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장애인올림픽 출사표 진용식 선수
아름다운 도전이 다시 시작되다
런던장애인올림픽 진용식 선수
여름휴가도 끝나고, 올림픽도 끝나버리고, 슬슬 선선한 바람도 불고… 징글징글했던 여름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섭섭하기만 하다. 하지만 아직 섭섭해하기에는 이르다. 아직 우리에게는 패럴올림픽-이른바 장애인 올림픽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 올림픽은 폐막 후 같은 도시에서 개막하게 되는데 8월 29일부터 9월 12일에 걸쳐 펼져진다.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고 묵묵하게 올림픽을 준비한 한국 선수단, 이번 런던장애인올림픽에서 장애라는 벽을 넘고 목표를 향해 전진하는 이들의 아름다운 도전이 기대되는 가운데 특히 사이클 부문의 진용식 선수의 선전이 기대되고 있다. 런던행과 함께 진행된 진용식 선수의 출사표를 전한다.
editor 임창영 photo 이성규
진용식 선수는?
선천적으로 뇌성마비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 초등학교 때부터 자전거를 탔으며 중학교 사이클부로 진학을 하면서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2000년 시드니 장애인 올림픽에서 국내 최초 사이클 부문 금메달과 동메달을 획득했다. 이후 2002년 독일 세계선수권 대회 은메달,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은메달 그 외 각종 대회에서 화려한 수상경력과 더불어 국내 장애인 사이클 선수로서의 한 획을 그었다. 처음, 단지 사이클이 멋있어서 시작을 했지만 사이클을 타면서 그와 더불어 사람들이 흘린 땀에 반했고 현재는 사이클을 탈 때가 가장 행복한 진짜 국가대표가 되었다.
1978년 7월 4일생, 키 : 176cm, 몸무게 : 63kg
자전거 무게 : 약 8kg
진용식 선수의 친형인 진용철 코치와 함께
언제부터 자전거를 타게 되었나?
자전거는 초등학교 때부터 타게 되었다. 그 당시 나는 자전거가 좋았고 사이클이 좋아서 중학교 사이클부로 진학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현재는 그 학교가 없어졌고 부천 북중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었다. 이후 3년 동안 운동을 하면서 본격적인 선수생활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중학교 졸업할 무렵 큰 부상으로 인해 선수생활을 포기했다. 이후 자전거와는 자연스레 거리가 멀어졌으며 고등학교에 진학 했을 때 이미 나는 자동차정비기술을 배워 졸업 후 2년 동안 카센터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자전거가 점점 기억 속에서 지워지려던 찰라 사이클연맹에서 연락이 왔고 장애인 선수 제의를 받았다. 이후 1998년 말에 장애인을 등록하고 1999년에 다시 사이클을 시작했다. 너무 기뻤다. 이후 노력과 노력 끝에 2000년 시드니 장애인 올림픽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획득했다. 그 후로 계속해서 지금까지 사이클에 집중하고 노력을 했다. 지금까지 경륜 선배님들과 나의 코치이자 형인 진용철 코치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런던올림픽일정과 종목은 어떻게 되는가?
8월 24일에 출국 예정이다. 트랙에서 개인추발경기와 로드에서 도로독주 그리고 레이싱 부문에 참가한다. 주 종목은 로드이며 2000년 시드니 장애인 올림픽 때부터 로드에 참가했다. 트랙에서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지만 꼭 트랙을 고집하고 싶지 않다. 그 이유는 트랙이 난이도도 높으며 선뜻 나서는 지도자가 없다.
런던 올림픽에 참가하는 기분은 어떤가?
지난 베이징 올림픽에 참가할 때와 같다. 정말 좋아서 자전거를 탄다. 노력한 만큼 대가가 따라온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더더욱 사이클 타는 것을 멈출 수 없다. 그렇다고 오직 승리 만이 전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짧게는 4년, 길게는 10년 이상의 시간을 올림픽 하나만을 바라보고 달려온 많은 선수들 속에서 승리라는 이름만이 보상을 해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가 즐길 수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승리라는 이름으로 다가온다면 더 즐거울 뿐이다.
사이클을 타면서 가장 즐거웠던 때는 언제인가?
자전거를 타는 것 자체도 즐겁지만 안장에 올라 열심히 땀 흘리고 노력을 해서 좋은 기록을 냈을 때 가장 즐겁다. 노력한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 그러기 때문에 매일매일 빼먹지 않고 훈련을 한다. 오르막을 잘 타지는 않지만 오르막을 올라가는 것도 즐겁고 평지도 즐겁다. 비공식으로 국내 아마추어 대회도 참가를 했었고 투르 드 코리아 스페셜부문에도 참가를 했다. 대회에서 좋은 기록을 내지 못했어도 내가 최선을 다했으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그 부분은 아쉬운 것도 아니고 화 낼 일도 아니다. 어떤 선수나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그만큼 즐거움이 있기까지는 힘든 고비를 잘 극복하는 것이 관건일 것이다. 힘들 때마다 열심히 최선을 다했을 때 고비는 무사히 넘어 가며 웃을 수 있다.
진용철 코치가 형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훈련하는데 있어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가?
또한 하루 훈련 스케줄과 훈련방법은?
진용철 코치인 형은 평소에는 편하고 좋은 가족이다. 하지만 훈련을 할 때에는 사적인 감정은 단 1%도 없을 정도로 철저하고 냉철한 코치로 변한다. 비가 오거나 별다른 일이 없으면 매일매일 훈련 사이클은 비슷하다. 이른 아침 6시부터 트레이닝 및 호흡훈련 식사로 아침을 시작한다. 이후 8시30분부터 고정기어 자전거로 오전훈련을 하며, 오후에는 로드나 트랙훈련 그리고 야간훈련까지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훈련양도 많고 강도도 세다. 진용철 코치는 그동안 올림픽에 4번 출전한 노하우를 통해 시간 분배와 회복하는 것을 연구해 나의 훈련에 적용해준다.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다. 그 외에는 일반 사이클대표팀과 체육진흥공단 사이클팀 그리고 중·고등학교 사이클팀과 합동으로 훈련을 하고 있다.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는가?
주변 환경이 좋지 않아서 중간에 손을 놓고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내게 있어 믿을 수 있는 것은 내가 해 낼 수 있다는 의지 뿐이었다. 다시 한 번 도전하자, 도전해서 뭔가 이루어진다면 누군가 도움의 손길을 뻗어주지 않을까? 뭔가 하나씩 이루어 가다보면 큰 성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진용철 코치와는 언제부터 함께 하고 있는가?
2011년 9월부터 장애인국가대표 코치를 맡으면서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다. 식단관리 등 조금 더 디테일하게 작은 가치가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씩 짚어주고 있다. 정신적인 문제, 심리적인 문제를 안정시켜줘야 좋은 성적이 나온다. 진용철 코치는 나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고, 그렇기에 모든 것에서 도움을 주고 있다.
장애인 사이클 종목의 훈련 환경은 어떤가?
장비 환경과 훈련 환경중 장비는 개인이 100% 구매를 하거나 시, 단체에서 조금씩 지원을 해준다. 공식적으로 장비 지원을 해준 것은 대진인터내셔널이 처음이며 비앙키와 캄파놀로를 접하게 된 것은 나에게 큰 영광이다. 또 이번 런던 올림픽에는 RTS 본사에서 직접 나를 위해 트랙용 자전거를 제작해 주었다. 덕분에 런던 벨로드롬을 달릴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장애인 사이클러들을 지도해줄만한 지도자도 없고 투자도 없다. 지도를 한다 하더라도 장애인들은 일반인들처럼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시작한 사람은 거의 없다. 중간에 선수 생활을 시작하면 나이와 장애로 인해 이겨내기가 쉽지 않다. 그런 과정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른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은 군청, 시청, 관공서나 기업에서 실업팀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후원과 인재 육성도 필요하다. 그래야 장애인들에게 힘을 더 불어넣어 줄 수 있다. 나도 할 수 있고 저 사람도 할 수 있으니 그게 선망의 대상이 되고 꿈이 되고 가치가 될 수 있다. 장애인들이 어울릴 수 있는 공감대 형성되어야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앞으로의 목표와 꿈은?
훈련할 때 부상 없이 앞으로도 오래오래 즐겁게 타는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형처럼 지도자의 길을 걷고 싶다.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장애선수라고 그냥 지나치지 말고 따뜻한 손길을 부탁한다. 많이 도와줬으면 한다. 그리고 얼마 남지 않은 런던 올림픽에 많은 응원을 부탁한다.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메달을 목에 것이 누구에게나 공통된 목표다. 그러나 독자들이라면 메달을 위해 달려왔던 과정도 함께 봐주었으면 좋겠다. 그것을 통해 그들은 물론 자신들의 진짜 열정과 도전정신도 함께 찾아보길 바란다.
용식!! 국내대회때 함께했던 동료로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열씨미 응원하께!! 화이팅!!
후원해주시는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