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진 김현수 김일영
청춘예찬
이동진 김현수 김일영
흔들리는 새장 속의 청춘
여행을 떠나다
자전거 미국횡단을 앞두고 있는 청춘들의 이야기가 들려왔다. 무모함을 현실로 바꾸고 있는 이들이 궁금했다. 청춘이라면 스물네 살이라면 인생을 한 번쯤 겁 없이 살아봐도 괜찮지 않을까. 그렇게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리며 새장 속을 벗어나 청춘의 유영을 즐기는 이들을 만났다.
editor 송해련 photo 이성규
지 난 호 마감의 끝에서 함께 일하는 기자로부터 스물네 살 한 젊은 친구의 프로필을 받았다. 이동진. 출생지 대구. 경희대 건축공학과 재학 중인 이 청년의 프로필을 보는 순간, 이런 괴물 같은 청년이 있나 싶었다.
초등학교 5학년 시절 일주일간 남해안도로 일주, 초등 6학년 울릉도 400km 횡단과 19박 20일간의 대한민국 횡단, 뮤지컬 배우, 동아마라톤 42.195km완주, 철인삼종경기 올림픽코스 완주, 동해안자전거 일주와 히말라야 k2곤도고로라 등정, 배드민턴 엘리트선수 등록, 최근 울진-독도 240km수영횡단으로 이어지는 그의 끝이 없는 프로필에 어이없는 웃음이 나왔다.
스물네 살에 벌써 이 많은 것을 경험했다니. 그리고 아마존정글마라톤대회와 자전거 미국 7,000km 횡단을 앞두고 있다는 계획을 보니 그에게 ‘괴물’이라는 단어를 칭하는 것이 하나도 이상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생각해보니, 청춘이라면 스물네 살이라면 인생을 한 번쯤 겁 없이 살아봐도 괜찮지 않을까. 그렇게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리며 새장 속을 벗어나 청춘의 유영을 즐겨도 좋지 않을까하는 마음과 함께 그가 궁금해졌다.
이동진이 꿈꾸는 미국 횡단의 여행에는 두 명의 친구가 함께 할 예정이라고 했다. 같은 과 친구인 김현수와 히말라야 등정에서 만난 김일영이라는 친구다. 이동진과 김현수는 10월 20일 뉴욕을 출발해 LA까지의 자전거 여행을 계획하고 있고 이들의 여행이 끝나는 12월 20일, 김일영이 다시 알라스카까지 릴레이로 미국 횡단 14,000km를 계획하고 있었다.
그의 이력서를 건네준 동료기자는 그들의 여행을 지원하는 방법으로 자전거 협찬사를 찾아주고 싶어 했다. 그리고 그들의 여행길은 국내 고급자전거의 대표 브랜드 엘파마가 함께 하기로 했다.
회색빛 청춘이 아닌 파란 청춘을 위한 엘마파의 후원
이동진, 김현수, 김일영. 스물네살 동갑내기 친구다. 이들을 만난 것은 엘마파가 이들의 후원을 약속하며 자전거를 전달하는 날이었다. 공식적인 행사라기보다는 떠나기 전 이 젊은 청춘들에게 응원을 해주기 위해 엠비에스 코프레이션이 마련한 자리였다.
인생은 자기의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이동진 24 경희대 건축학과 2년
아번 여행을 처음 기획한 이동진은 앞서 이야기한 대로 산과 바다, 길 위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인생은 자기의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젊은이만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죄악은 평범해지는 것이다.”라며 거침없이 청춘의 하이킥을 날리고 있는 이동진을 보는 순간, 어디선가 본 듯하다고 느꼈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광복절 기념 33인의 독립선언을 기념하여 독도지킴을 위한 240km 수영횡단의 MBC 다큐멘터리 ‘그날’에서 그를 봤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아시아나 드림윙즈’에 참가한 400여명의 대학생들 가운데 네티즌 투표, 자신들의 꿈을 설명하는 짤막한 연설, 캄보디아 씨엠립에서 진행된 봉사활동 등의 과정을 통해 ‘베스트 드리머’로 최종 선정되어 아마존 정글 마라톤 220km에 대한민국 최연소자로 출전했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도전과 패기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또 다른 모험을 시작한다. 겨울이 시작되는 미국 횡단의 길은 아마도 춥고 배고프고, 험난함의 연속일 듯싶다. 그러나 이동진은 말했다. “청춘에는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와 안이를 거부하는 정신이 있습니다. 새로움에 끌리는 마음, 환희에 대한 열망, 아름다움에 대한 질주 그리고 용기. 이 모든 것을 품고 있는 한 언제까지나 그리고 나이를 먹어서도 청춘시대의 한가운데에 머물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미국 횡단을 앞두고 그가 미국 횡단을 떠나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 가족들을 모아 브리핑을 했다고 했다. 그가 꿈꾸는 1년 후의 모습, 5년 후, 10년 후의 계획들을 들려주고 그의 여행에 동의를 얻어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여행과 친구, 자연과 도전을 사랑하는 그의 인생은 별로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확신이 들었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오르락내리락하며 얻어낸 도전
이현수 24 경희대 건축학과 2년
이번 미국자전거 횡단 여행에 뒤 늦게 합류한 이현수는 이동진의 같은 과 친구이다. 친구 따라 강남이 아닌 미국을 가게 된 이현수는 24살의 삶이 재미없어 이번 여행을 선택했다고 했다.
“이런 이야기가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사실 동진이가 살아가고 있는 모습은 그냥 나와는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학점을 따야 하고, 미래의 직업을 고민해야 하는 지금 이 중요한 시기에 다른 짓을 한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무모하게만 보이던 일을 입 밖으로 내뱉고 나면 어느 순간 그것을 해내고 있는 동진이를 보면서 저의 삶도 좀 돌아보게 된 것 같습니다. 사는 게 별로 재미가 없었어요. 그래서 함께 도전해보자고 마음 먹었어요. 어떤 일이 펼쳐질지, 어떤 마음으로 돌아올지, 아직 아무것도 모르지만 새롭게 출발하는 인생의 전환점이 되어 줄 것같아요.”
그러고 보니 청춘을 고민스럽게 하는 것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오르락내리락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을 따르자니 현실이 발목을 잡고, 현실을 따르자니 가슴이 아련하게 아파온다. 이러니저러니 무엇을 해도 답답할 뿐이다.
그런데 결과는 대부분 비슷하다. 답답함으로 이리 저리 헤매지만 결국에는 현실과 타협한다는 것이다. 상처받을 대로 상처받은 마음을 닫은 채, “어쩔 수 없잖아. 이게 현실인 것을.”이라는 말을 읊조리면서 말이다. 그러나 이현수가 이상을 택하면서 얻게 될 앞으로의 것들은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것이 얼마나 크고 소중한 것인지를.
세계여행자로 다시 꾸는 꿈, 자연 속에서 답을 얻다
김일영 24 중앙대 체육교육학과 3년
세계 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김일영은 이번 여행을 기획한 이동진과 히말라야 등정때 만나 친구가 되었다. 국토대장정과 히말라야등정, 오지여행, 자전거 전국일주를 꾸준히 해온 김일영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2년간의 세계 일주를 계획하고 있다. 인도에서 시작된 여행을 시작으로 이동진과 김현수가 끝나는 지점에서 다시 역으로 미국 횡단을 해 알라스카에서 마무리 된다. 그가 여행을 하는 이유를 묻자 “젊으니까요. 그리고 할 일이 많고, 많은 것을 보고 싶고 그 힘은 돌아온 저를 다시 살게 하는 힘이 되거든요.” 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여행에서는 그 자신을 만나게 된다고 했다. “삶의 가치를 어디에다 두고 살아갈지는 모두가 다르고, 그것을 찾아내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의 세계 여행은 세계의 산들을 찾아가는 여행입니다. 자연은 상상 이상으로 거대해요. 대자연의 거대함을 느끼고 나면 자신을 겸허하게 바라보게 되고, 그것이 곧 또 다른 자신감이 되어 세상 풍파를 당당히 헤치고 나아갈 힘이 된다는 것을 알았어요. 이번 세계 여행을 다녀오면 앞으로의 시간에 저 자신이 좀 더 자신감을 갖고 당당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자신이 노력한 만큼 얻을 수 있는 곳이 자연이다. 허영심을 버리고 자연에 다가간다면 자연은 그 무한한 힘을 우리에게 전해준다. 그 힘으로 어느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청춘들.
“청춘은 눈물 나게 아름답다. 그래서 청춘이다.”
그들 자신을, 그들 삶을, 그들 운명을 더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기 위해 그들을 둘러싼 세계를 들여다보려는 도전이 나이를 먹어도 멈추지 않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이 세계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추하고 남루한 얼굴까지 다 들여다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들은 지금 어두운 미국의 어느 거리에서 헤매고 있을지도 모른다. 찬바람 날리는 겨울 속에서 낯선 도시와 사람에 겁을 먹고 바짝 긴장해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들이 궁금해진다. 만약, 당신도 궁금하다면 그들의 네이버 블로그를 방문해 응원의 메시지 한 줄 남겨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들의 여행 이야기는 두 달 후 본지를 통해서도 자세하게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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