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우리에게 자출을 허하라
한 달 전 기획재정부가 2014년 자전거도로 예산을 거의 절반정도로 삭감한다고 발표했다. 한 신문에 따르면 내년 전국자전거도로 예산안이 256억 2000만 원으로 책정되었다고 한다. 참고하자면 올해 배정받은 전국 자전거도로 예산은 460억 5000만원이며, 차년도 예산신청에서 안행부가 요구한 예산은 약 500억 원이었다. 전년도 혹은 요구예산안과 대비하거나 안행부가 요구한 예산을 비교해봤을 때도 절반을 웃도는 수치에 그친 것이다.
정치적인 요인 때문일까? 일부는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사실상 지난 정부의 광역 자전거 도로는 사회간접자본의 측면이 아닌, 관광자원의 측면에서 접근한 것이다. 더 혹독하게 말하자면 전국 자전거도로에서 주요한 자전거 사업은 사대강 자전거도로로 실은 사대강 사업을 홍보하는 구실을 했던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대강 사업이 비판받는 작금에 이르러서 전국자전거도로를 우선순위로 개발한다는 것은 정치적으로도, 사회간접자본의 구축 측면에서도 현정부의 입장에서는 득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지난 정부의 전국자전거도로 사업이 전면적으로 잘못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분명한 것은 자전거도로사업은 미래를 겨냥한 사업이다. 특히 서울지역에서 과도한 인구밀집으로 인한 교통체증을 효과적으로 풀이할 만한 대안으로서 자전거는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또한 장차 웰빙문화의 중심에 친환경이라는 슬로건이 있는 한, 공해를 유발하지 않는 교통수단인 자전거와 그 인프라 구축은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주어진 자원 내에서 어떤 정책을 취하는 것이 효율적이냐이지, 자전거인프라 구축 자체가 실책은 아니다.
그런 면에서 지난 2010년 안행부가 발표한 <전국자전거도로 기본계획 수립연구 최종보고서>와 <국가자전거정책 마스터플랜>을 우선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에 구축할 자전거도로 네트워크는 전국순환자전거도로와 사대강자전거도로, 지자체자전거도로, 광역자전거도로로 나누어진다. 이중 안행부가 중심이 되어서 구축하는 자전거도로는 사대강자전거도로와 전국순환자전거도로, 광역자전거도로이다. 이미 완공한 사대강자전거도로는 사대강을 중심으로 건설한 자전거도로이다. 전국순환자전거도로는 국토의 경계를 따라 길게 이어진 도로로서 외곽순환망을 담당한다. 광역자전거도로는 도시와 도시, 지방과 지방을 잇는 중장거리도로이다.
한편, 지자체는 지난 정부시절부터 의욕적으로 지역자전거도로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지차체의 예산으로 편성된 지역자전거도로는 도심 내부에서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고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든 근거리 교통로를 말한다. 쉽게 말하자면 중앙정부는 자전거인프라의 커다란 밑그림을 그리고 지방정부에서는 해당 지역의 자전거도로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이 마스터플랜은 합리적으로 보인다. 국가규모의 사업은 중앙정부에서 집행하고, 지차제규모의 사업을 지방정부에서 맡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현재에 이르러 그 성적표는 과연 수긍할만 한가?
2010년 전국자전거도로 마스터플랜을 발표하면서 안행부는 전국 평균 2%대인 자전거의 수송분담율을 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전거 수송분담율이 14%에 달하는 이웃나라 일본과 비교해보면 안행부가 목표한 수송분담율도 대단한 수치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사대강자전거도로가 완공된 지금도 전국 자전거 수송분담율은 2.6%에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디서 잘못된 것일까?
우선 우리는 안행부가 발표한 보고서와 그간 노력을 기울였던 자전거도로사업을 대조해볼 필요가 있다. 안전행정부에서 내놓은 <전국자전거도로 기본계획 최종본>을 살펴보면 기대효과분석이라는 챕터가 있다. 이는 자전거도로 및 관련 설치물을 놓았을 때 기대되는 결과를 수치화한 표이다. 이 연구의 흥미로는 점은 자전거도로 인프라의 확충이 자전거 이용자의 증가와 얼마만큼 상관이 있느냐와, 레저형 도로와 생활형 도로 중 어느 형태가 자출족의 증가에 더 효율적이냐는 것이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도시 인구가 약 5만 명이라고 가정할 경우, 레저형 자전거도로보다 생활형 자전거도로를 확장했을 때 자전거를 타는 인구가 효율적으로 늘어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물론 레저형과 생활형을 함께 개발하면 자출족의 인구증가추이가 가장 가파르지만, 비용 역시 2배로 든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또한 생활형 자전거도로를 10% 늘리면 자가용 교통 분담률은 떨어지고 자전거의 수송분담률이 2%에서 3%로 상승한다. 결국 자전거의 운송 부담률을 높이려면 강가나 하천에 레저형 자전거도로를 만드는 것보다 생활형 자전거도로가 효과적이란 말이다.
여기에 비추어 볼 때 사대강자전거도로는 얼마만큼 의미가 있을까? 이전 정권에서 국토 해양부가 홍보했던 것처럼 사대강자전거도로는 생활 중심형 도로라기보다는 일종의 여가스포츠로서 작용하는 바가 크다. 또한 이 코스는 구간당 약 100km에 달하는 중장거리인데, 이를 즐길 수 있는 사용자는 드물다. 같은 보고서에서 나온 통계에 의하면 최근 자전거를 구입한 사람들의 70%는 30만 원 이하의 흔히 말하는 생활자전거를 구입했으며, 평균 주행시간은 1회당 1시간 20분 정도이다. 이는 자신이 거주한 인근지역을 돌 정도의 생활체육이다. 또한 사대강자전거도로는 도로에서 도로를 잇는 생활밀착형이 아닌, 하천과 강가를 중심으로 건설된 도로라는 점에서 자전거의 수송분담율에 미치는 영향도 미비하다는 것을 유추해낼 수 있다.
지금까지 안전행정부가 자전거도로에 투입한 예산은 약 4,000억 원이라고 한다. 2019년까지 계획된 총사업비인 약 8,000억 원의 절반 정도를 사용한 셈이다. 그런데 자전거수송분담율은 제자리이거나 소폭 상승에 그쳤다
예산을 잘못 책정한 것일까?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우선적으로 언급하고 싶은 것은 우선순위가 잘못 설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안행부의 보고서에 의하면 100만 원 이하의 생활형 자전거가 전체 구매한 자전거의 90%에 달한다. 또한 레저형 자전거도로보다 생활형 자전거도로가 자출족 증가추이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앞서 언급한 사실이다. 이제 핵심으로 들어가 보자. 문제는 투입된 예산의 많고 적음이 아니다. 바로 어떤 형태의 자전거도로 구축을 우선순위에 두느냐에 있다.
지금 자전거를 타는 인구를 늘리기 위해 시급한 것은 생활에 밀착된 자전거도로를 확충하는 것이다. 다소 비약이 존재하나, 이대로라면 내년부터 자전거도로인프라에 대한 중앙정부의 예산을 절반으로 줄인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자전거 수송분담율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다.
생활형 자전거도로의 대부분은 지방정부가 책임을 지고 있다. 각 지자체는 매년 자전거도로를 연장하고 있는데, 지역별로 차이가 제법 나는 편이다. 자전거교통포털(bicycle.koti.re.kr)의 통계자료에 의하면 2012년 전국의 자전거도로 연장길이는 약 1만 7천 킬로미터이다. 이중 경기는 전체 연장된 길이의 약 20%를 차지한다. 이어 강원도와 경상북도가 그 뒤를 이어 각각 전체 자전거 연장대비 약 8%와 7.7%를 차지한다.
물론 이런 분석은 표면적이어서, 각 지자체의 실질적인 상태를 말해주지 않는다. 예를 들어 강원도의 경우 자전거 연장비율은 경기도에 이어 두 번째지만 대부분 자전거보행자겸용도로이다. 만약 자전거보행자겸용도로를 제외한 자전거전용도로와 자전거전용차로만을 놓고 보았을 때 1위는 경기도(662km 연장), 2위는 경상북도(455.8km 연장)이다.
한편 통근·통학에 대한 수단분담율은 경상북도와 경상남도가 다른 지역보다 우위에 있다. 특히 자전거의 도시라고 일컫는 상주시의 경우 수단분담율은 11%로, 전국(평균 수단분담율 1.7%)에서 유일하게 두 자리 수를 넘겼다.
자전거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각 지역의 자전거도로가 늘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광역도로망이 아닌, 생활에서 실질적으로 접하는 자전거도로는 주로 지역 내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자체가 자전거 정책에 대해 어떠한 의미와 정책을 갖는지는 매우 중요하다.
대체적으로 자전거도로는 연장되고 있으나, 개별 지방정부의 자전거정책은 나름의 고민을 안고 있다. 예를 들어 울산시는 자전거도로를 놓고 시민단체와 입장 차이를 두고 있다. 울산시민연대는 울산시가 추진한 레저형 자전거도로를 비판하며 “생활중심형 자전거도로에 집중해야 한다”는 촉구에 나섰다. 한편 충남 서산 방조제 자전거도로는 이용자가 없어 방치되고 있다며 예산 낭비가 아니냐는 빈축을 사고 있다. 여의도의 자전거전용도로는 택시와 자가용의 주차장으로 변한지 오래다.
자가용의 수송분담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지방에서 자전거 문화가 정착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자동차 문화에 익숙해진 시민들에게 차도로 나온 자전거는 도로를 공유해야 할 대상이기보다는 성가신 존재로 보기 쉽상이다. 일각에서는 차도를 좁혀 자전거전용도로를 만드는 것에 볼멘소리를 하기도 한다. 자동차가 지나거나 주차해야 할 공간을 자전거가 침해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자동차 의존도가 높고, 인구밀집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주차문제나 공해문제가 덜한 지방에서 자동차의 대안으로서 자전거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는 요인도 있다.
광역자전거도로망은 중앙정부가, 지역자전거도로망은 지방정부가 책임진다는 것은 얼핏 보면 합리적인 분담체제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전거에 의한 수송분담율을 실제로 좌우하는 것은 장거리 레저형 자전거도로가 아니라 근거리 생활형 도로이다. 바꾸어 말하자면 지자체의 자전거도로 사업은 단지 지자체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중앙정부는 이 모든 문제에서 한걸음 떨어져 팔짱을 끼고 관망하는 자세를 보였다.
결론을 내자면, 자전거도로 인프라 예산안 삭감을 논하기에 앞서 중앙정부는 자전거도로 정책의 우선순위가 과연 합당했는지부터 논해야 할 것이다. 자원이 한정되어 있다면 우리는 마땅히 가장 효율적인 방법에 투입해야만 한다. 그리고 안행부의 보고서와 지금의 사태가 알려주듯, 우리는 어떤 자전거도로를 우선시해야만 하는지 알고 있다. 안행부가 내놓은 마스터플랜에서 보여주었던 광역 자전거도로 네트워크는 지자체의 군소 자전거 네트워크가 실현된 이후에야 그 효과를 볼 수 있다. 자전거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자전거를 레저수단이 아닌 교통수단으로 보아야 한다. 앞으로 일어나는 문제는 자전거가 레저스포츠의 수단이라서가 아니라, 교통수단이기 때문에 발생되는 것임을 명백히 주지한다면 중앙정부처와 지방정부의 과제는 명백해진다.
* 자료 : 인구주택총조사 - 10% 표본조사자료 (통계청)
* 원자료에서 두 가지 이상의 교통수단을 이용한 경우(복합수단)를 제외하고 통행수단을 재정리한 자료임
* 주의 : 12세 이상 / 평일 하루 통근 및 통학을 조사한 자료임
* 주의 : 통근통학 목적의 통행만을 대상으로 조사된 자료로 모든 목적을 대상으로 하는 자료와 차이가 있음
* 주의 : 교통수단별 이용인구를 기준으로 산정된 수단분담률로 수단별 통행수를 기준으로 산정하는
수단분담률과 차이가 있음 <출처 : 자전거교통포털>
※정정합니다
11월호 핫이슈 <우리의 스폰서쉽은 어디를 향해 가는가?> 중 134p에 수록된 2013 TDK참가팀과 후원사 도표 중 ‘세컨윈드-WSC’의 후원사는 EXO가 아니라 ‘세컨윈드’ 바이크웨어입니다.
기사로 인해 잘못된 정보를 입수한 모든 독자 여러분들에게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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