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륜훈련원, 이상혁 원장
배팅이 기본이 되는 경륜은 늘 동전의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건전한 레저와 도박이라는 숙명의 꼬리표를 떼어버릴 수 없는 것이다. 경륜이 부정적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국민의 레저욕구 충족과 공익기금 마련을 위해 설치한 사업이라는 점에서 변화된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시각이 이제는 사회전반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특히 체육진흥공단 경륜훈련원 이상혁 원장은 경륜 문화에 대한 특별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대한체육진흥공단에 입사, 한국마사회를 거쳐 1994년 경륜이 시작되던 시점부터 경륜에서 잔뼈가 굵은 경륜맨이기도 하지만 경륜훈련원은 우리나라 경륜문화가 가장 처음으로 시작되는 곳이자, 경륜선수를 키워내 경륜의 미래 가치를 만들어 내는 곳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나라 레저스포츠 사업을 지원하는 초석이라는 점을 누구보다 깊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륜훈련원장 사내공모를 통해 2012년 1월부터 이곳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경륜훈련원은 경북 영주시 순흥면에 자리를 잡고 있다. 훈련원의 주요시설이 자리 잡은 본관과 생활관, 실내연습장, 벨로드롬과 2km의 등판주로, 수평주로, 순환주로 등이 마련되어 있다. 152명을 수용할 수 있는 숙박시설도 함께 마련되어 있는 국내 유일의 경륜훈련원인 이곳에서 이상혁 원장을 만났다.
“사실 경륜공단은 다른 부서에 비하면 예민한 고객들을 상대해야 하고, 한편으로는 비난을 피할 수 없는 곳입니다. 그러나 이 사업이 법정사업으로 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경륜 수익금은 체육진흥, 청소년 육성, 지방재정 등 특정 목적의 공공기금을 조성하는 데 기여하고 있고 이는 정부예산에서 공식적으로 편성되지 않는 재원으로서 지방자치단체를 활성화시켜 각종 공익사업 지원에 사용되는 국가발전의 숨은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사업에 있어 조직경쟁력을 갖추고, 고객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고객들이 환호할 수 있는 경륜선수를 길러내는 곳으로서의 의미는 무엇보다 크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경륜을 통하여 자전거 타기에 대한 흥미를 유발시키고, 사이클 동호회 등의 결성으로 자전거 타기 대중화를 통한 건전한 생활체육 활동의 저변 형성 및 국민 건강증진과 환경보존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도 순기능으로 봐야죠. 이런 점에서 저의 경륜공단에서의 이력 속에 꼭 한 번 경륜훈련원에서 일해보고 싶다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이곳에 온지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얼마 전 23명의 19기 졸업생이 혹독한 훈련을 무사히 마쳤고, 그동안 폐쇄적으로 운영되어 오던 훈련원을 MTB 아카데미와 같은 프로그램을 실시하면서 좀 더 친밀하게 운영하고 있는 중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자전거와 인연을 맺은 지 올해로 13년째를 맞는다는 이상혁 원장은 서울에서 근무할 때는 신림동 집에서 올림픽공원 근무지까지 자출을 해왔고, 그의 자전거 사랑은 온 가족을 넘어 주변 동료들에게까지 전하고 있다며 자전거에 대한 애정을 들려주었다.
“이곳에 내려와서 저또한 경륜후보생들과 함께 어깨를 겨를 정도로 자전거를 한번 타봐야 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그동안 산악자전거를 꾸준히 타왔다는 점에서 어느정도 자신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도로훈련을 하는 선수들을 따라 나갔다가 그 꿈을 얼른 접었죠. 저희 경륜훈련원의 가장 근본적인 미션은 경륜후보생들의 교육을 통해 진정한 경륜 선수로 키워내는 데 있습니다. 사실 이 곳에 내려와서 경륜후보생들의 훈련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플 때가 많습니다. 훈련도 혹독하고, 온 몸은 늘 상처투성일 때가 많거든요. 이번에 졸업한 19기들의 마지막 졸업레이스를 보면서 자식들을 떠나보내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경륜훈련원은 최근 지난해 11월 입소한 23명의 19기 졸업생들의 졸업레이스전을 펼쳤다. 23명의 후보생들에게는 마지막으로 실력을 검증받는 경주이기에 그 어느 때보다 열기가 뜨거웠다고 했다. 입소 이후 4개월간은 기초체력 훈련, 이후 2개월은 주행훈련과 도로훈련, 마지막 5개월은 실전경주 훈련과 함께 광명, 창원, 부산에서 각 2회씩 현지 적응훈련을 받는다. 이뿐만 아니라 배팅이 기본이 되는 경륜선수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과 인성교육, 예의범절 교육, 스포츠 의학에 걸쳐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는 중이다.
“이번 경륜후보생들의 실력은 그 어느 때보다 우수하다는 평가입니다. 이번에 수석으로 졸업한 류재열 선수는 지난해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배 사이클대회 200m 스프린터 부문에서 한국 신기록을 세울만큼 순발력이 탁월한 선수입니다. 이번 훈련후보생들 가운데서도 독보적인 기량을 선보였고, 신체능력뿐만 아니라 경주운영 능력또한 탁월해 선배들과의 경쟁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죠. 차석 졸업생인 정재원 선수 또한 중장거리 출신답게 선행 후 종속유지에 강점을 보이고 있고 천호신, 전영규, 강동진 선수또한 국가대표를 거친 유망주의 선수들입니다. 잠재력을 보이고 있는 선수들이 그 어느 때보다 많다는 점에서도 큰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이상혁 원장은 이번 졸업생들의 특성 하나하나까지 집어내며 선수들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제주도로 예정되었던 선수들의 졸업여행이 태풍으로 무산되어 안타까워했고, 이들 선수들이 앞으로 경륜을 통해 올곧게 성장할 수 있기를 바라는 진정성이 담긴 마음도 느껴졌다. 훈련원은 이러한 경륜후보선수의 교육이외에도 기존의 600명의 경륜선수들의 보수교육도 담당한다. 2년 동안의 선수생활 이후에는 경륜선수 자격에 대한 검증을 다시 받아야 한다. 부진한 선수들에게는 다시 재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경륜 심판인력 양성도 이곳에서 행해진다.
경륜훈련원은 최근 몇 년간 선수들을 키워내는 훈련원으로서의 역할을 넘어 다양한 자전거 문화의 정착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영주훈련원 죽령산 일대에 MTB 코스를 개발하고 전국산악자전거대회를 개최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영주 경륜훈련원은 사업의 특성상 폐쇄적으로 운영되어 왔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훈련원을 개방하고 고객들과의 밀착 경영을 통해 이곳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경주사업부가 주최하고 한국산악자전거연맹이 주관하는 전국산악자전거대회가 저희 훈련원이 개발한 MTB 코스에서 치러지기도 하고 2008년부터는 산악자전거 아카데미 운영을 통해 고객들과 한발 더 가까운 훈련원이 되도록 하고 있어요.”
이상혁 원장이 밝힌 대로 이날 훈련원에는 주말을 맞아 MTB 아카데미에 참가하기 위해 모인 자전거 라이더들이 곳곳에서 눈에 띠었다. 국내 최초 1등급 공인 전용 MTB 코스를 일반인들에게 개방하여 자전거 문화를 확산시킨다는 목적 아래 진행되고 있는 MTB 아카데미는 경륜훈련원 내에 위치한 5.2km MTB 코스에서 진행되며 경륜훈련원내 송악산에 만들어진 국내 유일의 MTB 전용 교육장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중이다.
“MTB 아카데미는 일반인 및 MTB 동호인들을 대상으로 이론과 실기에 걸쳐 주말을 이용한 이틀의 교육이지만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죽령고개, 마구령, 고치령 등 산악자전거라이딩, 코스 및 모굴에 대한 실전교육, 이론 교육 등 다양합니다. 전 국가대표 출신인 정민혁, 우상현 강사가 현재 진행을 하고 있으며 최고 수준의 교육을 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이곳에서 교육을 마치고 간 수강생들의 피드백을 보면 10년 이상 MTB를 탔다는 동호인들도 제대로 배울 수 있었다는 평가들을 하고 있거든요.”
이곳 경륜훈련원의 숙박시설을 이용할 수 있고, 경륜후보생들의 식단으로 꾸며진 식사를 제공하지만 수강료는 5만 원에 불과하다. MTB 아카데미 교육프로그램은 산악자전거 초보자들을 위한 클래스로 ‘기본과정’에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다. 1박 2일 교육일정으로 진행되며 산악자전거 초보자와 여름캠프 이수를 위한 전 단계로 4, 5, 6, 9, 10월 총 5차례가 열리고 있다.
‘기본과정’이 초보 딱지를 떼기 위한 강좌라면, 2박 3일 열리는 ‘여름캠프’는 전문성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이다. 여름캠프는 7〜8월에 걸쳐 2회 개최하고 있다. 특히, 이번 여름캠프에는 브레이크 수리, 체인 탈부착 등 구동계열 세척 및 윤활, 부품의 정렬과 같은 자전거 정비교육을 실시해 더욱 주목을 받았다.
이번 ‘기본과정’에 참가한 가족들도 만났다. 박무림, 김현애, 박재영 씨 가족은 “아이가 산악자전거에 큰 관심을 보여 이번 교육에 참여하게 되었다. 산악자전거는 항상 낙차로 인한 부상의 위험이 도사리기 때문에 기초 교육이 필수라는 생각에 아이에게 안전하게 탈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려고 왔다. 그런데 오히려 몇 년동안 MTB를 타온 우리들이 더 많은 것을 배워간다”며 이번 MTB 아카데미 참가에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곳은 가장 낮은 지점과 높은 지점의 표고차가 70〜80m 정도여서 산악자전거 코스로 안성맞춤입니다. 매년 교육프로그램이 연령별·수준별로 더욱 세분화되고 코스와 시설도 국제수준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있어 내년에는 더욱 확대를 하려고 계획을 하고 있어요. ‘경륜훈련원 ‘MTB 아카데미’는 대자연속 전문 교육 시설에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건전한 자전거 문화확산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의가 있습니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고객들과 더욱 가까워지고 영주훈련원이 자전거의 또다른 문화의 현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이상혁 원장은 인터뷰는 물론 훈련원 곳곳을 직접 안내하며 훈련원에 대한 전반적인 시설과 사업내역 등에 상세히 소개해주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경륜이 우리나라에서 가족 단위의 레저 오락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초석으로 선수양성에 더욱 심혈을 기울일 것이며 내부적인 혁신과 개혁을 통해 자전거와 관련한 다양한 문화 콘텐츠 개발과 새로운 서비스로 고객들과 만날 것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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