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산 임도 [더바이크]
뉴로드의 맛
바라산 임도
필자가 도로라이딩을 즐겨하는 곳 중에 하나가 하오고개와 서판교 남단의 여우고개다. 둘 다 수도권 남부에서는 드문 긴 언덕이라 라이더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하지만 동쪽에서 접근 했을 때는 두 군데를 이어서 탈 수 없다. 도로가 이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둘 중 한군데에서 되돌아와야만 한다. 물론 의왕 쪽이나 고기리에서 접근하면 가능하지만 자연스럽게 왕복코스가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고심 끝에 방법을 생각해냈다. 바로 뉴로드라고 부르는 시냅스 SE(그래블 바이크)를 이용하는 것이다.
editor 배경진 photo 이성규 rider 박성용
이전 호에서 여우고개-고기리 코스를 소개한 바 있다. 판교를 반시계방향으로 크게 도는 코스로 아기자기하지만 고개가 하나라 좀 심심한 측면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서판교에서 출발하여 시계 방향으로 다시 돌아오는 왕복 코스에 도전했다.
바라산과 우담산 사이에 고기로를 넘어 바라산 휴양림을 관통한 후 백운호수를 돌아 하오고개로 넘어오는 것이다. 이것만 가능하다면 도로의 업다운과 비포장 임도를 넘나드는 아주 재미있는 코스가 만들어 질 것 같았다.
여우고개 넘어 붓골재
출발은 여우고개 입구부터 시작을 하였다. 운중동버스차고지 부근의 굴다리 밑을 통과하면서 본격적인 업힐을 시작하는 곳이다. 언제 가더라도 라이딩을 즐기는 한두 명은 꼭 만날 수 있는 명소다. 약 1.3km의 업힐 구간으로 트레이닝 삼아 왕복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언덕 꼭대기에는 조금 생뚱맞게 주류도매상이 있고, 여기서부터 좁아진 도로를 따라 약 2.8km를 내려가면 고기로로 이어지는 삼거리가 나온다. 바로 여기서 우회전을 하면 된다.
여기서부터 붓골재(바라고개)까지는 약 2km의 포장도로인데 점진적으로 경사가 높아지며 도로의 폭도 좁아진다. 붓골재를 기준으로 왼쪽은 바라산, 오른쪽은 우담산인데 여러 산을 종주하려는 등산객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목이다. 고기로의 포장도로가 거의 끝나갈 무렵이면 아주 좁은 비포장 길이 나오는데 당황하지 말고 왼쪽 길을 따라 올라가면 200m 전방에 사거리가 나온다. 바로 이곳이 붓골재 정상이다. 여기서 한 템포 쉬면서 비포장 다운힐을 준비한다.
바라산 임도
붓골재에서 바라산 휴양림으로 넘어가는 비포장 구간은 길지 않다. 약 300m의 짧은 거리로 마지막에 돌무더기만 조심하면 된다. 중간에 휴양림에서 만들어 놓은 산책길이 있지만 그래블 바이크가 달릴만한 노면은 아니므로 과감히 직진하도록 한다.
바라산 휴양림 안에는 시원한 음료와 간식을 파는 매점이 있으므로 보급소로 정해놓고 움직여도 좋다. 9월임에도 30도에 육박하는 더위로 우리는 여기서 시원한 빙과류를 먹고 다시 출발했다.
바라산 휴양림 도로를 타고 내려가면 백운호수로 이어지는데 우리는 반대 방향의 바라산 임도를 타고 봉천목장까지 이동하기로 했다. 아주 급한 경사의 포장도로를 오르면 금방 임도가 나타난다. 여기서부터가 이번 코스의 백미다. 잘 다져진 노면은 30C 타이어를 장착한 뉴로드라 불리는 시냅스에 아주 적합했다. 트레드가 있는 타이어면 더 좋겠지만 없더라도 라이딩에 큰 문제는 없다.
넓게 쭉 뻗은 산길에는 양옆으로 낙엽송과 전나무가 향긋한 숲내음을 풍기며 우리를 반겨주었다. 굽이굽이 오르다가 보이는 백운호수의 전경도 볼만하고, 자연 속에서 마시는 상쾌한 공기는 정신까지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주말에는 어떨지 모르지만 촬영일인 평일 낮에는 마주치는 사람 한 명 없어 고즈넉하기까지 하였다. 같이 즐기는 라이딩도 좋지만 자연 속에서 호젓한 기분을 내고자 하면 홀로 와도 좋을 것 같다.
하오고개
임도를 약 3km 달리다보면 어느덧 아파트 공사 현장에 다다른다. 백운호수 남동쪽으로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건설 중이라 주위가 좀 어수선한 편이다. 백운호수를 돌아 안양판교로에 진입할 때까지는 공사차량과 도로에 유의하면서 지나도록 한다.
안양판교로에서 하오고개가 시작하는 의왕 도깨비도로까지는 왕복 8차선의 넓은 도로이므로 차들이 고속으로 질주를 한다. 초보자는 안전상 오른편 자전거도로를 이용할 것을 권한다. 하오고개는 의왕에서 넘어가면 약1km의 짧은 언덕이지만 그 전부터 오르막이 시작하므로 약 2km의 업힐로 볼 수 있다. 다만 도깨비도로부터는 급격하게 경사가 급해지므로 체력안배에 신경을 쓰면서 오르도록 한다. 비포장도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바라산 임도가 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경험이 없다면 체력 소진이 많을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하오고개에 와서 급격하게 체력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구름다리가 있는 하오고개 정상부터는 약 2km의 신나는 다운힐이 기다린다. 30C 타이어의 놀라운 접지력을 느끼면서 최고 속력 55km를 찍었다. 라이딩의 마무리를 하기엔 제격인 구간이었다.
출발지 근처로 가기 전 운중동 부근에는 괜찮은 식당이 줄지어 있으므로 이곳에서 허기를 달래는 것이 좋다. 우리는 맛있는 비빔국수와 훈제계란으로 배를 채우고 라이딩을 마무리하였다.
약 20km의 짧은 거리지만 긴 언덕과 비포장도로가 포함되어 만만히 볼 코스는 아니다. 오프로드 경험이 없다면 경험자와 동행할 것을 권하고, 펑크에 대비한 공구도 꼭 챙길 것을 바란다. 그리고 비포장에서는 굵은 바퀴가 당연히 유리하지만 포장도로라고 꼭 불리한 것만은 아니었다. 생각보다 잘 달려주었고, 무엇보다 편안한 승차감이 매력적이었다. 장거리 투어나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꼭 권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흔쾌히 시냅스를 대여해준 산바다스포츠에게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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