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대균 선수
비움과 채움 사이
황대균 선수의 겨울 나기
황대균 선수. 대학졸업을 앞둔 24살의 남자. 그에게 인생의 쓴맛 단맛을 묻기에는 왠지 일러 보이지만, 앳되고 여려 보이는 황대균 선수는 이미 인생의 쓴맛을 경험한 듯 느껴졌다. 그럼에도 그는 겨울의 하얀 눈빛처럼 환해보였다. 아마도 그 이유는 그가 여전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청춘이기 때문일 것이다.
editor 송해련 photo 이성규
3 월호를 준비하고 있지만, 2월은 봄을 미리 쉽게 내어 주지 않는다. 황대균 선수를 만나던 날도 그랬다. 경북 김천에서 새벽같이 서둘러 올라온 서울 행은 줄 곧 눈과 함께 였고, 촬영을 위해 찾아간 분당의 어느 산은 날 선 바람이 한 올 한 올 얼굴을 감았다. 더구나 흰 눈을 피해 사진을 찍어 보려 했지만 그것조차도 쉽지가 않았다.
그렇게 황대균 선수를 만났다. 황대균 선수는 2009년부터 TEAM ELFAMA 주축선수로 활약해오고 있는 MTB선수로 올해 순천향대학을 졸업하면서 앞으로의 행보에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는 선수 중의 한명이다.
2011년형 ELFAMA FANTASIA N1 모델과 함께 나타난 황태균 선수. 추운 날씨였지만, 인터뷰 전 사진 촬영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그의 모습을 보니, 성실함이 몸에 밴 다소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일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쵤영을 마치고 산을 내려 왔다. 자리를 옮기며 MTB선수에게 겨울은 어떤 계절이냐고 툭하고 던지자 “겨울은...귀하고 때론 치열한 계절인 것같아요.”하고 다소 뜻 모를 답을 던진다. 더 묻지 않았다. 그리고 자리를 옮겨 따뜻한 커피가 기다리고 있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커피 좋아해요.”
수 십 가지의 종류가 쓰여진 커피 메뉴 속에서 그가 좋아한다는 인도네시아 만델링 커피를 함께 주문했다.
날근한 나무 탁자를 마주하고 이제 황대균 선수의 귀하고 치열한 겨울의 의미를 물을 시간이 되었다.
“졸업을 한다고 생각하니 막상 4년간 뭘 한걸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운동밖에 모르고 대학 생활을 보냈는데 올 겨울은 유난히 생각이 많네요. 개인적으로 가졌던 목표인 국가대표로 선발되지 못한 자괴감도 있고, 잦은 부상으로 오랫동안 재활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어요. 한편으로는 운동에 대해 다시 한 번 매진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한 것같아요. 인생의 전환점을 기다리고 있는 것같은. 그리고 전환점을 스스로 만들어야 할 것같은 시간인 것같기도 하네요.”
올해 나이 24. 순천향대학교 사회체육학과 졸업을 앞둔 이 남자의 솔직한 고백을 먼저 들으니 이야기는 꽤 진지하게 시작됐다. 희망과 시련, 성공과 실패, 사랑과 이별처럼 인간의 삶에서 희비는 언제나 세트로 닥친다. 희망을 꿈꾸지만 실상 시련에 허덕이는 것이 우리의 삶인지도 모르겠다. 대학졸업을 앞둔 24살의 남자. 그에게 인생의 쓴맛 단맛을 묻기에는 왠지 일러 보이지만, 앳되고 여려보이는 황대균 선수는 이미 인생의 쓴맛을 경험한 듯 느껴졌다. 그럼에도 그는 겨울의 하얀 눈빛처럼 환해보였다. 아마도 그 이유는 그가 여전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청춘이기 때문일 것이다.
눈부신 미래는 저절로 오지 않는다
황대균 선수가 MTB를 시작한 것은 고1, 그러니까 열일곱의 겨울이었다. 초등학교 시절 축구선수를 하기도 했던 황대균 선수에게 흐르는 스포츠 선수로의 기질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던 모양이다. 김천농공고에 입학하고 사이클 감독이었던 이성하 감독에게 눈에 띠면서 그는 운동선수로서의 타이틀을 다시 달았다. 어릴 때부터 운동에 소질을 보였지만 부모님의 완강한 반대로 운동을 포기했던 유년시절을 거쳐 체력장 1600m달리기에서 전 학년을 통틀어 가장 빠른 기록을 내면서 이성하 감독의 눈에 들어왔다. 이성하 감독은 체력 좋은 열일곱의 황대균 선수에게 사이클을 탈 것을 끈질기게 권유했다.
남들보다 늦게 사이클 선수로의 출발이었지만, 운동을 하면서 느끼는 승부욕과 자전거를 타면 본능적으로 발동하는 운동세포는 그를 지금까지 오게 한 원동력이었던 것같다고 자전거에 처음 올랐던 고1의 11월을 회상했다.
“사실 운동을 하려면 돈도 많이 들고 힘드니까 부모님께서 많이 반대를 하셨어요. 하지만 외삼촌이 핸드볼 선수를 하기도 했고, 친가 쪽도 모두 운동을 좋아했던 걸 보면 아마도 유전적으로도 조금은 운동선수 기질을 타고 난 것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해요. 자전거를 타고 달릴 때 바뀌는 풍경이 좋았어요. 그리고 처음으로 가평 사이클대회에 출전했을 때, 저의 몸 속에 흐르는 승부욕, 그리고 성취감같은 것이 저를 신나게 하더라구요. 안타면 타고 싶고, 중독같은 매력이 느껴졌죠. 그리고 저희 고등학교 선배인 박창민 선수가 그때의 저의 영웅이었죠. 박창민 선수는 이미 고등학교때 국가대표로 선발되었고, 학교의 살아 있는 전설이었거든요. 대회만 나갔다하면 1등이었으니까요.”
그가 이야기했듯이 황대균 선수와 박창민 선수는 동문이다.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 운동 파트너로 그리고 정신적인 멘토였던 박창민 선수는 그에게 신적인 존재였다며 박창민 선수의 미친 존재감을 다소 높아진 목소리로 이야기 했다.
“처음에는 사이클로 시작했지만 창민이 형하고 MTB를 함께 타면서 MTB에 더 빠지게 되었어요. 하지만 형이 있는 동안에는 한 번도 고등부 1등을 손에 쥘 수 없었죠. 형이 졸업하고 나니 그때 처음 대회 1등이 제게 오더라구요.”
고등학교 3학년부터 각종 대회 1위에 오르며 부상을 하기 시작한 황대균 선수의 다음 진로는 순천향대학으로의 입학이었다. 선수 스폰이 풍족하지 못했던 그 시절, 장비를 비롯해 선수들의 지원을 해줄 수 있는 곳이 순천향대학이었기 때문이었다. 대학 입학과 함께 운동에 매진했지만 함께 운동할 파트너도 없었고, 순위에 대한 부담감은 더욱 커져 원하는 대로의 목표는 쉽게 오지 않았다. 수업을 마치면 바로 운동을 하고, 또 다시 운동을 하는 것이 전부였지만 국가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위염에 걸려 원하는 성적을 낼 수 없을 때도 있었고, 중요한 시합을 앞두고 부상이 오기도 했다. 2009년에는 코스답사 중에 쇄골이 부러지는 부상으로 큰 수술을 거쳐 3개월 이상 재활의 시간을 가져야 하기도 했다.
“이상하게도 예전부터 출발선상에 서면 멍할정도로 부담감이 밀려왔어요. 마인드 컨트롤에 실패한 것같은 느낌이랄까요. 스타트 선에서가 가장 힘들어요. 막상 출발하고 나면 괜찮은데 말이에요. 아마도 자신감의 부족, 기술적인 테크닉에 대한 문제인 것 같기도 한데 지금은 많은 대회를 경험하면서 극복되고 있는 것같아요. 대학에 들어와 첫 시합에서 정말 떨렸거든요. 그런데 부모님과 가족이 손을 흔들어 주는 모습에 힘이 나고, 피니쉬 라인에 들어왔을 때는 교수님께서 너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까 왠지 이제부터는 잘 할 수 있을 것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출발 선에서 그에게 응원의 눈빛을 보냈던 가족은 그에게 무한 사랑을 보내는 가장 큰 힘이다. 선수생활의 끝없는 반대를 무릅쓰고 시작한 일이었지만, 황대균 선수의 선택이 굳어지고 난 후부터 그가 출전하는 대회에는 언제나 부모님이 함께 한다고 한다.
“부모님은 그러세요. 한 번도 제대로 가족 여행을 떠나본 적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저의 시합에 오는 것이 가장 행복한 가족여행이라구요. 그 말을 들은 후부터는 시합 전 저를 바라보시는 부모님의 눈빛을 이해할 수 있을 것같고, 좀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크죠. 노력이라는 한자어에는 힘 ‘力’자가 두 번 들어 있잖아요. 최선을 다하려면 힘을 두 배로 쏟아야 한다는 의미겠죠.”
다소 어른스런 이야기를 곧잘 꺼내는 황대균 선수이지만, 아직 그에게는 많은 문제들이 남아있다. 올 11월 군 입대를 앞두고 있기도 하고 올해의 1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한 문제도 그에게는 가장 큰 숙제이다.
“지금은 코치도 감독도 없이 혼자 운동을 해야 하고 부상 이후 몸이 완전히 회복된 상태도 아니라서 근력 운동 위주의 운동을 하고 있어요. 여전히 대회에 대한 부담은 크지만, 조금은 즐기는 운동을 하려고 마음의 여유를 찾고 있어요. 2008년부터 엘파마의 후원을 받으며 운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장비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 운동할 수 있는 것도 다행이고 나상훈 선수와 같은 좋은 선수를 알게 되 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되고 있기도 해요.”
황대균 선수에게 가장 존경하는 선수를 물어보자 서슴없이 나상훈 선수라고 대답했다. 자기관리에 철저하고 미래를 계획할 줄 아는 선수라는 점, 그리고 계속 도전하는 선수라는 점에서 닮고 싶은 선수 중의 한명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명의 선수가 쿠퍼 딜란 선수이다.
“쿠퍼 딜란 선수는 재팬시리즈에서 활동하는 호주 선수인데 상훈이 형으로 인해 알게 되었어요. Trek Japan Team을 대표하는 선수 중의 하나이고 2008 호주 XC챔피온과 2009년 재팬시리즈 XC챔피온을 차지하며 실력있는 선수들의 반열에 오랫동안 위치해 있는 최고의 선수이기도 하죠. 작년에 한국에서 함께 운동을 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는데 그 선수의 운동 방법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테크닉이나 힘에서도 저의 부족함을 여실히 봤어요. 딜란 선수의 장점은 늘 새로운 것을 즐긴다는 거예요. 변화를 추구하고 유연하게 사고하고, 어디서든 적응력이 빠르고 정확한 판단을 하는 그의 노련함에 놀랐죠.”
황대균 선수는 요즘 비우는 것과 채우는 것 사이에서 자신을 다독이고 있다고 했다. 올 한해는 긍정적인 마인드 속에서 자신을 찾아가는 시간으로 만들고 싶다며 스스로의 압박감에서 벗어나고 싶다고도 했다. 잘 타는 선수라는 말보다 열심히 하는 선수였으면 좋겠다며 올해는 꼭 시합이 아닌 여행을 위해 오랫동안 자전거에 오르고 싶다는 이야기도 건냈다.
“선수생활에 있어 목표는 늘 우승이에요. 하지만 그러나 거기에만 가치를 두고 싶지는 않아요. 그 과정 또한 즐기고 즐기면서 행복해지고 싶어요. 그리고 또 하나의 바램이 있다면 세계적인 팀에서 활동하면서 우리나라의 자전거도 함께 알리고 싶어요. 현재 엘파마의 후원선수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에도 엘파마와 같은 브랜드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거든요. 24살의 저는 여전히 헤매고, 불투명한 미래로 불안해하기도 하지만 올해는 그 방황과 불안함을 스스로 줄여보려구요. 그것은 아마도 노력밖에 없겠죠. 운동선수는 늘 자기와의 싸움이 가장 큰 싸움이라고 생각해요. 부상도 있었고, 늘 될 것같으면서도 안되는 안타까운 상황도 많았지만 그런 시간에 당당히 맞서보려구요. 그리고 끝까지 목표하는 일, 희망을 놓지 말아야죠. 태어날 때부터 특별한 인생이 어디 있겠어요? 노력의 힘이 저를 바꿀 거라고 믿어요. 눈부신 미래는 저절로 오지 않을 테니까요.”
황대균 선수는 이제 스스로의 겨울에서 빠져나와 봄을 맞이 하고 있는 듯보였다. 결코 꿈을 버리지 않는 황대균 선수에게 앞으로의 일상에도, 그리고 어떤 고난의 순간에도 쉽게 매몰될 것같지 않아 보인다. 마침내 봄이 오면 꽃망을 터트리는 나무를 황대균 선수에게서 보았다. 마른 겨울 나무에서 물기를 머금고 다시 피어오르는 봄의 나무를 말이다.
[이 게시물은 장한수님에 의해 2012-06-12 20:04:19 월간더바이크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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