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사이클링 이륙을 준비합니다.
그로 인해 말미암아, 강지용 선수는 현재 기로 위에 있다. 최근 그는 프로 사이클링팀인 오리카 그린엣지팀의 테스트 라이더로 최종 선발되어, 올해 8월부터 12월까지 그릿엣지팀의 ‘스타지어(Stagiaire)’로서 활동할 것이다. 강 선수는 9월에 캐나다에서 열리는 ‘투어 오브 앨버타’부터 첫 스테이지에 오를 것이라고 한다.
스타지어 생활 이후 강지용 선수의 거취에 대해서는 누구도 장담할 수는 없지만, 동호인으로 시작해서 세계적인 팀인 오리카 그린엣지의 스타지어가 되었다는 사실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더군다나 테스트 결과에 따라 오리카 그린엣지 팀의 입단 가능성도 열려 있다. 러한 배경에서 강지용 선수에게 국내 사이클인의 기대가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사실 ‘사이클 종목에서 한국인, 나아가 아시아인은 성공할 수 없다’는 정신적인 유리장벽을 걷어내면 사이클은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는 종목이기도 하다. 사이클링은 심폐능력과 근지구력을 요한다. 한국인들이 유럽 사람들에 비해 이러한 신체조건이 떨어진다는 근거는 없다. 오리카 그린엣지팀에서 활동하고 있는 구성은 선수가 그것을 증명했다. 아시아 프로 컨티넨탈팀인 챔피언 시스템에 있는 장찬재 선수처럼 아시아에서 기량을 검증 받은 한국 선수들은 수없이 많다. 물론 100년 동안 국제 대회를 치러오면서 쌓은 팀 전략과 훈련 기법은 일종의 대물림처럼 유럽 선수에게 프리미엄을 부여하고 있지만 이제 그 격차마저도 좁혀지고 있다. 찌되었든 강지용 선수는 그린엣지의 최정상급 선수와 함께 훈련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운과 실력이 따라준다면 더 높은 목표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을 기점으로 한국 선수를 가로막는 유럽으로의 진입장벽은 한층 낮아질 것이다. 만약 장차 프로팀 일군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가 생긴다면 국내 사이클 대중화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 사람의 몫이란 그렇게 크다. 그로 말미암아 모든 가능성이 배태되기 때문이다.
해외진출을 위한 발판을 만들어라
한 명의 동호인에서 시작해 명망 높은 국제 사이클링 팀의 견습 선수로 들어간 강지용 선수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흥미롭다. 그러나 이런 사례가 있기까지 사이클링 내부의 노력 역시 존재해왔다. 올해로 7년째를 맞는 투르 드 코리아 개최도 그렇거니와 그린엣지팀과 지속적으로 협력관계를 맺은 것도 그 일부이다. 강지용 선수의 스타지어 입단은 내부의 보이지 않던 노력이 빗어낸 결과이다. 한편으로 강지용 선수의 성패 이후에도 제2의 강지용 선수나 제2의 구성은, 장찬재 선수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탄탄한 배경이 있어야 한다. 요컨대 이것은 인프라의 문제다.
대한사이클연맹(이하 연맹)한국 사이클의 세계화 혹은 한국 사이클리스트의 세계 진출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사업을 벌여왔다. 사이클 연맹의 윤희태 부장은 “한국 선수들을 세계로 내보내기 위해 노력한 것은 이전부터 있어왔지만 그것이 본격적인 양상을 띠기 시작한 것은 2012년부터”라고 말한다. 그 해에 연맹은 오리카 그린엣지님과 MOU를 맺었으며, 구성은 선수를 오리카 팀에 합류시키기로 결정했다.
이어 윤희태 부장은 대한사이클연맹이 실행하고 있는 한국 사이클의 해외진출에 대하여 크게 세 가지를 언급했다. 하나는 WCC를 통한 잠재력 높은 아시아 선수를 발굴, 육성하는 것, 두 번째로 투르 드 코리아의 대회 등급을 UCI 컨티넨탈투어 2.1등급(현 2.2등급 대회)로 격상시키는 것, 마지막으로 유수의 사이클 팀과 협력관계를 맺어 한국의 선수들을 팀에 추천하는 것이다.
1. World Cycle Center(WCC)-KS
WCC는 UCI 산하 교육기관으로서 세계의 유망주들을 초정해 훈련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러나 WCC가 모든 대륙을 대상으로 활동할 수 없기 때문에 아시아에는 별도의 지부를 두기로 하였다. 이런 배경에서 대한사이클연맹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아시아사이클센터(일명 세계사이클센터 한국지부)인 WCC-KS를 설립했다. 영주 한국경륜훈련원과 양양의 벨로드롬에서 설치된 WCC-KS의 역할은 아시아 지역의 사이클 개발도상국 선수들을 대상으로 세계적인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올해 1차와 2차로 나누어 시행된다. 6월 17일부터 시작한 1차 에는 스리랑카,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등에서 20명의 선수와 10명의 사이클지도자가 들어와 교육을 이수하였다. 오는 9월에는 다른 나라의 선수들과 코치를 대상으로 2차 캠프를 열 계획이다. WCC-KS는 참가자들을 훈련시키고 그 결과를 WCC에 전달하게 되어 있다. 전도가 유망한 선수라면 한국지부를 거쳐 WCC 본 훈련센터에 초청될 수도 있다. WCC에 초청받는 것만으로도 선수의 기량 향상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사이클이 본고장에서 자신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다시 말해 WCC-KS는 교육의 장을 넘어 사이클의 변두리 국가 선수들에게는 세계로 진출할 수 있는 티켓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또한 WCC-KS는 WCC에 준하는 훈련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WCC의 전임 강사와 기술임원을 초청한다. 유럽의 선진적인 훈련 기법을 체득할 수 있어 많은 신청이 쇄도하고 있는데, 이렇게 조성된 인프라는 한국 사이클의 자산이 된다. WCC-KS는 조명을 받지 못하는 제3국의 선수들을 위한 것이지만, 가장 큰 수혜자는 WCC-KS가 설치된 나라의 선수일 수밖에 없다.
2. 투르 드 코리아의 승격
대한사이클연맹은 투르 드 코리아의 등급상향을 신청해놓은 상태이다. 현재 투르 드 코리아는 컨티넨탈 투어 2.2등급이다. 2.1등급으로 오르면 대회의 인지도 자체도 오를 뿐더러 UCI의 배점 이 높아져, 프로 컨티넨탈 팀이 대회를 참가할만한 매혹도가 높아진다. 2.1등급 대회부터 UCI 프로 팀이 참가할 수 있기 때문에 유명 선수가 참가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린다.
한국에서 이런 질 높은 국제경기를 개최할 수 있다면 한국 선수들에게도 이득이다. 질 높은 국제 대회를 참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좋은 성적을 기록한다면 국제적인 지명도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투르 드 코리아의 승격은 간접적으로 한국 선수에게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할 것이다.
3. UCI 프로팀과 협력관계 유지
가장 직접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는 방안이다. 2012년 오리카 그린엣지팀과 양해각서를 체결한 이후 대한사이클연맹은 한국 여성사이클리스트 최초로 구성은 선수를 그린엣지팀에 입단시키는 데 성공했다. 물론 이것은 한국 사이클에 관심을 보인 그린엣지팀과 대한사이클연맹의 노력과 더불어 구성은 선수라는 걸출한 사이클리스트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또한 앞서 말했듯, 강지용 선수가 그린엣지의 견습선수로 들어가면서 한국 사이클 사상 UCI프로팀에 한국 선수가 입단할 것인지에 대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방법은 연맹과 해당 사이클팀의 상호 이해에 따른 것으로서, 근본적인 방안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린엣지 팀이 스타지어 프로그램을 통해 정기적으로 무명의 선수를 발굴한다는 것이고, 어찌되었든 대한사이클연맹의 손이 그곳까지 닿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맹은 앞으로도 협력관계에 있는 팀에게 한국 선수를 천거할 계획이라고 한다.
4. 그 밖의 노력들
대한사이클연맹의 윤희태 부장은 “올해 들어 처음으로 10대 어린 선수들을 국가대표에 소속시켜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올림픽이 끝나고 메달 획득자를 분석한 결과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그것은 올림픽 메달 획득자 중 상당수가 스무살 초반이며, 이들 대부분은 주니어 선수 시절에 세계 선수권의 수상경력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세계 주니어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을 하면 올림픽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연맹은 영국에서 열리는 주니어 선수권 대회에 어린 선수들을 출전시켜 메달을 획득하는 등 선수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투르 드 코리아와 함께 열리는 동호인 레이스인 마스터즈 대회도 기량 좋은 선수를 발굴하는 등용문으로 활용하겠다고 말한다. 윤희태 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강지용 선수와 같이 동호인 중에서도 재능 있는 선수가 있다면 언제든 문을 열어놓을 생각이다.”
임계점을 돌파하는 한국 사이클링
한국 사이클의 수준을 세계적으로 높이자는 것, 그리고 한국 선수를 세계로 보내자는 계획이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것은 아니다. 단지 그간 외부의 눈에는 보이지 않던 노력이 이슈로 가시화되어 나타났을 뿐이다.
구성은 선수나 강지용 선수의 사례는 어떤 임계점을 돌파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극에 달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한다’는 옛말이 있다. 한국 사이클이 뿌린 씨앗이 하나둘 싹을 틔우고 있다. WCC-KS의 설립도 그렇다. 연맹은 기세를 몰아 투르 드 코리아 대회 승급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물론 이것이 끝이 아니다. 유럽의 선수들에 비하면 한국의 사이클은 여전히 허기지다. 선수들이 국제경기를 경험할 기회가 많지 않다. 장거리 중심이 아니라 단거리나 트렉 경기에만 치중한 풍토도 그렇다. 올림픽에서 사이클 종목은 여전히 미개척지다. 사이클 선수라고 하면 유럽 선수들이 누리는 인기도 한국에서는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우리가 돌파해야 할 임계점은 아직도 많다. 이제 몇 관문을 지났다. 선수도, 그들을 가르치는 지도자에게도, 그들을 지원하는 단체에게도 풀어야 할 난제는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이 모든 문제에 어느 정도 답을 내놓을 수 있다면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투르 드 프랑스를 시청하면서 한국 선수를 응원하는 날도 올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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