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자이언트 신제품 발표회
높은 기술, 낮은 가격을 향한 진격의 거인
2014년 자이언트 신제품 발표회
소수를 위한 자전거를 만들 것이냐, 아니면 일반대중을 위한 자전거를 만들 것이냐의 선택은 전적으로 물건을 만드는 제조사에 달려있다. 하고 싶다고 되는 일은 아니지만 적어도 자이언트만큼은 보다 많은 대중을 위해서 자전거를 만들어 왔다는 데에 반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자이언트가 걸어온 길은 품질 대비 합리적인 가격의 자전거가 주를 이루었다. 자이언트 자신도 사이클링의 활성화를 목표로 지금까지의 길을 걸어왔다고 당당히 말하고 있다. 하지만 남과 다른 개성을 찾고, 고급 자전거의 희소성을 노리는 대중 아닌 대중에게는 이러한 보편화가 탐탁지 않게 여겨질 때가 있다. 적어도 까다로운 국내 고급자전거 소비자에게 자이언트라는 이름은 작년과 올해 히트 상품이 되지는 못했다. 자이언트코리아라는 이름을 달고 첫해에 승승장구하던 때와는 현재의 상황도 많이 달라졌다. 이대로 자이언트는 하강 곡선을 그릴 것인가? 아니면 반전의 기회를 노리고 역전의 어퍼컷을 날릴 것인가? 이번 2014년 신제품 발표회에서 그 실마리를 풀어 보자. edtor&photo 배경진
이번 자이언트 신제품 발표회의 메인테마는 3가지였다. 프로펠(Propel)과 650B 그리고 X로드이다. 프로펠로 에어로 로드바이크의 한계를 실험하였고, 650B로 떠오르는 산악자전거의 새로운 휠사이즈를 탐구하였으며, 마지막으로 X로드는 사이클로크로스를 포함한 거친 로드머신에 대한 영역 확대로 볼 수 있다. 각 장르에 걸쳐 고른 주제를 가지고 자이언트에서는 2014년을 준비하였다. 각각의 주제가 자이언트 제품의 주제가 될 수도 있지만 뒤집어 보면 그 주제는 현재 자전거 시장에서 가장 핵심적인 이슈이기도 하다. 바로 에어로와 휠사이즈 그리고 영역의 파괴는 현 자전거 산업에서 가장 주목할 점이다.
에어로 플래그쉽 프로펠
올해 대만바이크쇼에서 첫 선을 보인 ‘프로펠’은 투르드프랑스를 비롯한 각종 대회를 거치며 에어로 레이싱 머신으로의 검증을 마친 상태이다. 이제는 선수가 아닌 일반인이 만나볼 차례.
프로펠은 현재 자이언트의 기함으로서 기존의 티씨알 어드밴스 SL을 대신한다. 자이언트는 비교적 경쟁사보다 늦게 에어로 바이크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것을 만회하려는 듯 윈드터널 안으로 경쟁사의 제품을 함께 가지고 들어간 자이언트는 연구와 실험을 거쳐 가장 뛰어난 에어로 제품을 만들어 가지고 나왔다. 그들의 얘기로는 40km 이상의 거리를 40km의 시속으로 달렸을 경우 최소 12초 이상의 시간을 단축 시켜 준다고 한다. 윈드 터널 내에서는 보다 실제 주행 상황에 가까운 결과 값을 얻기 위하여 정지된 마네킹이 아닌 움직이는 마네킹을 실험에 사용하였다. 사람이 아닌 동적 마네킹을 사용한 이유에 대해서는 사람의 데이터는 계속해서 변화하므로 정확한 데이터를 얻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찌됐든 자이언트로서는 티씨알을 넘어서는 훌륭한 에어로 바이크를 탄생시킬 수 있었다. 디자인적으로도 오버스럽지 않고 전체적으로 균형감 있는 모습이다. 기존의 티씨알 프레임을 살짝 살짝 매만지고 부드럽게 눌러준 느낌이 강하다. 그만큼 이질감이 적다는 말이다. 하지만 제품의 구석구석에는 독창적인 디테일과 기술이 숨어있다.
프레임을 벗어나지 않는 틀에서 에어로를 극대화한 브레이크 디자인과 가늘어지듯 내려오다가 다시금 굵어지는 다운튜브, 공기역학 기능을 향상시키는 일체형 시트포스트는 누구나 한눈에 봐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보이지 않는 부분인 강성이나 무게에서도 강점은 드러난다. 미디움 사이즈를 기준으로 프레임과 포크, 브레이크세트, 시트포스트와 클램프, 헤드셋을 모두 장착하여 무게를 측정하였을 때 경쟁사 제품보다 약 233g 가벼운 것으로 나타났다. 강성에 있어서도 실제 포크를 장착하고 스티어링과 페달링 테스트에서 5개 제품 중 2위와 3위에 마크되었다. 무게 대비 측면에서 보자면 나쁘지 않은 결과이다.
프로펠 어드밴스 SL 0. 티씨알 어드밴스 SL을 대신하는 새로운 자이언트의 기합이다
티씨알 어드밴스 SL 0. 듀라에이스 전동구동계와 자이언트 P-SLR1 휠셋이 장착됐다
티씨알 어드밴스 SL 3이다. 어드밴스 SL 프레임과 시마노 울테그라 구동계, 자이언트 P-SL 0 휠셋을 갖추고 380만원이라는 가격을 책정했다. 참고로 어드밴스 SL 프레임 가격은 300만원이다
650B로의 진격
자이언트의 산악자전거 라인업에서는 모델별 변화보다 전반적인 휠사이즈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바로 27.5인치로의 대거 이동이다. 2013년도 제품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26인치와 29인치가 사라져 버리고 그 자리를 27.5인치가 차지해 버린 것이다. 특히 자이언트 29인치 제품은 국내에서는 만나기 어려울 것 같다. 입문용 하드테일부터 140mm의 올마운틴 영역까지의 거의 모든 라인업을 27.5인치로 포진시켰다. 26인치는 입문용 하드테일이나 160mm 이상의 롱트레블 바이크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자이언트에서 29인치 제품을 생산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국내에는 들여오지 않을 전망이다.
자이언트에서는 한 제품에 대한 특장점을 부각시키기 보다는 27.5인치에 대한 마력을 주로 설명하였다. 그들의 설명을 들으면 단순히 29인치와 26인치의 중간적인 성격이 아닌 각각의 뛰어난 특성을 골고루 취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첫 번째로 무게를 들 수 있다. 26인치 대비 29인치는 휠셋의 무게가 12% 증가하지만 27.5는 5% 증가에 그친다. 두 번째로 진입각도이다. 26인치 대비 29인치의 진입각도는 -6도이다. 진입각도가 작을수록 험로에서 유리하다. 언뜻 생각하면 27.5인치는 진입각도가 그 중간인 -3도 일거라 생각하겠지만 아니다. -4도로 중간 값보다 크다. 마지막으로 접지면적을 보자. 노면과 타이어가 닿아있는 거리가 26인치는 6cm이고 29인치는 9cm이다. 27.5인치는 8cm로 29인치에 근접한 수치이다. 이 수치만 본다면 정말로 마력이 아닐 수 없다. 데이터로만 본다면27.5인치는 26인치와 29인치의 장점만 쏙쏙 뺏어온 매력 덩어리인 것이다.
자이언트의 대표 하드테일 모델인 XTC가 27.5인치 휠을 달고 등장했다. 사진은 XTC 어드밴스 2.75 0 팀 모델
트레일 제품군이던 트랜스가 27.5인치의 휠과 140mm 트레블을 달고 올마운틴이 되어 나타났다. 트랜스 뒤에 붙던 X는 이제 필요 없게 되었다.
26인치는 이제 입문급도 아닌 ATX같은 레저용이나 글로리같은 롱트레블에서나 만나볼 수 있다
X-Road
X로드란 한마디로 비포장을 달리는 로드바이크를 말한다. 좁게는 사이클로크로스 레이싱을 위한 자전거부터 다양한 길을 라이딩하려는 레저용 자전거까지도 포함할 수 있다. 자이언트에서는 기존의 TCX 이외에 ‘리볼트(Revolt)’라는 제품을 이번에 발표하였다. 로드바이크에도 엔듀런스 계열의 자전거가 있듯이 X로드에서는 리볼트가 이 부분을 담당하게 된다. 높은 핸들 포지션과 낮아진 시트스테이 각도로 편안하고 컨트롤을 좀 더 쉽게 하였다. 700x50c 타이어는 다양한 지형과 날씨에서 안전한 라이딩을 보장하고, 긴 케이블 하우징은 궂은 날씨에서 부드러운 변속을 도와준다. TCX와 리볼트 모두 2014년도에는 디스크 브레이크를 채용하였는데 상급 제품에서는 유압식이 나머지 제품에서는 기계식 디스크 브레이크를 사용하였다. 어떤 제품이던 다양한 환경에서 안정된 브레이킹을 도와줄 것이다.
그밖에도 여성을 위한 에어로 로드바이크인 ‘엔비 어드밴스(Envie Advanced)’의 발표도 이어졌다. 세계최초의 여성 전용 에어로 로드바이크를 표방한 엔비는 수년간에 걸쳐 진행된 연구, 개발과 월드챔피언인 '마리안느 보스(Marianne Vos)'의 테스트를 거쳐 완성되었다. MTB에 있어서도 여성을 위한 27.5인치 자전거인 ‘옵세스 어드밴스(Obsess Advanced)'의 발표도 있었는데 이 제품 역시 27.5인치를 사용한 세계최초의 여성전용 카본 프레임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었다. 입문급 자전거가 아닌 엘리트급의 자전거로 여성에게 최적화된 지오메트리를 제공할 것이다.
2014년 신제품 리볼트. 편안한 지오메트리와 넓은 타이어로 티씨엑스보다는 비포장길을 좀 더 편안하게 갈 수 있다
운동과 레져를 위해 새롭게 개발된 애니로드. 드롭바를 장착한 하이브리드 자전거에 가깝다
마리안느 보스를 전면 모델로 내세운 엔비 어드밴스 한정판 모델
신제품 기술 설명에 나선 이창용선수
이옥내 본부장
자이언트 피팅 시스템. 자이언트의 모든 모델의 지오메트리가 저장되어 있어 어떤 사이즈를 타야할지 알려준다.
가격과 이미지 사이
자이언트의 2014년도 제품의 전반적인 특징은 앞서 얘기한 에어로와 27.5인치 휠 그리고 X로드 제품 종류의 확대로 볼 수 있다. 덧붙여 여성 전용 제품에 적극적인 라인업 확대와 고급화도 이슈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 부분보다 소비자에게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제품의 전반적인 가격 인하이다. 크게는 15%에서 작게는 5%까지 가격을 인하했는데, 고급 제품의 경우에는 200만원 가까이 떨어진 제품도 있었다. 글로벌 회사인 자이언트의 공통된 전략인지 아니면 국내 시장만을 위한 전략인지는 알 수 없으나 소비자에게는 환영할 만한일임에는 틀림없다. 제품의 진보가 계속되는 현 상황에서 가격 인상이 아닌 인하는 자이언트의 사이클링 문화의 대중화하고도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다. 어쩌면 상품 판매라는 측면에서는 가장 큰 무기를 쥐고 있는 것과 같다. 하지만 자전거일지라도 가격 이외에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나 마케팅이 중요한 것은 다른 제품과 같다. 개인적으로 자이언트의 2014년도 제품을 보면 정말 매력적이다. 가격에 절대적이지 않은 고급 사용자에게도 뿌리치기 어려울 정도의 가성비이다. 가격과 브랜딩 이미지 사이에서 소비자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아무도 장담을 할 수 없지만 두 가지는 분명한 것 같다. 내년에도 경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것과 많은 사람들이 이미 자이언트를 경험했다는 것이다.
자이언트가 좀더 좋게 늦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