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자전거 문화-상파울루에서 자전거 타기
대도시의 성장이 자동차길 위주로 형성이 되어 있어 자전거문화에 대한 인식과 투자 없이는 도시에서 안전하게 자전거 타기가 힘든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지나친 산업사회의 반향으로 싹트기 시작하는 녹색운동의 영향으로 이곳 상파울루에서도 곳곳에서 자전거 관련 녹색운동의 싹들이 자라는 것을 볼 수 있다.
상파울루에는 서울의 한강시민공원처럼 회색도시의 허파와 같은 큰 공원이 있다. 이비라푸에라(Ibirapuera) 공원이라 불리는 이곳에는 많은 상파울루 시민들이 레저스포츠를 즐긴다. 큰 호수와 오래된 나무들이 함께 있기에 큰 공원을 한 바퀴를 도는 동안 아기자기한 경관으로 인해 지루할 틈이 없다. 수백 대의 자전거를 빌려주는 자전거대여점이 있어 누구나 도심 속 작은 자연 안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달릴 수 있다.
휴일이 되면 약간 변두리에 위치한 또 다른 공원인 빌라로보스(Villa-Lobos) 공원에는 가족 단위의 수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스케이트보드와 남자들은 윗옷을 벗고 인라인과 자전거를 타는 모습에서 남미의 자유로움을 흠뻑 느낄 수 있었다. 가끔 있는 나무 밑 그늘에는 먼저 온 사람들이 자리를 펴고 누워있지만 그늘이 없는 사람들도 무엇이 그리 재미있는지 서로 웃으며, 뜨거운 태양 아래서 자연스런 태닝을 즐긴다. 한국은 자외선에 민감하지만 이곳에서는 피부에 가장 민감한 연령층의 여성들도 태양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이 참으로 대조적이다. 공원 한편에 마련된 산악자전거 체험장에서 자전거를 타는 어린이는 제법 진지한 모습으로 라이딩 중이다.
일요일은 자전거의 날
상파울루시의 자전거 문화 확산의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일요일 파울리스타대로 자전거 타기 행사’이다. 서울 강남의 테헤란로와 같은 파울리스타대로 (Av.Paulista)는 상파울루시 중심의 동서를 가로 지르는 대형도로이다. 주말에는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쇼핑과 외식 나들이 등을 위해 이 거리를 찾는다. 상파울루시에서는 매주 일요일에 왕복 1차선도로를 자전거 전용도로로 지정해 일반 시민들에게 마음껏 도심을 달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자전거 문화 확산에 힘을 쓰고 있다.
이 행사를 위해 수십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차량을 통제하고 고장난 자전거를 수리해 주고, 도심자전거 여행을 위한 커뮤니티를 만들어 자전거 체험을 가이드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도시 자전거 타기 문화 확산을 위해 최선을 하고 있다.
사진을 찍다가 만난 시티 바이크투어 가이드 팀장인 다니엘은 일요일마다 20명씩 팀을 만들어 현재는 약 5~6팀 정도가 시티바이크 투어를 하고 있고, 참여인원은 매주 계속 증가한다고 했다. 실제로 무선 헤드폰셋과 안전조끼를 나눠주는 등 많은 준비한 것을 보면 상파울루시가 얼마나 자전거타기 문화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지를 반증해주는 예라 생각한다.
대기오염이 심각한 상파울루
처음 하는 일은 시행착오를 겪기 마련이다. 차도에서 이것도 1차선에서 많은 차량들과 함께 달리는 현실은 차량으로부터 나오는 각종 오염물질이 바로 기관지와 폐로 들어가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은 시행 초창기라 이러한문제까지는 의식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실제로 큰 트럭 등에서 나오는 검은색 매연은 바로 옆 라이더들에게로 지나가고 있었다.
차도 위에서 자전거를 타는 행위는 건강을 오히려 위협하는 것으로 연구결과 확인 되었다. 그 이유는 차량에서 나오는 각종 발암물질이 미세먼지의 형태로 라이더들의 기관지와 폐 속으로 아무런 여과 없이 유입되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열린 국제건강세미나에서 영국의 Chin Nwokoro 박사는 미세먼지가 많은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도로 옆을 걷는 사람보다 미세먼지 노출이 2.3배 더 많다는 연구자료를 발표하기도 했다. 자전거 문화 확산도 좋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우려하는 연구보고서와 방송프로그램이 증가하고 있다. 이것을 방치할 경우 자전거를 타는 행위로 근육은 건강해질지 몰라도 기관지와 폐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인식이 필요했다.
이제 막 관심을 갖기 시작한 자전거 문화이고, 아직 많은 라이더들이 헬멧도 착용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눈에 보이지 않은 오염된 먼지를 막기 위해 마스크를 쓰라는 것은 순서가 맞지 않은 무리한 일 같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언젠가는 이들도 건강을 위해 마스크를 쓰는 날이 올 것이다. 인식전환을 위한 교육을 하는데 있어 즐거운 놀이만큼 효과가 있는 것은 없을 것이다. 자전거 타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서 문득 드는 아이디어가 있었다. 페이스북 사용률이 최고인 상파울루 시민들을 대상으로 자신이 자전거 타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친구들과 공유하게 하면서 자연스럽게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알리는 방법으로 친근하게 다가간다면 짧은 시간에 큰 홍보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루의 자전거 포토 라이딩 페스티벌
나루는 2014년 4월 상파울루시, 코트라 상파울루와 대기오염방지협회와 함께 상파울루 파울리스타 대로에서 선진화된 한국의 자전거 문화를 알리는 페스티벌을 추진 중이다. 사진작가들과 함께 자전거 사진이벤트도 열어 많은 시민들이 자신의 자전거 타는 사진을 보며 주위 친구들과 즐거운 체험을 나눌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브라질에는 권총강도가 많아 슈퍼마켓, 주유소 등에서는 마스크나 모터사이클 헬멧 착용을 금지한다. 아무도 스포츠마스크를 쓰지 않는 브라질! 강도 이미지로 기존의 마스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어떻게 나루가 건강을 생각하는 스포츠마스크의 좋은 이미지로 이곳 브라질 사람들에게 인식시킬 것인가의 큰 숙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내가 아는 이곳의 많은 사람들은 브라질에서 마스크를 팔면 기적이라고 한다. 솔직히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5년이 걸렸듯이, 인내심을 가지고 그 과정을 즐긴다면, 2~3년안에 많은 브라질 라이더들이 나루마스크를 쓰고 상파울루에서 가장 큰 도로인 파울리스타 대로를 멋지게 달리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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