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투어 - 실안해안도로
푸른 바다와 봄 꽃의 향연이 펼쳐지는
실안해안도로
Siran coast road Bicycle Tour
벗꽃, 유채꽃, 진달래꽃. 봄 꽃이 온 대지를 울긋불긋 물들여 놓은다. 설레이는 마음으로 달려간 곳은 경남 사천시에 위치한 실안해안마을이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섬마을과 사천만의 해안선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다. 해질녘에는 노을이 아름다워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아름다운 바다와 봄 꽃의 향연이 펼쳐지는 실안해안도로를 따라 여행을 떠난다.
editor & photo 이성규
봄 의 시작은 바람이다. 봄 바람은 차가운 겨울 바람과는 달리 따스하고 포근하게 피부에 와 닿는다. 봄 바람이 남녘에서 불어오면 온 대지는 푸르른 새싹으로 채색되고 앙상한 나무가지에는 연녹색의 새싹이 돋아나 생기를 불어 넣는다. 그래서 봄의 여행은 항상 활기찬 느낌이다. 볼거리가 없어도, 먹거리가 부족해도, 살아 숨쉬는 자연의 아름다움에 반해 마음은 항상 솟아 오르는 새잎처럼 싱그럽기만 하다.
노을이 아름다운 실안해안과 죽방렴
경남 사천시는 하동군과 진주시, 그리고 남해와 고성군으로 둘러싸인 사천만과 접해 있다. 실안해안도로는 이들 지역을 연계하는 삼천포대교를 중심으로 푸르른 바다를 끼고 있어 봄꽃과 바다여행을 하기게 알맞은 곳이다. 또한 실안해안도로는 일명 일몰이 아름다운 해안도로라 불리울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삼천포대교 앞바다에는 저도와 마도, 늑도, 초양섬, 모개섬 등 25개에 달하는 섬들이 올망졸망 바다에 떠 있는듯 하여 그 모습이 마치 그림처럼 다가온다. 이들 섬 뒤로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며 육지처럼 보이는 것이 남해군의 창선도이다. 남해군의 창선도를 연결하는 다리가 삼천포대교와 창선대교로 이어진다. 삼천포대교를 건너면 나타나는 조그만 섬이 늑도이다. 늑도에서 바라보는 사천시의 각산과 삼천포대교, 그리고 다리의 주변에 피어있는 노란 유채꽃이 어우러진 모습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언덕에 올라서면 해안절경과 삼천포대교 밑을 떠 다니는 유람선과 어선들의 모습이 한가롭기만 하다.
바다이긴 하지만 호수처럼 맑고 잔잔한 바다 위에는 원시어업의 형태를 띠고 있는 죽방렴이 여기저기에 섬처럼 떠있다. 민속문화재인 죽방렴은 얕은 바다에 부채꼴로 참나무 말뚝을 촘촘하게 박아 부채꼴이 끝나는 지점에 원통형 대나무 통발을 설치해 놓고 밀물과 썰물에 따라 통발에 들어온 고기를 잡는 원시적인 어업이다. 보통 부채꼴 모양으로 박아놓은 말뚝을 ‘살’ 또는 ‘삼각살’이라 불리고, 대나무로 엮어 만든 둥그런 통발을 ‘불통’이라 불린다. 이 통발은 썰물 때는 문이 저절로 열렸다가 밀물 때는 물살에 의해 저절로 닫혀 이곳에 들어온 고기는 절대로 놓치는 일이 없다고 한다. 이렇게 잡힌 고기는 하루에 두 번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 통발을 건져 올려 잡아온다. 주로 숭어와 도미, 도다리 등이 많이 잡히며, 봄이 오면 죽방렴에는 멸치잡이로 분주하다. 이러한 죽방렴은 남해군의 창선교 주변과 이곳 실안의 삼천포대교 주변에 일부가 남아 있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삼천포대교 남단에는 대방진굴항이 자리하고 있다. 문화재자료 93호인 대방진굴항은 조선시대 축조된 굴항으로 연안을 빈번하게 침범하는 왜구의 노략질을 막기 위해 설치된 항으로 현재는 그 모습만 아련하게 남아있다. 이곳 주변에서 바라보는 삼천포대교의 야경이 일품이다.
저녁 무렵 삼천포대교와 죽방렴 주변에서 바라보는 일몰은 가히 환상적이다. 잔잔한 호수처럼 햇살에 반짝이는 바다와 등대, 죽방렴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감탄을 토해낸다. 태양은 바다로 곧장 지지않고 남해도의 산등성이 뒤로 서서히 스며들며 실루엣을 만들어 내고 바다에는 붉은 빛을 토해내며 붉게 물들여 놓는다. 여기에 물살을 가르며 만선을 이룬 고깃배라도 지나가면 일렁이는 파도와 함께 영화의 한 장면을 연출해 내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 정도로 아름답다.
한적한 사천만 해안도로와 선진리성
삼천포대교에서 해안선을 따라 올라가면 아기자기한 어촌마을과 분위기 좋은 카페들이 즐비하다. 한적한 해안길은 자전거 도로가 잘 조성되어 있어 여행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가는 곳마다 벗꽃이 터널을 이루고 햇살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하얀 꽃잎이 보석처럼 아름답게 다가온다. 길가에는 노란 개나리꽃이 도열하듯 피어 있고, 들녘에는 농사 준비에 여념이 없는 농부들의 손길이 바쁘기만 하다. 그야말로 싱그러운 봄 내음이 물씬 풍긴다.
하얀 풍차가 있는 카페를 지나 조금 더 올라가면 삼천포 마리나 리조트가 나온다. 항구에 정박해 있는 요트들이 이국적인 모습이다. 이곳 주변에는 사천 실안 선상카페가 있는데, 이 선상카페는 물이 들고 나는 높이에 따라 움직이는 카페로 이곳에서 바라보는 노을 또한 일품이다. 붉게 물든 노을을 바라보며 분위기 있는 카페에 앉아 가족이나 연인들과 같이 여행 중 휴식을 취하며 담소를 나누는 것도 여행의 또다른 재미가 아닐까. 늘 혼자인 필자는 외로이 앉아있는 갈매기처럼 푸드득 발길을 돌린다.
선상카페에서 조그만 언덕을 올라서면 모충공원이다. 모충공원은 볼거리는 없지만 자전거 여행 중 휴식을 취하기에 알맞은 장소이기도 하다. 사천만의 바다를 조망할 수 있고 길게 늘어선 소나무와 동백꽃이 유혹의 손길을 내민다. 바닷가에서 자라서인지 유독 붉은 꽃잎과 혹독한 겨울을 이겨낸 탓인지 진한 녹색의 잎사귀가 조화를 이룬다.
모충공원은 거북이 등을 닯았다하여 거북등이라고도 불린다. 이곳은 임진왜란 때 충무공 이순신장군이 선진해전에서 승리한 후 하룻밤을 보냈다고 전해진 곳이다.
모충공원에서 나와 선진리성까지는 구불구불한 해안선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중간중간에는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쉼터가 마련되어 있다. 길게 뻗은 해안선은 너무 한적하여 망망대해를 자전거를 타고 항해하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한참을 달리다 어촌마을 바닷가에 지어진 비닐하우스에서 바지락을 까는 할머니들을 발견하고 고개를 쑥 내민다. 옹기종기 모여 담소를 나누며 바지락을 까는 할머니들의 모습이 아련하게 가슴에 남는건 왜일까. 갑자기 뭉클해진다.
사천만은 바다가 오염되지 않아 청정해역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물이 빠지면 바다에 나가 미역이나 바지락, 굴 등을 채취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또한 갯벌에는 갯지렁이 등 해양생태계가 살아있어 철새들의 먹이활동도 관찰할 수 있어 또 다른 여행의 볼거리를 제공한다.
해안선이 거의 끝나갈 무렵 나타나는 곳이 선진리성이다. 선진리성은 사천 8경중의 하나로 이순신 장군이 최초로 거북선을 출전시켜 왜구를 물리친 곳으로 유명하다. 성내에는 벗꽃이 만개하여 은백색의 물결을 이루고 있다. 때마침 선진리성에서는 사천시의 대표적인 축제 중의 하나인 와룡문화재와 구암제가 열리고 있어 여행 중 뜻하지 않은 행운을 얻었다. 행사에는 각종 공연행사와 전시, 경연 등이 펼쳐져 흥미를 끌었다. 특히 구암제 중 국왕의 행차와 유가행렬 등과 함께 시작되는 조선시대 과거시험을 재현한 모습은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기억된다.
이외에도 사천시에는 남일대해수욕장 주변의 코끼리 바위와 봉명산 다솔사, 비토섬 갯벌 등 볼거리가 풍부한 곳이다. 특히 5월이면 만개하여 온 산을 진홍빛으로 물들이는 와룡산 철쭉과 한려수도의 절경은 장관을 이룬다. 여행의 끝머리에는 깨끗한 바다에서 건져올린 싱싱한 횟감이 풍부한 삼천포항에 들러 낙조와 삼천포대교의 야경을 바라보며 미각을 즐겁게 하는 것도 여행을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봄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5월, 아름다운 바다와 꽃향기로 가득한 남녘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가족과 연인과 아니면 혼자라도.
실안해안도로(삼천포대교) 가는길
서울 수도권에서 갈 경우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를 탄 다음 진주에서 남해고속도로로 순천-광주 방향으로 갈아 탄다. 남해고속도로 사천 나들목에서 나와 국도 3호선을 타고 계속 직진하면 삼천포대교가 나온다. 남해 방향으로 가면 삼천포대교을 건너가고, 통영, 고성방향으로 가면 삼천포항이다.
부산지역이나 광주 방향에서 올 경우에도 마찬가지 노선을 선택하는 것이 빠르다. 다만 남해안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고 싶다면 지방도를 따라 여행을 즐기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자전거 코스
- 총거리 : 약 40km
- 코스요약 : 실안해안도로는 창선-삼천포대교에서 시작하여 해안선을 따라 선진리성 방향으로 올라가는 코스로 아름다운 바다와 봄꽃으로 유명하다. 바닷바람을 등지고 달리고 싶다면 역순으로 코스를 설정해도 된다. 한적한 해안선을 따라 달리는 길은 그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여유를 즐기며 여행할 수 있어 좋은 곳이다. 가는 곳마다 아름다운 바다 풍경과 정취를 느낄 수 있으며, 곳곳에 마련된 쉼터는 자전거 여행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코스 또한 거의 평탄한 길로 가족 단위와 동호인, 연인끼리 여행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코스 주변에는 창선-삼천포 대교를 비롯하여 선진리성 등 볼거리가 풍부하다. 또한 삼천포 대교를 중심으로 동으로 가면 삼천포항을 지나 고성, 통영, 거제도로 이어지고, 서쪽으로는 다리를 건너 남해로 이어져 있어 장거리 자전거 여행에도 알맞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곳이다.
삼천포대교 밑 대교공원 출발(0km)-바다를 왼쪽에 끼고 해안선을 따라 계속 올라가면 조그만 항구마을(2.81km)이다-이곳을 둘러 본 후 다시 돌아 나오면 조그만 삼거리(3.15km)에서 좌측 약간 언덕으로 올라가면 다시 좌회전(3.32km)-약간 언덕을 올라가면 전망 좋은 집(3.74km)이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어촌 풍경이 아름답다. 또한 이 구간은 벚꽃이 터널을 이루어 아름다운 곳이다. 다만 자전거 도로가 따로 조성되어 있지 않아 조심해야 한다.-계속 달리면 사천시 위생환경사업소를 지나 커브 삼거리에서 내리막길로 내려간다. 계속 직진하면 삼천포 마리나리조트 입구(5.61km)-모충공원(6.42km)입구에서 공원으로 올라가면 잠깐 휴식을 취하기 좋다. 특별한 볼거리는 없으나 쉼터로는 좋을 듯하다.-모충공원에서 내리막길을 따라가면 송포농공단지가 나오는데 여기서는 계속 직진하다가 선전마을로 들어선다. 선전마을을 지나면 선전교(8.22km)라는 작은 다리 건너기 전에 좌회전하여 바다길로 향한다. 바다와 만나는 삼거리(8.51km)에서 우회전하여 조그만 다리를 건너 계속 올라간다. 이곳에서 시작되는 자전거길은 정말 한적하고 자전거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 해안선을 따라 계속 올라가면 사천대교 하단(11.58km)이 나온다. 계속 직진하면 금문리가 나오는데 포장도로 끝지점(13.92km)에서 시멘트 포장길로 좌회전 한다.-시멘트 포장길이 끝나고 작은 마을(15.35km)에서 약간 오르막인 산길을 따라 고개를 넘어서면 신촌리다.-신촌리에서 바다쪽 길을 따라 가면 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포장도로가 나온다. 우회전 하여 조금 올라가면 선진리왜성 입구(18.62km)이다. 이곳이 여행의 반환점으로 계속 올라가면 진사지방산업단지와 항공박물관이 나온다. 이곳에서 다시 오던 길로 되돌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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