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우 선수
NEW STARS OF NEWYORK
박철우 선수, 뉴욕으로 떠나는 길목에서
다음 달부터 박철우 선수는 더 바이크의 뉴욕 통신원이 되어 뉴욕의 자전거 이야기와 그의 뉴욕 적응기를 보내줄 예정이다. 그리고 그가 전해올 이야기에 앞서 박철우 선수와 가벼운 수다를 떨며 그를 배웅했다.
editor 송해련 photo 이성규
여름의 뜨거운 태양이 홍대의 한 여행 카페의 야외 테라스에 걸어둔 하얀 수건들이 빨래줄 위에서 바짝 말라가고 있었다. 오랫동안 내내 내리던 비로 눅눅했던 마음까지 뽀송뽀송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시원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켜놓고 박철우 선수를 기다렸다. 한국에서 자전거 선수로서 살던 10 여 년간의 생활을 뒤로하고 뉴욕으로 떠나기 이틀 전이었다.
그동안 산악자전거와 로드바이크 선수로 활발한 선수활동과 함께 다양한 엔터테이너로서 자전거 선수계의 비주얼(?)을 담당해왔던 그가 뉴욕으로 떠난다는 소식을 알려왔을 때, 왠지 그를 그냥 보내면 안될 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섭섭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나눌 방법으로 그와 새로운 연재를 기획했다. 다음 달부터 박철우 선수는 더 바이크의 뉴욕 통신원이 되어 뉴욕의 자전거 이야기와 그의 뉴욕 적응기를 보내줄 예정이다. 그리고 그가 전해올 이야기에 앞서 박철우 선수와 가벼운 수다를 떨며 그를 배웅했다.
떠날 준비는 다 했나요?
떠나는 준비는 가방을 싸는 일이 아니라 트렁크에 용기를 하나 더 챙겨가는 것같아요. 낯선 도시에서의 새로운 삶을 갈게 된 것은 행운이고 설렘이지만 거저 얻을 수 있는 있는 것도 아니죠. 그게 뭐 어려울까 싶지만 사실 쉽지도 않아요. 제가 챙겨가는 것은 마음입니다. 이곳에서 함께 했고 자전거를 함께 타며 나누었던 사람들의 마음과 잘 해낼 것이라는 용기. 트렁크에 챙긴 것은 몇 벌의 옷과 제가 아끼던 소지품, 그리고 브롬튼 자전거가 전부에요. 일단 가볍게 떠나고 그곳에서 채우려고요. 그곳에서 골목골목 자전거 타고 다니며 쇼핑하는 재미도 있잖아요. 오늘 저녁에 친구들과 송별파티가 있어요. 친구라고 해봐야 모두 자전거를 함께 탔던 사람들이지만요.
자전거 선수로서 살았던 지난 시간을 정리해본다면?
자전거를 처음 타게 되었던 것이 초등학교 6학년 때 즈음이었는데 그때는 성악교수인 아버지, 피아노교수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첼로를 배우고 있을 때였어요. 사실 13 살짜리 산을 좋아하고 밖에서 노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을 가진 남자아이에게 1평 남짓의 첼로 연습실은 가혹한 형벌 같은 거였죠. 클래식을 들으면 졸렸어요. 좋아하는 첼로곡은 엘가의 사랑의 인사정도. 그러던 중에 집 근처 힐탑스포츠가 생기면서 생전 경험하지 못했던 자전들이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보게 된 거죠. 한 일주일쯤 가게 앞에 서서 쇼 윈도우의 자전거를 쳐다봤던 것같아요. 그랬더니 그곳에 일하시는 분들이 들어오더라고 하더라구요. 신세계를 경험한 거죠. 그때부터 거리를 달리는 휠과 체인 소리가 첼로 소리보다 훨씬 더 좋았어요. 자전거 소리만 나면 자연히 오감이 그곳으로 쏠렸죠. 첼로소리에는 잠들었지만 자전거라면 벌떡 일어났죠. 그렇게 시작한 자전거는 한 번도 저를 싫증나게 하지 않았어요. 힘든 일도 많았고 때론 상처도 있었지만 자전거 자체가 저를 배신한 적은 한 번도 없었죠. 자전거는 그래요. 사실 이후 부모님의 이혼으로 어머니는 오스트리아에 계셔서 외로움이 많았어요. 무언가 외롭고 상실감이 느껴질 때 자전거를 타면 아주 따뜻하고, 때론 시원한 위로를 받을 수 있었거든요.
자전거 이외에 좋아하는 것은?
보드를 좋아해요. 여름에는 웨이크 보드, 겨울에는 스노보드를 타는 것을 즐겨요. 그리고 패션에도 관심이 많아요. 최근에는 주식에도 관심이 생겼어요. 자전거를 통해 달자의 봄이나 시크릿가든과 같은 드라마에도 출연하기도 했었고 잡지 모델을 하기도 했었는데 이런 경험들도 재미있고 즐기면서 했던 것 같아요. 10년 내내 자전거만 타다보니 인생이 어느덧 자전거 세 글자 안에 갇혀 있다고 느낄 때 가끔 자전거를 약간 빗겨난 것들을 경험하게 되면 짧지만 강한 재미들을 느끼게 되요. 아, 그리고 인간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를 좋아해요. 인간극장과 같은 소소한 사람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들. 단어로 말하자면 스피드, 질주, 경쟁, 떠남, 아름다운 것들, 일상, 소소함 그런 것들과 관련된 것들을 좋아하는 것같아요.
떠날 결심을 하게 된 이유는?
언제부터인가 자전거 선수로서 사는 이 삶이 적잖이 부담스러웠던 것같아요. 특히 미래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저를 힘들게 하기 시작한 거죠. 산을 달려 봐도, 도로를 달려봐 도 그리고 수없이 대회에 참가해 봐도 앞으로의 목표나 꿈이 잘 생각나지 않았어요. 자전거는 내 삶의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을 놓으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을 것 같은데 그것으로 미래를 꿈꾸는 것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 정말 불안해지기 시작한 거죠. 그래서 또 다른 도전을 해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스포츠 매니지먼트 공부를 해보자구요. 자전거를 가장 좋아하지만 자전거 선수로서 아쉬웠던 점도 아주 많았거든요. 좀 더 체계적인 선수들의 매니지먼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저를 비롯한 후배들에게 좀 더 나은 무언가를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는 선수라는 타이틀은 버리고 싶어요. 자전거 선수로서 살았던 시간은 지금까지고 이제부터는 단순하게 학생정도의 느낌으로 돌아가 새로운 시작을 해보려구요. 그리고 정말 하고 싶었던 것들,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위해 다시 달려보려구요. 그렇다고 자전거를 놓은 것은 아니에요. 자전거는 언제나 제 인생의 중심이니까요.
구체적으로 스포츠 매니지먼트에 대한 공부는 어떤 것을 배우게 되나요?
저의 뉴욕 생활은 앞으로 5년 정도를 생각하고 있어요. 일단 어학 코스를 밟게 될 거구요. 어학 과정과 함께 염두에 두고 있는 스포츠 매니지먼트 학과가 있는 학교들에 원서를 넣게 될 거예요. 스포츠 매니지먼트의 영역은 굉장히 포괄적이죠. 스포츠와 관련된 활동, 서비스 등을 기획하고 조직하고 상품화시키고, 마케팅과 스폰 및 홍보, 선수육성까지 많은 것들이 있어요.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은 한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공부를 통해 자전거 선수들의 매니지먼트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춰 공부해보려구요.
뉴욕을 선택한 이유는?
뉴욕에 연고가 있다거나 잘 알고 있는 도시는 아니지만 얼마 전에 경험한 뉴욕의 모습은 왜 미국의 대표적인 도시로 뉴욕을 꼽는지 알 것같았어요. 뉴욕에서 있는 동안 경험한 뉴욕의 문화적 풍경은 자연 풍광만큼이나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동의하게 되었죠. 유학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도 가장 선호하는 목적지이자 동경의 도시가 아닐까 싶어요. 사실 조금 의지가 되는 것은 여자 친구가 함께 뉴욕에서 공부하게 되었거든요. 여자친구도 함께 브롬튼을 구입했어요. 두 대의 브롬튼이 아마도 다음주부터는 뉴욕을 누비고 디니게 될 거에요.
뉴욕에서 한국에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뉴욕의 새로운 문화 명소는 오늘도 팝콘 터지듯 톡톡 피어나고 있어요. 조만간, 아니 언제라도 이런 문화들을 소비하기 위해 사람들은 뉴욕으로 몰려들겠죠. 다양한 문화적 코드들을 소개하고 싶기도 하고, 뉴욕의 자전거 문화들 속으로 조금 더 깊이 들어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어요. 이것은 제가 지금까지 가지고 왔던 관심과 취향이 드러날 것이고 제가 느끼는 많은 것들을 지면을 통해 독자들과 함께 느낀다면 저에게도 많은 공부와 함께 즐거움이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블로그를 통해 단편단편 전하는 이야기도 좋지만 잡지를 통해 정제된 느낌의 기사를 쓰고 읽는 것은 또 다른 문화인 것같아요.
뉴욕에서 함께 할 자전거로 브롬톤을 선택한 이유는?
사실 높은 마천루 사이의 도로를 꽉 채운 ‘옐로우 캡’ 덕분에 뉴욕을 자동차 문화가 발달한 곳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제가 경험한 뉴욕은 보행자 중심의 도시라는 느낌이 더 컸어요. 긴 시간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에 아주 좋은 도시라는 느낌이었죠. 먹고, 마시고, 보고, 즐기는 모든 문화 활동을 근거리에서 할 수 있어요. 보행자의 천국만큼 좋은 도시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면에서 브롬튼은 도시 안에서 아주 잘 어울리는 교통수단이 되어줄 것같아요. 자전거를 타면서도 조금 빠른 걷기와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는 교통수단이거든요. 지하철을 탈 때도 간단히 접어서 함께 할 수 있구요. 현대적인 뉴욕의 도시 속에 클래식한 브롬톤의 디자인도 썩 잘 어울릴 것같지 않나요?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제가 브롬튼과 함께 경험하는 뉴욕의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드릴게요. 부담도 느껴지고, 설레기도해요. 그리고 제가 공부하려고 하는 스포츠 매니지먼트에 있어 미디어를 이해하는 것도 필요한 부분일 거라는 생각도 들고 이러한 것들이 쌓여 제가 한국에 돌아갈 때는 한국 자전거 문화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겠어요? 많은 관심 가져주세요. 그리고 응원의 메시지도 함께 전해주시구요. 다음 달에는 뉴욕에서 뵐게요.
"보행자의 천국만큼 좋은 도시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면에서 브롬톤은 도시 안에서 아주 잘 어울리는
교통수단이 되어줄 것같아요. 자전거를 타면서도 조금 빠른 걷기와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는 교통수단이거든요."
[이 게시물은 장한수님에 의해 2012-06-12 20:03:35 월간더바이크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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