접해보지 못했던 생소한 영역인 그래블 사이클 문화를 함께 경험할 수 있어서 더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다. 또한, 일반적인 여행객으로 간다면 쉽게 경험 할 수 없는 캄파놀로 팩토리 투어와 캄파놀로 본사의 협조를 통해 VIP 자격으로 에로이카 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던 점들이 나 역시 아마추어 자전거 동호인 입장에서 마치 파티에 초대받아 진수성찬을 대접받은 것처럼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또한 모든 경비를 대진인터내셔널에서 지원해주어 참가자들이 부담 없이 온전히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참가자 이세연님과 조민선님은 아름다운 장소에서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다양한 사람들과 우정을 나누며 함께 그래블을 달릴 수 있었던 기회를 얻을 수 있어서 즐거웠으며 캄파놀로 본사를 직접 방문할 수 있어서 뜻 깊었다. 또한 대진인터내셔널의 배려에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여행을 기획한 필자도 돌아오는 길 내내 이번 여행이 정말 즐거웠다는 참가자들의 콧노래에 여독이 저절로 해소되는 것 같았다. 한국에서도 함께 라이딩을 하기로 약속하며 우리는 여행을 마쳤다.
<글 사진 이진형(㈜대진인터내셔널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