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용평. MTB 대회 후기
[출발의 설렘]
2025년 7월 20일.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함엠(함께타는 MTB)’을 알게 되었다. 먼지가 쌓인 자전거를 꺼내 타기 시작한 건 오십견 때문이었다.
탁구장을 찾아 한두 게임을 하고 나면 어깨 통증이 찾아왔다. 오른쪽 다리 관절도 예전 같지 않았다. 언제 무너질지 모를 연약한 지반 위의 다리처럼 흔들렸다.
한강 라이딩을 시작하면서 가족과 함께 양평 자전거 페스티벌에 참가했다. 얼마 후 차에 루프 거치대를 설치해 가족 네 명의 자전거를 모두 싣고 다닐 수 있게 되었다. 딸 아름이는 “간지난다”며 좋아했다.
덕적도 라이딩을 거쳐 고성 그란폰도, 메디아폰도에도 다녀왔다. 탁구는 점점 멀어지고 자전거는 가까워졌다. 함엠을 통해 라이딩 복을 구입했지만 회원들과 교류하지 못해 아쉬웠다. 그러던 중 모나 용평 MTB 대회 공지가 올라왔다.
팀명은 ‘뽀로로와 친구들’. 싱글 임도 대회라 시간이 다가올수록 불안감이 커졌다. 대회가 코앞으로 다가오자 도망가고 싶어졌다. 호랑이 리더 홍헌표와 함께 백운공원 라이딩에 나섰다.
호랑이는 산이 집인 듯 흙길을 날았다. 아스팔트에 길든 나는 집토끼처럼 몰리다 결국 펑크 난 MTB를 끌고 돌아왔다.
목요일 저녁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토요일 아침 잠시 맑았지만, 용평에 도착하자 공기는 축축했고 빗방울이 굵어졌다. 묘하게 가슴이 뛰었다. 주차장에 줄지은 차량들, 그 위에 묶인 자전거들, START 깃발 아래 모인 선수들의 얼굴.
다운힐을 마친 선수들은 흙탕물에 뒹군 야전병처럼 온몸이 흙투성이였고 눈만 반짝였다. 그들을 보며 긴장과 기대가 교차했다. 본부석에 “뽀로로와 친구들이 왔느냐”고 묻자, 스태프들은 “팀명 참 재미있다”고 웃었다. 부스를 돌며 사진을 찍었다. 오늘과 내일의 경기가 또 하나의 갯벌 추억이 되리라는 예감을 했다.
[진흙탕 속의 도전]
‘뽀로로와 친구들’은 대전, 평택, 인천, 안산, 안양 등지에서 모여들었다. 영상과 밴드에서 보던 얼굴들이 하나둘 눈앞에 나타났다.
“잉규여!” “따거여!”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영상을 함께 보던 아내가 물었다.
“따거가 뭐여?”
“큰형이라는 뜻의 중국어여.” 1년간 중국에 살았던 내가 대답했다.
“근데 부부여?”
“몰라. 그만큼 친한가 보지.”
예선전이 시작되기 전 호랑이 부자는 코스를 답사했다. 나도 홀린 듯 코스에 들어섰다. 내 뒤엔 ‘달려라 써니’가 따라왔다.
비에 젖은 흙길과 미끄러운 언덕이 이어졌다. 페달을 밟을 때마다 바퀴가 흙을 튀겼고 옷은 순식간에 진흙투성이가 됐다. 숨이 가빠왔다. 써니는 가벼운 페달링으로 오르다 결국 내려섰다. 그 순간 다른 라이더들이 길을 막았다.
“우째 이런 길이. 여긴 내 길이 아닌 거여!”
다운힐에서 미끄러지며 진흙탕에 뒹굴었다. 핸들은 왼쪽으로, 바퀴는 오른쪽으로 튀었다. 정직해야 할 두 바퀴가 나를 배신했다. 흙바닥은 내 얼굴을 원했다.
“이런 법이 어딨어!” 소리쳐도 꼬꾸라졌다.
[결승선의 환희와 저녁의 따뜻함]
한 바퀴를 돌고 START 아치가 눈앞에 들어왔다.
“세 번 더 돌아? 우라질! 난 여기서 만족.” 대회 완주는 단념했다.
완주한 선수들은 자전거를 들어 올렸다. 얼굴엔 승리보다 ‘해냈다’는 안도의 미소가 번졌다. 흙투성이 차림 그대로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했다. ‘뽀로로와 친구들’은 내 팀, 네 팀을 가리지 않았다. 완주자에게 물을 건네며 환호했고, 모두 하나의 팀이 되었다.
‘달려라 써니’는 결승선을 통과하자 엉엉 울며 말했다.
“응원해줘서 고마워요.”
사고 없이 완주한 기쁨을 나눴다.
저녁에는 따뜻한 방에서 둘러앉아 맥주, 소주, 막걸리와 음식을 나눴다. 피로를 달래준 건 음식보다 웃음과 MTB에 대한 열정이었다. 늦도록 잠들지 못했다.
우리팀 중3 홍성훈 선수는 초급 학생부에서 예선과 본선 모두 우승했다. 김현승 선수는 본선에서 0.1초 차이로 아쉽게 2등에 올랐다. 가슴이 쫄깃해지는 순간이었다.
사고도 있었다. 다운힐 중 넘어져 구급차에 실려 간 선수도 있었다. 모두 무사하길 기도했다.
[남은 것은 사람과 기억]
모나 용평 MTB 대회는 단순한 레이스가 아니었다. 비와 진흙, 경쟁과 환희, 그리고 끝내 함께 웃을 수 있었던 동료들의 얼굴이 오래 남았다. 기억은 언젠가 사라지겠지만, 진흙탕 속에서 서로를 북돋우며 완주한 경험은 오래도록 내 안에 숨 쉴 것이다.
인생도 결국 이런 여정이 아닐까. 힘겹지만 함께라면 더 값진 길이 된다.
아들 상준은 MTB와 함께 달리는 기쁨을 맛보았다. 클립 신발을 신고 풀밭에 구르며 자전거를 배웠다. 나 역시 ‘뽀로로와 친구들’을 얻었다. 이번 대회는 완주보다 값진 사람들 덕분에 행복했다.
2025년 7월 20일.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함엠(함께타는 MTB)’을 알게 되었다. 먼지가 쌓인 자전거를 꺼내 타기 시작한 건 오십견 때문이었다.
탁구장을 찾아 한두 게임을 하고 나면 어깨 통증이 찾아왔다. 오른쪽 다리 관절도 예전 같지 않았다. 언제 무너질지 모를 연약한 지반 위의 다리처럼 흔들렸다.
한강 라이딩을 시작하면서 가족과 함께 양평 자전거 페스티벌에 참가했다. 얼마 후 차에 루프 거치대를 설치해 가족 네 명의 자전거를 모두 싣고 다닐 수 있게 되었다. 딸 아름이는 “간지난다”며 좋아했다.
덕적도 라이딩을 거쳐 고성 그란폰도, 메디아폰도에도 다녀왔다. 탁구는 점점 멀어지고 자전거는 가까워졌다. 함엠을 통해 라이딩 복을 구입했지만 회원들과 교류하지 못해 아쉬웠다. 그러던 중 모나 용평 MTB 대회 공지가 올라왔다.
팀명은 ‘뽀로로와 친구들’. 싱글 임도 대회라 시간이 다가올수록 불안감이 커졌다. 대회가 코앞으로 다가오자 도망가고 싶어졌다. 호랑이 리더 홍헌표와 함께 백운공원 라이딩에 나섰다.
호랑이는 산이 집인 듯 흙길을 날았다. 아스팔트에 길든 나는 집토끼처럼 몰리다 결국 펑크 난 MTB를 끌고 돌아왔다.
목요일 저녁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토요일 아침 잠시 맑았지만, 용평에 도착하자 공기는 축축했고 빗방울이 굵어졌다. 묘하게 가슴이 뛰었다. 주차장에 줄지은 차량들, 그 위에 묶인 자전거들, START 깃발 아래 모인 선수들의 얼굴.
다운힐을 마친 선수들은 흙탕물에 뒹군 야전병처럼 온몸이 흙투성이였고 눈만 반짝였다. 그들을 보며 긴장과 기대가 교차했다. 본부석에 “뽀로로와 친구들이 왔느냐”고 묻자, 스태프들은 “팀명 참 재미있다”고 웃었다. 부스를 돌며 사진을 찍었다. 오늘과 내일의 경기가 또 하나의 갯벌 추억이 되리라는 예감을 했다.
[진흙탕 속의 도전]
‘뽀로로와 친구들’은 대전, 평택, 인천, 안산, 안양 등지에서 모여들었다. 영상과 밴드에서 보던 얼굴들이 하나둘 눈앞에 나타났다.
“잉규여!” “따거여!”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영상을 함께 보던 아내가 물었다.
“따거가 뭐여?”
“큰형이라는 뜻의 중국어여.” 1년간 중국에 살았던 내가 대답했다.
“근데 부부여?”
“몰라. 그만큼 친한가 보지.”
예선전이 시작되기 전 호랑이 부자는 코스를 답사했다. 나도 홀린 듯 코스에 들어섰다. 내 뒤엔 ‘달려라 써니’가 따라왔다.
비에 젖은 흙길과 미끄러운 언덕이 이어졌다. 페달을 밟을 때마다 바퀴가 흙을 튀겼고 옷은 순식간에 진흙투성이가 됐다. 숨이 가빠왔다. 써니는 가벼운 페달링으로 오르다 결국 내려섰다. 그 순간 다른 라이더들이 길을 막았다.
“우째 이런 길이. 여긴 내 길이 아닌 거여!”
다운힐에서 미끄러지며 진흙탕에 뒹굴었다. 핸들은 왼쪽으로, 바퀴는 오른쪽으로 튀었다. 정직해야 할 두 바퀴가 나를 배신했다. 흙바닥은 내 얼굴을 원했다.
“이런 법이 어딨어!” 소리쳐도 꼬꾸라졌다.
[결승선의 환희와 저녁의 따뜻함]
한 바퀴를 돌고 START 아치가 눈앞에 들어왔다.
“세 번 더 돌아? 우라질! 난 여기서 만족.” 대회 완주는 단념했다.
완주한 선수들은 자전거를 들어 올렸다. 얼굴엔 승리보다 ‘해냈다’는 안도의 미소가 번졌다. 흙투성이 차림 그대로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했다. ‘뽀로로와 친구들’은 내 팀, 네 팀을 가리지 않았다. 완주자에게 물을 건네며 환호했고, 모두 하나의 팀이 되었다.
‘달려라 써니’는 결승선을 통과하자 엉엉 울며 말했다.
“응원해줘서 고마워요.”
사고 없이 완주한 기쁨을 나눴다.
저녁에는 따뜻한 방에서 둘러앉아 맥주, 소주, 막걸리와 음식을 나눴다. 피로를 달래준 건 음식보다 웃음과 MTB에 대한 열정이었다. 늦도록 잠들지 못했다.
우리팀 중3 홍성훈 선수는 초급 학생부에서 예선과 본선 모두 우승했다. 김현승 선수는 본선에서 0.1초 차이로 아쉽게 2등에 올랐다. 가슴이 쫄깃해지는 순간이었다.
사고도 있었다. 다운힐 중 넘어져 구급차에 실려 간 선수도 있었다. 모두 무사하길 기도했다.
[남은 것은 사람과 기억]
모나 용평 MTB 대회는 단순한 레이스가 아니었다. 비와 진흙, 경쟁과 환희, 그리고 끝내 함께 웃을 수 있었던 동료들의 얼굴이 오래 남았다. 기억은 언젠가 사라지겠지만, 진흙탕 속에서 서로를 북돋우며 완주한 경험은 오래도록 내 안에 숨 쉴 것이다.
인생도 결국 이런 여정이 아닐까. 힘겹지만 함께라면 더 값진 길이 된다.
아들 상준은 MTB와 함께 달리는 기쁨을 맛보았다. 클립 신발을 신고 풀밭에 구르며 자전거를 배웠다. 나 역시 ‘뽀로로와 친구들’을 얻었다. 이번 대회는 완주보다 값진 사람들 덕분에 행복했다.
댓글을 작성 하시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