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X계의 국보소녀 박민이 선수와 오붓한 티타임
그러나 대찬 실력에도 불구하고 국내 실정상 선수지원이나 훈련환경이 열악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녀는 어깨재활을 위해 수영장을 다니고 주말에는 춘천으로 BMX를 타러 간다고 말했다. 근래에는 스포츠 마케팅을 공부하기 위해 대학진학도 앞두고 있다. 갓 대학을 졸업하고 진로고민이 한창일 또래의 스물네 살 여자들을 생각해볼 때, 또렷한 말투로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에 대해 말하는 그녀는 확실히 생기가 넘쳐보였다. “운동을 그만 두면 뭐하고 싶어요?”라고 묻자, 한 치 망설임도 없이 “BMX선수 양성에 도움이 되고 싶어요.”이라고 대답하는 박민이 선수를 보면서 그녀에게 BMX란 어떤 의미일지 짐작이 갔다.
스무 살 때 저는 프로선수로서 막 시작을 하는 단계였어요. 그때와 비교하자면 지금은 어느 정도 목표를 이뤘다고 해야 할까요? 스무 살 저는 더 많은 국제대회 경험을 쌓고 외국 선수들과 교류하고 싶었어요. 지금은 대회 경험도 어느 정도 있고 해외의 친구들도 생겼죠. 특히 올해에는 외국 선수들과 더 친해진 계기가 있었어요. 대회에서 자주 만나는 미국과 남미 선수들 5명과 미국투어를 함께 했거든요. 투어를 다니면서 BMX 홍보 이벤트나 자선행사에도 참여했어요.
엔지 마리노. 동갑이라 그런지 말도 잘 통하고 고민하는 것도 비슷했어요, 심지어 라이딩 스타일도 같아요. 저는 주로 점프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엔지 마리노 선수 역시 점프를 좋아하더라고요. 같이 더트에서 점프 연습을 하다 보니 금세 친한 사이가 되었죠.
작년 4월에 캐나다에서 훈련을 하고 바로 프랑스로 갔어요. 캐나다에서 철저히 준비했기 때문에 자신감도 넘쳤고 뭔가 해내야 겠다는 각오도 있었죠. 그런데 예선전에서 거꾸로 돌다가 점프대 파이프에 얼굴을 부딪쳤어요. 정신을 잃어서 자세한 상황은 기억나지 않지만, 눈을 떠보니 앞니 하나가 없더라고요. 주변 사람들은 놀란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고 있고. 완전히 ‘멘붕’이었죠. 거기에다가 비가 많이 와서 결승전도 취소되었어요. 아쉽지만 별 소득 없이 다시 캐나다로 갈 수밖에 없었어요. 캐나다의 의료비가 비싸다고 해서 귀국할 때까지 앞니가 없이 살아야 한다니 속상했죠. 그런데 홈스테이를 했던 집 아주머니가 신경이 죽으면 치아가 까맣게 변색된다고 하시면서 자기 보험으로 고쳐주셨어요. 그분께 정말 고마웠어요. 그 후 귀국하자마자 바로 마우스피스를 샀어요. (웃음)
사실 그 대회는 그렇게 욕심냈던 것은 아니었어요. 이제까지 규모가 있는 국내 BMX대회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춘천월드레저대회 소식이 반가웠어요. 순위에 들기보다는 즐기자는 마음으로 참여했죠. 운이 좋았는지 4위를 했어요. 5명까지 결승전에 진출해서 유명한 해외선수들과 겨룰 수 있는 기회를 주었는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수들과 한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도 기뻤습니다.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 선수들은 UCI 포인트가 부족해요. 아시아에서는 UCI포인트가 걸린 시합이 그리 많지 않거든요. 포인트가 부족하면 올림픽에 참여하기가 어렵죠. 저도 포인트가 부족하기 때문에 참가하지 못했어요. 올해부터는 UCI대회를 다니면서 포인트를 쌓을 예정입니다. 우선 올 4월에 열리는 싱가포르 대회를 준비하고 있어요.
중학교 때부터 아버지와 주말마다 연습을 했어요. 그러다보니 친구들과 함께 보낸 휴일이 거의 없었어요. 친구들이 에버랜드를 가거나 여행을 가자고 해도 저는 운동해야 해서 갈 수가 없었어요. 수능이 끝나고 친구들은 화장을 하고 예쁜 옷을 입을 때도 저는 매일 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다녔어요. 다들 그게 저만의 스타일이라고 말하지만, 저라고 다른 여자들처럼 예쁘게 입고 싶지 않았겠어요? 다만 그렇게 입고 다닐 수가 없으니까. 그리고 훈련하다보면 자신을 꾸밀 시간이 많지도 않고.
대학생이었던 친구들이 오리엔테이션이나 엠티 가는 것이 부러웠어요.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가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것보다는 공부를 열심히 해보고 싶어요.
좋아합니다. (웃음)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만 같은 학번 친구들과 나이차가 많이 나서요. 올해 입학한 동기들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다들 저보고 ‘이모’라고 불러요. 물론 대학생활은 즐겁게 할 생각이에요. 하지만 무엇보다 제가 대학을 간 이유는 스포츠 마케팅에 관심이 있어서예요. 스포츠 과학부의 윤승호 교수님이 그 분야에 상당한 전문가라고 들었어요. 저는 스포츠 마케팅을 공부해서 나중에는 선수 관리와 후배 양성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전에는 김연아 선수를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정말 ‘강심장’이예요. 온 국민의 기대를 받고 있는데도 떨리지 않고 자신의 기량을 펼친다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 그런데 런던 올림픽 이후에는 장미란 선수로 바뀌었어요. 장미란 선수가 보여준 스포츠맨십도 그렇고. 이번에 은퇴하면서 장미란 재단을 만들어 비인기 종목 선수를 후원한다는 소식을 듣고 감명을 받았어요.
저는 운동에 여자와 남자를 구분하고 싶지 않아요. 여자대회 역시 선수들의 경쟁이기 때문에 남성 경기의 치열함과 다를 바는 없죠. 다만 여자는 남자들보다 문화적으로 보호받고 자랐고 상대적으로 겁도 많은 건 사실이에요. 여자 선수를 많이 육성하려면 체계적인 훈련과정을 통해 처음 입문하는 여성들이 부담 없이 훈련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올해 스케줄은 상당히 타이트할 것 같아요.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해서 레이싱 훈련에 주력하고 싶어요. 원래 제 종목은 파크이고 사람들도 그쪽을 더 잘한다고 칭찬도 많이 해주시지만, 선수의 입장에서 파크는 레이싱보다 더 먼 미래의 종목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나중에 선수를 은퇴하면 스포츠 마케팅 관련 직업을 갖고 싶어요. BMX 문화를 활성화하는 것이 저 스스로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이기도 하고요. BMX 관련된 일 말고는 빵집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집에서 빵 만드는 것을 좋아해요. 바깥에서 격한 운동을 많이 하니까 취미는 다치지 않고 할 수 있는 것을 하게 되더군요.
언제 한번 꼭 대접해드릴게요. 가끔 실패하면 빵도 아닌 이상한 밀가루 음식이 나오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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