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호, 국내 BMX 프리스타일의 미래 [더바이크]
이지호
국내 BMX 프리스타일의 미래
올해 19살인 이지호 선수는 경력 6년 차의 BMX 프리스타일 선수이다. 그는 국내뿐만 아니라 아시아 랭킹 3위와 UCI 랭킹 40위를 기록하며, 해외에서도 프리스타일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 11월, 그를 만나 BMX 프리스타일에 대한 이야기와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editor 박성용 photo 이성규
익스트림 스포츠인 BMX 프리스타일은 자전거를 타고 파크에서 각종 묘기를 부리는 종목으로 기술의 난이도와 예술성, 완성도를 통해 실력을 겨루는 스포츠이다. 이지호 선수는 올해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2019 아시안 어반 사이클링 챔피언십’에서 최종 3위를 차지하며, 아시아 랭킹 3위를 기록하고 세계 선수들의 순위를 매기는 UCI 랭킹에는 40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BMX를 타기 전에 원래 MTB 선수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MTB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그 당시 체력 훈련보다는 MTB의 테크닉 훈련에 재미를 느끼게 되었고 우연히 화려한 기술을 구사하는 BMX 프리스타일이라는 종목을 알게 되면서 과감하게 꿈을 BMX 종목으로 전향한 것이다.
그렇게 BMX 프리스타일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고 중학생 때부터 국내 대회와 대만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 참가하며 실력을 쌓아나가기 시작했으며,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춘천에서 열린 ‘춘천 레저컵 액션스포츠 챔피언십’에서 3년 연속 BMX 파크 부문 1위를 차지하고 작년에 열린 ‘2018 레저·스포츠 페스티벌 in 부산’의 BMX 빅에어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국내를 대표하는 프리스타일 간판선수로 자리 잡게 되었다. BMX 불모지인 한국에서 프리스타일 선수가 되겠다고 마음먹기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선수로서의 꿈을 가지게 된 원동력은 무엇일까?
지난 11월, 그와의 인터뷰를 위해 안산에 위치한 안산 BMX 프리스타일 파크장에 방문했다. 현재 그는 험난한 입시 여정을 마치고 대학 진학을 기다리고 있다. 그동안 학업에 밀려 BMX를 제대로 타지 못한 그에게서 뜨거운 열정이 느껴졌다. 국제 BMX 대회에 참가해 좋은 성적을 거두며 한국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이지호 선수. 그의 바람처럼 많은 BMX 꿈나무들이 양성되어 비주류인 BMX 프리스타일이 주류로 탈바꿈되는 그날을 기대해본다.
BMX 프리스타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MTB를 배웠었는데 그 당시 체력훈련보다는 바니홉이나 드롭과 같은 테크닉 훈련이 더 재미있었어요. 그래서 테크닉 훈련을 더욱 열심히 하게 되었는데 우연히 BMX 프리스타일이라는 종목을 알게 되어 푹 빠지게 되었습니다. 처음 아버지께서 BMX 프리스타일이 위험한 운동이기 때문에 반대가 심하셨는데 나중에는 이왕 시작한 거 제대로 배워보라며 개인 강습을 끊어주셨어요.
국내 BMX의 수준과 환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국내 BMX 환경은 다른 나라에 비해 양호한 편입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BMX 프리스타일이 위험성이 크다 보니 경기장의 기물들 높이가 낮거나 평이한 편이에요. 그리고 실내 경기장이 없다는 점이 가장 아쉽습니다.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장마가 있는 여름이나 날씨가 추운 겨울에는 훈련하기에 무리가 있습니다. 국내 BMX 수준은 제가 처음 시작했을 때보다는 매니아층이 많아졌어요. 요즘에는 SNS를 통해 많은 정보와 관련 영상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것 같습니다.
국내와 해외선수의 실력 차이는 어떠한가요?
우선 아시아권에서만 보면 일본이 가장 앞서고 있습니다. 올해 7월에 일본 시즈오카를 다녀왔는데 그때 만났던 일본 선수들의 실력이 매우 뛰어났습니다. 내년 올림픽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나라의 지원을 많이 받고 있었고 일반인들의 관심도 굉장히 높았습니다. 그 다음으로 우리나라가 2위를 지키고 있는데요. 요즘에는 중국에서 해외코치를 영입하고 경기장을 늘리는 등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2019 아시안 어반 사이클링 챔피언쉽’ 대회에서 동메달을 차지하셨는데 소감 한마디 전해주세요.
아시안게임과 같은 방식으로 나라별 2명의 선수만 참가할 수 있었는데요. 일본과 중국, 대만 외에 다른 나라 선수들과 대회를 치러본 적이 없어서 더욱 부담이 컸습니다. 결과적으로 3위를 차지하여 동메달을 차지하긴 했지만, 우천으로 인해 결승 경기가 아닌 예선경기로 성적을 매겼어요. 결승 경기 때 보여주려고 아껴놓은 고난도 기술이 있었는데 못 보여준 것이 아쉬웠습니다. 또한 2위와 점수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아서 더욱 아쉬움이 큰 대회입니다.
이지호 선수의 롤모델은 누구인가요?
저에게 BMX 프리스타일을 처음 가르쳐주신 서익준 코치님입니다. 서 코치님은 11년간 우리나라 BMX 프리스타일의 1인자 자리를 지키신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BMX 선수는 20대 후반이면 은퇴를 하는데 서 코치님은 35살까지 선수 생활을 하셨어요. 직장생활을 병행하면서 강습과 대회 준비까지 하셨다는 점이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다른 자전거와 비교했을 때 BMX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어려운 기술이 아니더라도 본인이 정한 목표에 성공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이 BMX 프리스타일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전하고 실패하고 또다시 도전하여 결국 성공으로 마무리할 때 느끼는 성취감이 있기에 BMX를 계속 타게 되는 것 같습니다.
내년 도쿄올림픽에 BMX 프리스타일 종목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었다고 들었을 때 기분이 어떠셨나요?
BMX 프리스타일이 도쿄 올림픽에 채택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놀랐고 기대가 컸습니다. 하지만 첫 대회여서 그런지 엔트리가 10명밖에 되지 않았어요. 비록 저는 이번 올림픽에 참가하지 못하지만 도쿄 올림픽에서 BMX 프리스타일 종목이 성공적으로 치러져서 다음 올림픽에는 꼭 참석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 ‘2019 아시안 어반 사이클링 챔피온십’에서 3위를 차지한 이지호 선수
▲ 노핸드 기술을 선보이는 이지호 선수
하루 훈련 스케줄과 훈련 방법이 궁금합니다.
올해는 입시 준비 때문에 금요일 저녁 시간과 일요일에만 훈련을 할 수 있었는데요. 금요일은 코치님께 개인 강습을 받았고 일요일에는 새로운 기술을 익히기보다는 기존에 익혔던 기술들의 복습과 자세 교정에 초점을 맞추고 훈련을 진행했습니다. 올 한해는 연습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저에겐 정말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프리스타일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무엇인가요?
BMX 프리스타일 시합의 경우 60초 동안 쉬지 않고 달려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BMX 기술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상체 근력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전 그보다 중요한 것이 정신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시합 때 1차런에서 실수를 하더라도 빨리 잊어버리고 다음 2차런에 집중할 수 있는 정신력이야말로 경기의 순위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리스타일이 위험한 종목인데 크게 다친 적은 없었나요?
다행스럽게도 지금까지 수술할 정도의 큰 부상은 없었습니다. BMX 프리스타일을 처음 배울 때 코치님께서 항상 강조하신 말이 ‘보호대를 꼭 착용해라’라는 말이었는데요. 보호대만 잘 착용한다면 큰 부상은 막을 수 있습니다.
BMX 프리스타일에 있어 본인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저의 장점은 노력과 끈기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기술을 배울 때면 남들은 쉽게 하는 것을 저는 유독 안 될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백플립이라는 기술이 그랬는데요. 이 기술을 완벽하게 구사하기 위해 6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정말 많은 연습을 했어요. 그때의 노력 덕분에 지금은 백플립을 넘어 노핸드나 테일휠 등의 다양한 응용기술을 구사하게 되었습니다.
BMX 경기나 훈련이 없는 날은 주로 어떻게 시간을 보내나요?
BMX를 타지 않을 때는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근력을 기르거나 영어 공부를 하는 편입니다. 해외 시합에 나갈 경우 의사소통은 필수이기 때문에 영어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이외에 다른 취미는 아직 없어요. BMX를 타는 것이 가장 즐겁고 행복합니다.
선수 생활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언제인가요?
올해 4월에 중국에서 열린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결승 1차런에서 백플립 테일휩을 하다가 실수를 해서 점프박스 옆으로 낙차 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다음 2차런에서 다시 백플립 테일휩을 시도하여 성공시키며 우승까지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보통 1차런에서 실수한 기술을 2차런에서 다시 하는 경우가 없는데 꼭 우승하고 싶어서 실수를 극복하겠다는 생각으로 도전하였습니다. 실수를 극복하고 우승까지 차지했다는 점에 있어서 평생 잊지 못할 경기가 될 것 같습니다.
BMX 선수로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요?
단기적인 꿈으로는 내년에 열리는 아시안컵에서 2위를 차지하고 싶고요. 월드컵 대회에도 나가서 준결승에 진출해보고 싶습니다. 또한 2022년 아시안게임에 BMX 프리스타일이 정식 종목에 포함된다면 금메달을 노려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최종 꿈이 있다면 2024년 올림픽에 출전하여 세계적인 선수들과 기량을 겨뤄보고 싶습니다.
국내 BMX 시장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불과 3~4년 전만 하더라도 아시아권에서 입상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아시아선수권대회 같은 큰 대회에서도 입상할 정도로 많이 성장하였습니다. 또한 BMX 프리스타일에 관심을 두는 어린 선수들이 많이 늘고 있어서 전체적인 실력 또한 꾸준히 성장하고 있어요. 다만 정부나 기업에서 지원이 없다 보니 국제 대회에 참가하기조차 쉽지가 않고 국내에서 치러지는 대회도 ‘춘천 레저스포츠 대회’ 말고는 없다 보니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부분들이 너무 아쉽고 어떻게 해결해 나가느냐가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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