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활한 평야를 마음껏 달릴 수 있는 곳, 전북 김제
광활한 평야를 마음껏 달릴 수 있는 곳
전북 김제
전북 김제는 유일하게 국내에서 지평선을 볼 수 있는 곳으로 끝없이 광활하게 펼쳐진 평야를 마음껏 달릴 수 있는 곳이다.
이번호에는 김제 시민문화체육공원에서 출발해 벽골제와 조정래 아리랑문학관, 메타세콰이어길, 김제평야, 심포항을 들러 출발지로 돌아오는 55.40km의 김제 평야지대를 달리는 코스를 소개한다.
한겨울인데도 기온차가 심해 영상의 온도를 보이며 눈 대신 이슬비가 내린다. 강원도에는 폭설이 예보되어 있어 혹시나 많은 눈이 내리지 않을까 걱정된다. 라이딩 당일에는 다행히도 비가 그치고 대신 앞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짙은 안개가 깔려있어 몽환적인 분위기가 연출된다.
출발지인 김제 시민문화체육공원에 도착하여 간단한 준비를 마치고 출발한다. 시민문화체육공원을 나와 체육공원사거리에서 직진하여 김제시내로 들어선다. 비사벌사거리에서 우회전하여 터미널 사거리를 지나 벽골제까지 계속 직진한다. 김제시내 도로는 왕복 4차선으로 시내를 벗어나면 차로와 완전 분리된 자전거전용도로가 개설되어 있어 벽골제까지 안전하게 라이딩을 할 수 있다. 안개 자욱한 길을 달리다 원평천을 건너는 원평교를 지나면 좌측에 벽골제가 자리하고 있다.
농사에 필요한 물을 저장한 가장 오래된 저수지, 벽골제
김제 벽골제는 김제시 포교리와 월승리 일대의 저수지를 벽골제라 칭한다. 일찍부터 농사를 위해 수리 시설을 갖춘 조상의 슬기를 엿볼 수 있는 곳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저수지로 알려져 있으며, 사적 제111호로 지정되어 있다. 김제 벽골제 내에는 삼국시대 백제가 축조한 저수지의 중수비와 3km에 달하는 제방이 남아 있으며, 거대한 석주들이 우뚝 솟아 있다.
기와집으로 단장된 입구에는 자전거 보관소와 대여하는 곳이 있으며, 자전거를 타고 한 바퀴 둘러 볼 수도 있다. 입구를 지나면 벽골제 농경사주제관과 벽골제 민속유물전시관 등이 자리하고 있다. 민속촌 같은 길을 따라 커다란 쌍용 조형물이 있는 잔듸 광장을 지나면 제방에 두개의 석주와 중수비가 있다. 벽골제에서는 해년마다 지평선축제가 열린다.
소설 ‘아리랑’을 통해 김제의 역사를 볼 수 있는 조정래 아리랑문학관
김제 벽골제 바로 맞은 편에는 소설가인 조정래 선생이 김제를 배경으로 집필한 역사소설인 ‘아리랑’의 문학세계를 조명한 조정래 아리랑문학관이 자리하고 있다.
문학관 1층 제1전시실에는 작가가 5년간 집필한 아리랑의 육필원고들이 쌓여있고, 집필 여정과 함께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제2전시실에는 집필을 위해 기록해 둔 작가의 취재수첩과 노트, 일상용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제3전시실에는 작가가 아닌 인간 조정래의 면면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아리랑문학관은 조정래의 아리랑이라는 소설을 통해 작가 정신을 엿볼 수 있는 살아있는 문학공간일 뿐만아니라 민족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교육의 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조정래의 소설 아리랑은 김제시 죽산면과 내촌면 일대의 다양한 인물들을 등장시켜 한일합방 전후에서 해방전까지 김제, 만경평야에서 벌어졌던 일제의 수탈과 강제징용, 소작쟁의, 독립운동 등 우리 근대사와 민초들의 삶과 애환을 생생히 그려낸 역사소설이다.
아리랑문학관을 나와 바로 우회전하여 너른 평야로 이루어진 김제 평야를 달린다. 짙은 안개에 휩쌓인 평야지대를 달리고 달려도 끝이 없다. 유호마을을 지나 다시 원평천을 건너면 죽산면소재지이다. 죽산면 소재지에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죽산리 일본인 농장 사무소가 있다.
토지 수탈의 역사를 간직한 건물, 죽산리 구 하시모토 농장 사무실
구 하시모토 농장 사무소는 죽산리 일본인 농장 사무소로도 불린다. 이는 1906년 하시모토가 군산에 들어와 1911년 동진강 일대의 개간지를 불하받아 개간에 착수해 이듬해 공사를 완공하였으며, 거주지를 죽산으로 이전하여 1916년부터 농장경영을 시작한 사무소이다. 등록문화재 제61호로 등록된 농장 사무소는 규모가 단촐한 단층건물로 당시 양식건물의 특성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건물 서편에는 창고가 자리하고 있다.
이 건물은 일본인 지주 하시모토가 서포리 개간지를 중심으로 죽산면 농토의 반 이상을 차지하여 한반도 토지 수탈의 역사를 간직한 건물로 6.25 전쟁 후 병원으로 이용되기도 하였다. 건물내에는 일제강점기 쌀 수탈의 역사와 농민들의 삶이 사진과 설명으로 잘 구성되어 있다.
한적한 죽산면 소재지 골목에 자리한 구 하시모토 농장 사무실은 입간판을 눈여겨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일쑤이다. 아쉬운 것은 지우고 싶은 역사이지만 역사의 현장이 잘 관리되어 후대에 교훈을 줄 수 있는 곳으로 활용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파란 보리밭과 대조를 이루는 메타세콰이어길과 김제평야
죽산면 소재지를 벗어나면 도로에 일직선으로 늘어선 메타세콰이어길이 나타난다.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 메타세콰이어 나무는 앙상한 가지만 남아 황량함을 줄 수도 있지만 안개에 휩쌓인 길과 파란 보리밭이 대조를 이루며 색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간혹 멀리 날아 다니는 겨울 철새도 생동감 넘치는 겨울 풍경을 보여주며 한 장의 흑백사진 처럼 느껴진다.
메타세콰이어길은 광활하게 펼쳐진 김제평야의 한 복판에 자리하고 있다. 김제평야는 인근에 있는 만경강과 동진강 하구의 해안 퇴적이 쌓여 이루어진 평야지대로 벽골제까지 이어진다. 평야지대로 이루어진 직선 도로는 자전거를 타고 마음껏 달릴 수 있어 속도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김제평야는 메타세콰이어길과 함께 사계절 내내 운치있는 라이딩을 할 수 있다.
만경강 하구에 자리한 정겨운 포구 심포항
광활한 김제평야와 만경강의 하구에 아담한 심포항이 자리하고 있다. 심포항은 전라북도 내륙을 흘러내려 김제평야를 적시며 서해 바다로 흘러간다. 몇 십 년 전까지만 해도 100여 척이 넘는 어선이 드나들던 큰 어항이었으나 연안 어업의 쇠퇴와 군산의 새만금방조제 공사로 인하여 지금은 한적한 포구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심포항에서 새만금방조제까지 가는 길 일부에는 약 7km 정도 자전거 전용도로가 개설되어 있어 바다 위를 달리는 듯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안개가 자욱한 정겨운 포구에는 캠핑을 즐기는 캠핑족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가족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김제평야와 포구 주변을 둘러 볼 수 있다.
심포항에서 바라보는 일몰도 아름답지만 주변에 있는 망해사라는 사찰에서 바라보는 일몰도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다. 툭 트인 만경강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 자리한 망해사는 종각에서 바라보는 일출과 함께 고즈넉함을 느낄 수 있다. 망해사를 둘러 본 후 평야지대를 따라 출발지인 김제 시민문화체육공원으로 돌아간다.
글 사진 이성규 라이더 고경아, 성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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