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카본 자전거로 시위를 당기다
고통은 스포츠를 매혹적으로 만든다. 더구나 목숨을 건 스포츠는 사뭇 종교적이기까지 하다. 흥미롭고 드라마틱한 스포츠의 세계는 고통이 있기에,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는 치열한 승부가 있기에 매력적인 것이다. 그리고 스포츠를 통해 눈에서 머리로, 그리고 결국에는 가슴으로 이어진다.
“Win Your Body!” 윈앤윈(주) 박경래 대표는 몸과 마음을 모두 이겨내는 것이 진짜 스포츠라고 했다. 직접 스포츠에 뛰어들어 온몸으로 스포츠를 느꼈고, 그리고 그는 다시 비즈니스에서 그 자신과 자전거 시장을 관통하는 시위를 당기고 있는 중이다.
잠시 지난 여름으로 돌아가자. 자전거 업계에는 메이드 인 코리아의 카본 자전거가 나올 거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분명치 않은 실체와 여러 이야기가 업계를 떠다니는 가운데 윈앤윈스포츠(주)라는 회사의 이름이 수면 위에 떠올랐다. 탄소섬유 핸들 최초 개발에서 나노기술 융합을 통해 세계 양궁 활 시장에서 최고의 제품을 만들고 있는 기업이라고 했다. 그리고 지난 9월, 윈앤윈이 만든 위아위즈(WIAWIZ)라는 카본 자전거가 실체를 드러냈다.
양궁 역사의 한 획을 긋다
윈앤윈스포츠 박경래 대표는 한국 양궁 역사 속에 한 획을 긋고 있는 이름이다. 1975년 우리나라 최초의 양궁국가대표로 선발되어 활약을 했고, 은퇴한 뒤 코치로 전향해 양궁 역사에서는 처음으로 1985년 세계선수권 우승에 이어 아시안게임과 서울올림픽에서 우승 메달을 대한민국에 안겨주었다. 80년대 초 세계 중하위권 수준에 불과했던 한국 양궁을 세계 정상으로 올려놓은 입지적인 인물로 꼽히는 박경래 대표는 소위 잘나가던 국가대표 감독직을 그만두고 1993년 10월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양궁용 활을 만들기 위해 윈앤윈 스포츠를 설립했다.
“대한민국은 활의 나라이고, 그렇기에 최고의 양궁 활을 만드는 회사도 우리나라일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중요한 대회에서 사용하는 양궁용 활은 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었지요. 안타깝기도 했고, 그동안 제가 경험한 노하우를 제품에 투영시킨다면 분명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자신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박경래 대표는 사업가로 변신을 했다. 동료들과 함께 기술 공정을 두 배로 확대했고, 기록을 향상시킬 소재 연구에 매진을 했다. 기술개발에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박경래 대표는 악기와 스포츠용품 회사로서 세계적인 카본 기술 설비를 보유하고 있던 야마하가 구조조정에 들어가자 이를 인수했다. 양궁 활의 소재가 알루미늄에서 카본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있어 카본 기술은 필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윈앤윈스포츠는 카본 기술을 확보해 세계 카본 핸들에 성공하고 나노카본의 개발까지 이어지면서 세계 1위의 양궁활 브랜드로 우뚝 올라서게 되었다. 100년 전통을 자랑하는 미국의 호이트를 제쳤고,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에 참가한 325명의 양궁선수 중 50%가 윈앤윈의 활을 이용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윈앤윈의 제품의 파워는 입증되었다고 할 수 있다.
메이드 인 코리아, 나노카본 자전거의 출사표
이러한 성공의 가도를 달려온 박경래 대표가 양궁 활 시장에 이어 국내 자전거 시장에도 출사표를 던졌다. 카본제조와 기술력을 가진 그에게 있어 충분히 승산이 있는 시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스포츠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어야 스포츠 용품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잘 아는 그가 카본 기술력 하나만을 믿고 시장에 뛰어 들리는 만무해보였다. 더구나 하이엔드급 자전거 시장에 있어 ‘Made in Korea’의 타이틀은 프리미엄을 갖지 못한다. 적어도 현재로서는 그렇다. 글로벌 브랜드, 명품 브랜드에 목메는 라이더들의 취향을 바꾸는 일은 제품의 디자인이나 성능을 아무리 좋다 해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이미 국내 제조를 시도했던 여타 자전거 국내 로컬 브랜드들이 거쳐 간 길이기도 하다.
“저 또한 수없이 같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저의 생각은 달라요. 오히려 지금 국내 자전거 시장은 국내 로컬 브랜드가 성장할 수 있는 좋은 토양을 지녔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자전거브랜드 회사는 많지만 대부분 중국에서 OEM방식으로 수입해오고 있으며, 그러는 사이 국내 자전거산업은 점차 힘을 잃어가고 무기력해져 있는 것이 현실이에요. 문제가 곧 답이 아닐까요? 활 제작에서 얻은 CNT 기술력을 통한 카본기술력을 갖고 있고, 그리고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면 도전할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자전거 시장이 작다고 하지만 국내의 다른 스포츠 용품 시장과 비교하면 그렇지도 않아요. 현재 자전거 시장이 6,000억 정도 부용품 시장을 포함하면 8,000억 이상이 되는 시장이라고 보여집니다. 그리고 현재 한국을 비롯해 세계적인 자전거 산업의 성장 가능성은 그 어떤 산업보다 높습니다.”
박경래 대표의 이러한 가치 뒤에는 이미 대를 이은 자전거 열정이 숨어 있다. 한국 최초의 알루미늄 자전거 크럭스를 생산했던 연안정밀의 차경현 대표가 그의 장인이다. 연안정밀의 핵심 기술은 알루미늄 파이프 인발과 단조기술로 알루미늄 텐트폴이 주 생산품이었다. 세계적인 알루미늄 회사 이스턴을 능가하던 매출을 기록하며 크럭스 자전거 생산에 50여억 원을 투자하여 프레임을 제작하고 단조를 활용한 크랭크 등을 제작했다. 그 당시 자전거 마니아들 사이에서 매우 우수하다는 평을 얻으며 높은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1990년도 후반 IMF의 여파로 아웃도어 시장이 위축되면서 부도를 맡게 되었다.
“장인어른은 지금 작고하고 계시지 않지만 그 당시 사위로서, 그리고 스포츠관련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제가 자전거 개발에 함께 참여했었습니다. 생산이 중단되고, 직접 부도처리를 했던 저로서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았었죠. 자전거 사업에 대한 시장조사를 하면서 아직도 크럭스를 기억해주는 분들이 많이 있더군요. 장인어른의 열정을 이어 한국자전거의 명맥을 이을 수 있다는 점은 저 개인적으로도 의미를 갖습니다.”
위아위즈, 스포츠는 한계를 극복하는 것
윈앤윈스포츠가 내놓은 자전거 브랜드는 ‘위아위즈(WIAWIS)’이다. 윈(WIN)과 액션(Action), 스포츠(Sports)의 의미를 연계한 위아위즈는 승리를 향한 일념을 제품에 담아내고 있다. 그래서 위아위즈의 모토는 “Win Your Body, Winning Your Body is the Spririt.”이다.
몸을 이기는 것이 곧 정신이라고 말하는 박경래 대표는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인내력으로 살을 저미는 고통을 이겨 나가는 곧 승리의 정신이며 이것이 자전거의 가장 큰 매력이자 핵심 정신이라고 말했다. 어떠한 어려움도 뚫고 스포츠 정신으로 자전거를 만들고 팔겠다는 그의 의지는 역시 20여 년간 양궁활에서 쌓아온 카본 기술이 바탕을 이룬다.
카본에 나노기술을 접목하여 나노카본을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있는 윈앤윈스포츠는 세계를 제패한 양궁에서의 기술을 자전거에 적용하여 로드와 MTB, 7가지 모델의 양산 체제를 갖추고 2013 서울바이크쇼를 통해 야심차게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
“카본 나노 튜브란 탄소원자만으로 이루어진 나노미터의 기술을 적용한 신소재입니다. 인장강도 탄소섬유의 100배 이상의 물성을 가지고 있지요. 이미 저희는 양궁에서 세계 최초로 카본 나노튜브 소재를 적용한 카본으로 양궁 핸들 및 날개를 개발하여 탄성이 강하면서 진동이 적고 내구성이 우수한 양궁을 제조하여 그 기술력을 입증했습니다. 그 기반으로 탄생한 나노 카본 자전거는 강성, 진동감소, 수지물성향상, 내구성 등에 있어 탁월한 성능을 발휘하며 최고의 자전거 기술진들이 합류하여 2년 여의 연구개발 끝에 프로토 타입을 거쳐 현재의 제품을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박경래 대표는 자전거 사업에 뛰어들면서 가장 염두에 두고 중점을 둔 것이 자전거에 대한 이해, 그리고 자전거 스포츠를 이해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방향은 커뮤니케이션에 있었다. 팔리지 않는 자전거는 낭비이고 무의미하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이유도, 자전거 전문가들이 직접 개발과 생산에 참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위아위즈의 자전거 개발에는 전(前)국가대표 사이클 지도자이자 경륜 심판, 국내 최초 경기용사이클프레임 연구제작에 몸담아 왔던 김정길 기술위원과 안동대학교 사이클감독이자 경북 사이클연맹수석부회장인 한성일 감독, 그리고 한국자전거연구조합 권경배 이사장을 비롯해 일본 전(前) 로드레이스 일본대표팀 스탭과 마운틴바이크 일본감독 대표팀을 지낸 바 있는 니시이 타쿠미 감독 등이 참여했다. 이들의 노하우와 기술을 통해 만들어진 프로토타입은 중고등학교, 대학, 실업팀의 선수들의 피드백을 통해 완성되었다.
새롭게 선보일 나노카본 자전거의 핵심 기술은 물론 날개 부분에 쓰이는 양궁활 기술의 탄성치가 그대로 체인스테이를 비롯해 주요부분에 적용되었다. 최초이자 최고로 꼽히는 한국 자체 기술과 경기도 안성에 공장 라인을 갖추고 생산에 들어간 위아위즈는 세계적인 자전거 브랜드와도 겨룰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다.
박경래 대표는 자신은 이미 사업가이고 새로운 기술과 감성을 통해 대중에게 팔릴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길 때 시장에 뛰어든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더구나 ‘물건’을 만드는 제조 회사의 목표는 로컬이 아니라 글로벌이다. ‘Made in Korea’를 고집하는 이유 중의 하나도 이 때문이다. 국내 로컬 자전거 브랜드가 거의 전무한 시장에서 박경래 대표가 걸어갈 길은 녹녹치 않아보인다. 그러나 한편 새롭게 탄생하는 위아위즈의 행보에 박수와 격려를 보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위아위즈의 자전거가 궁금하다면 얼마 전 오픈한 홈페이지(www.wiawis.com)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실체가 궁금하다면 2014년 서울바이크쇼를 통해 미리 만날 수 있다. 내년 3월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하는 위아위즈가 메이드 인 코리아 자전거의 긍정적인 선례를 남기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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